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희망 반 두려움 반’으로 맞았던 뉴밀레니엄을 맞은 지도 벌써 일년이 넘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 있으나 그동안 ‘의외다’할 정도로 세계 경제와 국제경제 환경은 조용한 편이었다.그러면 앞으로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지금의 분위기처럼 조용할까 아니면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인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올해를 기점으로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에 과거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대변화(Mega-Trend)가 밀려올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무엇보다 국제교역 환경에 있어 커다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현재 부시 정부의 의지를 감안할 때 올해 안에 21세기의 국제규범을 제공할 뉴라운드 협상이 출범될 것으로 예상된다.주지하다시피 뉴라운드는 과거와 달리 종래에 각국의 고유문제로 간주됐던 정책과 기준, 관행, 의식수준까지 통일시켜 ‘공정한 경쟁기반(Level Playing Field)’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현재 계획대로 뉴라운드 협상이 순조롭게 추진돼 오는 2003년부터 새로운 국제규범이 통용될 경우 세계인들은 지구촌 사회(Global Society)를 실감케 될 것이다. 이런 시대에서는 미국, 한국 등 국가 명칭만 다를 뿐 경제적 측면에서 세계 각국들이 하나로 통합되기 때문이다.물론 과도기적인 단계에 있어 인접국 혹은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국가간 통합 움직임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공식적인 법화(legal tender)로서 유로화 통용을 1년 앞두고 지역주의 움직임과 국제통화 질서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일단 유로화 도입은 성공작으로 평가된다. 출범 3년째를 맞은 유로랜드 경제는 3%대의 성장세가 지속돼 올들어 침체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일본경제와는 대조가 되고 있다. 한때 0.80달러대까지 떨어져 2류 통화로 전락할 위기에 몰렸던 유로화도 최근에는 0.91달러대로 회복하면서 안정을 찾고 있는 상태다.유로화 도입에 따라 당초 우려했던 부정적 측면보다 긍정적 효과가 많이 나타나면서 올해 초에는 그리스를 새로운 회원국으로 맞았다. 그동안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영국, 스웨덴, 덴마크 등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유로랜드에 가입할 의사를 비추고 있다.남아 있는 유로화 일정을 보면 내년 1월부터 일상생활에서 유로화가 사용되기 시작한 후 3월에는 공식적인 화폐로서 유로화만 인정된다. 이로써 20세기 초 자유사상가에 의해 옛 유럽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57년 로마조약을 필두로 구체화되기 시작한 유럽통합작업이 일단락되는 셈이다.앞으로 유로랜드는 영국, 스웨덴, 덴마크 등을 맞아들이고 현재 EU가입 협상중인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도 유로랜드에 편입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 후 러시아 일부 지역, 북부 아프리카로 유로랜드의 권역이 확대되면 범유럽경제권으로 발전될 것으로 예상된다.인접국간 통합 움직임 지속 예상유로랜드의 성공은 21세기 세계 경제 질서에 많은 변화를 예고한다. 그 중에서 지역주의 움직임과 공동화폐 도입 논의를 촉진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역주의 움직임은 유럽경제권, 북미경제권, 아시아경제권(혹은 중화경제권)간의 ‘3대 광역경제권 체제’가 자리잡고 있다.21세기 세계 경제는 3대 경제권간의 협조와 갈등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다시 말해 3대 경제권간에 협조가 강조될 때는 자유무역이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가 성장국면에 놓이게 된다.반면 3대 경제권간의 갈등이 심화될 경우 보호무역이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는 침체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국제통화 질서는 이미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미 달러화와 갈수록 중심통화로 부각될 유로화, 현재 공동 연구가 한창 진행중인 아시아 단일통화간의 3극 통화체제가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기존의 엔화, 위안화보다 새로운 단일통화를 도입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다.앞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단일통화를 도입할 경우 유로화 경로를 걸을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 단일통화 전단계로 아시아통화제도에 의해 각국간의 통화가치를 일정범위내로 수렴시킨 뒤 아시아중앙은행(ACB)이 설립돼 경제여건이 조화된 국가부터 단일통화를 우선적으로 도입·확대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3극 통화체제가 도입될 경우 환율제도는 미 달러화와 유로화, 아시아 단일통화간의 환율 움직임에 상하 변동폭이 설정되는 목표환율대(Target Zone)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3국 통화체제가 도입될 경우 환율제도는 미 달러화와 유로화, 아시아 단일통화간의 환율 움직임에 상하 변동폭이 설정되는 목표환율대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이를테면 북미경제권과 유럽경제권간의 경제 여건을 감안해 ‘1유로=1달러’의 중심 환율과 상하 10%의 변동폭이 설정될 경우 목표 환율대에서 달러·유로 환율은 0.9∼1.1달러 범위내에서만 움직이게 된다.결국 이런 기반 위에서 모든 기업들이 세계 경영에 다시 열을 올리게 될 것이다. 생산거점을 가장 싼 지역으로 옮겨가야 국제분업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고 기업생존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자연 국경 개념이 약화되면서 ‘세계=국가=기업’이라는 등식이 정착돼 경제활동 주체로서 기업이 보다 중시될 것이다.세계 산업구조도 전통적인 제조업과 새로운 주도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는 정보기술(IT) 산업이 어느 한쪽만 강조돼서는 산업간·계층간 불균형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세계 산업도 구경제(고성장-고물가)로 특징지워지는 제조업과 신경제(고성장-저물가)로 대표되는 IT업종간에 균형적으로 발전하는 융합경제(Fusion Economy)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이처럼 올해를 기점으로 당초 밀레니엄 원년을 앞두고 예상됐던 대내외 경영 패러다임이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도 이런 추세에 맞춰 경영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이를테면 밀레니엄 기업경영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국경 개념 약화, ‘세계=국가=기업’첫째, 세계의 보편적인 질서에 적극 부응해야 한다. 현재 우리 정부는 한편으로는 뉴라운드와 같은 다자채널에 적극 부응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교역상대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 나가는 이원적 전략(Two-Track Strategy)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도 이에 걸맞게 세계 경영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둘째, 대내경영도 더 이상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경영전략은 효용이 없어짐에 따라 다른 국가 혹은 외국기업과의 조화문제에 신경 써야 한다. 이를테면 각종 관행과 기준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되게 손질 한다든가 앞으로 점점 브랜드 이미지가 중시됨에 따라 기업명이나 기업을 상징하는 로고, 상품명도 글로벌 스탠더드 시대에 맞게 바꿀 필요가 있다.셋째, 업종별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에도 전통적인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 업종간의 균형감을 유지하는데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전통적인 제조업을 고집하는 기업의 경우 개인과 조직 전체의 정보화 지수를 높여 세계적인 산업 추세에 뒤떨어지지 말아야 세계 선도기업의 지위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마지막으로 기업들의 생존역량도 범위나 규모보다 위기관리 능력에서 찾을 수 있도록 각종 인프라를 확보해 놓아야 한다. 기업차원에서 환율, 금리와 같은 예측력을 높이고 가격변수 움직임에 따른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국제재무전략도 함께 갖추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