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실리콘밸리에서는 야후가 곧 간판을 내린다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80번 고속도로 옆에 있는 야후 광고판 가동이 최근 중단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비약. 광고판 가동 중단이 야후의 내부 사정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의 심각한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에너지 절약 분위기를 확산시키자는 의도에서 1만1천와트의 전기를 소모하는 이 광고판의 가동을 중단한 것이다.그렇다고 야후가 이 광고판과 같은 운명에 처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닷컴’들처럼 폐업하지는 않겠지만 다른 회사에 인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이곳 전문가들의 조심스런 관측이다.유료 경매사이트야후 주위를 맴도는 ‘기업사냥꾼’으로는 월트디즈니, CBS-TV 모기업인 바이어컴(Viacom) 등 미디어업체들이 손꼽힌다. ‘미디어 공룡’ AOL타임워너와 경쟁하기 위해 세계적인 인터넷 네트워크를 갖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이들 기업이 그 방법으로 야후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이들의 야후 인수설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월 바이어컴이 야후를 인수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면서 야후 주가가 크게 뛴 적이 있었다. 디즈니도 최근 포털서비스 고닷컴을 폐쇄한 뒤 그 자리에 야후를 두고 싶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바이어컴이나 디즈니는 야후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야후가 인수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던 회사들이다. 그러나 야후는 이제 이들 기업의 ‘사냥감’으로 바뀐 신세가 됐다.그 이유는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야후의 회사값이 크게 떨어진데다 지난해 시작된 ‘닷컴 몰락’의 여파로 앞날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해 1월 2백16달러까지 치솟았으나 그후 줄곧 미끄러져 최근에는 20달러 선을 맴돌고 있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은 1천3백억달러에서 1백3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이 회사의 주된 수입원인 광고 수입도 장담할 상황이 못된다. 야후는 지난해 10억달러라는 기록적인 광고 수익을 올렸었다. 그러나 주된 광고주인 닷컴 기업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닷컴 기업 광고 비중이 지난해 절반 수준에서 30%선으로 낮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광고 수입 줄고 새 수익원 기대 못미쳐잇따라 시도하고 있는 새로운 수익원 개발 노력도 기대에는 못미치는 형편이다. 야후는 지난 1월 온라인 경매를 유료화한 것을 비롯해 맞춤형 웹서비스, 웹호스팅 사업, 사진인화서비스 등 유료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매의 경우 유료화 이후 경매 품목 리스트가 90%나 줄었다. 대기업에 제공하는 ‘맞춤형 웹 서비스’의 경우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야후는 올해 이 사업에서 9천만달러 정도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 매출(11억달러)에 비하면 그야말로 ‘푼돈’에 불과하다.사정이 이렇게 되자 야후는 최근 적대적 인수를 막기 위한 계획을 마련했다. 최근 야후 이사회는 야후를 인수하는데 드는 비용을 높여 인수를 어렵게 만드는 ‘기업 매수에 대한 방어 계획(Poison Pill Plan)’을 승인했다. 이 계획은 어떤 개인이나 기업 등이 이 회사 주식 15% 이상을 인수할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우선주를 주당 2백50달러에 인수할 권리를 주도록 돼 있다.“독립기업으로 남아 있겠다”(팀 쿠글 최고경영자)고 고집하는 야후가 ‘기업 사냥꾼’의 덫에 걸리지 않고 ‘순수 인터넷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야후의 운명을 점치는 것은 인터넷 산업의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