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DC 해외업체 매각협상, 한국·하나로통신 입지 위협 … 중소형 업체 사업포기 속출

세월은 봄을 향해 가는데 IDC(인터넷데이터센터) 업계는 다시 겨울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IDC인 KIDC가 조만간 외국회사에 넘어갈 전망이다. 현재 KIDC의 지분 1백%를 소유하고 있는 데이콤이 미국 투자회사와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데이콤은 이 투자회사와 늦어도 3월 안에 51%의 지분을 넘기기로 원칙적으로 합의, 인수가격을 놓고 막판 협상을 진행중이다. 데이콤은 지난해부터 미국의 메이저 IDC 업체와 매각협상을 벌여왔으나 인수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최근 미국계 투자회사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은재 KIDC 마케팅 팀장은 “협상의 주체는 데이콤이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다”며 “투자회사가 될지 아니면 미국의 메이저 IDC업체가 될지 아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KIDC 매각은 데이콤 구조조정과 맞물려 있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데이콤에 자금을 수혈하기 위한 조치다. 이유야 어찌됐든 업계에선 KIDC가 외국회사에 넘어가면 국내 IDC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외국 메이저 IDC들의 국내 입성이 줄을 이으면서 한국통신, 하나로통신 등 거대 IDC들의 입지를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메이저 IDC인 엑소더스, 어버브넷, 레벨3 등이 국내 시장 진입을 위한 시장조사와 함께 국내 IDC와 접촉하고 있다. 해외통신 사업자로는 이미 MCI월드컴을 비롯한 3∼4개 해외업체가 올 하반기 국내 IDC 시장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드림라인 등 생존 몸부림대형 IDC 업계의 변화 바람과 함께 드림라인, 두루넷 중견 IDC와 엘림넷 등 중소형 IDC들이 수익성 악화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드림라인은 지난해 말 구조조정을 통해 IDC사업을 대폭 축소하면서 가락동에 건립키로 한 제2센터를 포기했다. 두루넷도 분당의 IDC센터를 한국통신에 매각하고 IDC 사업 비중을 줄였다. 중소형 IDC들의 상황은 더 어렵다. 현재 20여개의 중소형 IDC가 매각 또는 사업 포기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최근 인수합병 소문이 나온 엘림넷은 일단 매각설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자본제휴 등 투자유치는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엘림넷 관계자는 “지난 여름부터 자본제휴 등 투자 유치를 계속해오고 있다”며 “제휴나 인수에 대해 제의가 오면 적극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인수 제의를 받거나 제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노 코멘트”라고 말해 매각 가능성을 시사했다. 엘림넷은 현재 2백개의 랙을 갖고 있으며 이중 50%를 채워 2백여개 업체가 입주돼 있다. 이외에도 O사 N사 등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대형 IDC에 인수 제의를 하고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테크니온(옛 제일네트워크)이 자사 IDC서비스 ‘콜스’를 한국컴퓨터에 팔았다. 한국컴퓨터는 테크니온의 서버 40대에 30여명의 고객을 그대로 이어 받는 조건으로 인수했다. 한국컴퓨터는 이외에도 현재 2개 중소 IDC로부터 인수 제의를 받은 상태다. 한국컴퓨터 IDC사업부 관계자는 “인수 제의만 받아 놓은 상태지 인수협상을 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한국컴퓨터 뿐만 아니라 대형 IDC인 하나로통신IDC 등도 최근 들어 중소형 IDC로부터 매각 의사를 많이 받고 있다. 하나로통신 IDC의 관계자는 “올 들어 2개 중형 IDC 관계자가 직 간접으로 자사 IDC의 매각 의사를 제의해 왔다”고 밝혔다.업계 전문가들은 중소형 IDC들의 사업 포기는 황금 알을 낳는 사업으로 일컬어졌던 IDC사업이 주요 고객인 닷컴 기업들이 떠나면서 수익성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통신망을 보유한 기간통신사업자의 대형 IDC들이 본격적인 가격경쟁에 나선 것도 투자여력이 적은 중소형 IDC들의 활동 폭을 크게 제한시켰다는 것. 중소형 업체들 스스로 대형 IDC와 경쟁할 수 있는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몰락의 큰 이유다. 여기에 최근 해외 IDC들의 약진과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의 IDC 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것도 중소형 IDC들의 생존여건을 악화시켜 이들의 사업포기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국내외 업체들간 가격경쟁 예고해외 IDC 가운데 올 4월 초 서초동에 3천5백평 규모의 IDC를 오픈하는 아이아시아웍스가 대표적이다. 홍콩에 본사를 둔 아이아시아웍스는 아태지역 글로벌 호스팅이 가능하다는 것과 네트워크 설계, 프로젝트 관리 등 SI 서비스의 토털 제공을 무기로 갖고 나왔다. 여기에 SI업체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SKC&C가 지난달 지앤지네트웍스 분당 IDC의 일부 공간을 매입해 IDC 사업에 뛰어든데 이어 전국 주요 도시에서 지앤지와 공동으로 IDC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코오롱정보통신도 한국IBM과 손잡고 IDC 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LG-EDS시스템도 무선인터넷 업체 대상의 무선인터넷 전문 IDC 사업을 서두르고 있다.업계에선 올해 IDC시장은 중소형 IDC들의 대거 줄어들면서 국내 대형 IDC와 외국 IDC 업체들간 시설, 가격 경쟁이 더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