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구조조정 소용돌이속 틈새시장 노려 … 지방은, 자본력 확충 고심
초대형 지주회사의 탄생·조만간 실체를 드러낼 국민 주택 통합 매머드급 은행 등 금융권의 소용돌이 틈바구니에서 농협과 같은 특수은행과 지방은행, 이밖에 종금 금고 등 중소 금융사들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농협, 2년 후를 대비한다농협은 지난해 난무했던 은행합병설과는 무관한 조직이라는 고객들의 인식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영업을 할 수 있었다.이미 대형은행으로 성장한 농협은 우선 지난해 시중은행들이 구조조정의 여파로 우왕좌왕하는 사이 기대 이상의 반사이익을 누렸다.지난 2월말 현재 농협의 수신규모는 67조1천5백95억원. 99년말보다 무려 12조5천억원 가량이 늘었다. 여신규모 역시 11조3천억원 가량 증가한 37조2천1백99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급증했다. 지난 99년 8백억원 안팎에 불과하던 순이익이 지난해에는 1천8백9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농협은 확실히 지난해 난무했던 은행 합병설과는 무관한 조직이라는 고객들의 인식으로 안정적인 영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농협관계자 역시“축협과의 통합작업도 순조롭게 마무리된 데다 다행히 외풍도 겪지 않아 영업이 급신장했다”고 설명했다. 농협의 성장은 보험영업에도 이어져 99년 주춤했던 보험영업이 지난해 63%가 성장, 보험료 수입이 7조9백73억원이 증가했다. 삼성 교보 대한생명에 이어 4위 생보사로 떠오른 셈이다.농협은 성장세를 타고 있지만 이같은 성장가도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농협 관계자는“길게 잡아도 앞으로 2년 후까지 농협 역시 달라지지 않으면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2년 후에는 내부 정비를 끝마친 대형은행과 다른 우량은행들과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농협은 무엇보다 체질개선이 시급한 과제임을 인정하고 있다. 방만한 사업구조와 비대해진 조직을 슬림화 하지 않으면 경쟁력 추락은 시간문제라는 얘기다.이에 따라 농협은 이미 축협과의 통합과정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통합으로 9백18개까지 늘어난 지점 수를 8백66개로 줄였고 지난해 두차례에 걸친 인력감축을 통해 1만5천명에 달했던 인력을 1만3천명선까지 끌어내렸다.이같은 구조조정을 농협은 당분간 더욱 강력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2차구조개혁단 발족과 함께 조직 인사의 혁신을 위한 컨설팅을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에 맡겼다.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하는 한편 방만한 조직도 과감히 축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금융부문과 경제사업의 분리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작업도 현재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진행중이다.두차례에 걸친 금융구조조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농협은 특수금융기관이라는 혜택으로 어느덧 대형은행이 돼 있다. 농협의 목표는 ‘군살’을 최대한 줄이고 기동력 있는 소매금융의 강자로 재탄생 하는 것. 과연 농협이 2년 후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변신해 있을지 주목된다.금고·종금사, 투자은행 저축은행 재탄생지난 한햇동안에만 신용금고 27개와 종금사 4개가 문을 닫았다. 정부가 올 초 2금융권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해 올해도 몇 개의 종금사와 신용금고가 문을 닫을지 모른다.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일단 종금사에 대해서는 기업금융 전문회사로 발전시켜 기업자금중개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도록 한다는 발전계획을 제시했다. 또 신용금고는 지난해말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꾸는 한편 지배구조를 개선해 지역밀착형 서민금융기관으로 발전한다는 계획이다.‘죽느냐 사느냐’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종금사와 금고는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지난해말 리젠트종금의 영업정지로 현재 남아 있는 종금사는 부실종금 4개 사가 통합된 하나로종금과 동양 현대종금의 합병으로 설립된 동양현대종금, 이밖에 한불 금호종금 등 4개사 뿐이다. 4개 사 모두 정부의 지원정책에 따라 투자은행으로의 변신을 계획하고 있다.동양현대종금이 이미 기존의 예금대출 업무를 기반으로 유가증권 인수업무와 기업공개 M&A 기업구조조정 자산운용업무 등을 확대할 계획이며 한불종금은 올해부터 투자은행으로 방향을 선회해 적극적인 영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국영종금사인 하나로종금은 우선 4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착수, 향후 진로를 모색할 계획이며 금호종금은 외자유치를 통해 독자생존한 후 투자은행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국내 금융시장에도 자산 증권화 프로젝트파이낸싱 하이일드본드 경영 컨설팅 등 기업과 관련된 광범위한 도매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투자은행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그러나 이제 다시 시작하는 국내 종금사들이 산업별 부문별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전문가를 다수 양성해 낼 수 있을지 또 국내 및 국제적으로 자본을 조달, 규모를 대형화할 수 있을지 난제가 적지 않다.조만간 ‘저축은행’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이미지 쇄신을 기대하고 있는 신용금고는 효율적인 여신운용과 사이버뱅킹 강화, 틈새시장 공략을 위한 아이디어 상품 판매 등을 통한 영업력 강화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여신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소액으로 개인별 신용대출 규모를 늘리는 한편 일부 금고들은 6개월 이내에 코스닥 상장 예정 업체나 유가증권 담보대출 취급을 확대하고 있다. 인터넷뱅킹 시스템을 구축, 온라인 영업을 강화하는 추세이고 전자상거래 업체, 사이버 금융중개 기관 등과의 전략적 제휴 및 아웃소싱을 통해 e비즈니스 영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부산 대구 전북은행 등 지방은행 진로경남 광주 제주은행이 금융지주회사로 편입되면서 부산 대구 전북 등 3개 은행만이 지방은행으로 남게 됐다. 취약한 자본력과 영업력으로 타지역으로의 영업권 확대를 기대할 수 없는 데다 대형은행의 지역시장 진출이 가시화된다면 이들 은행의 미래도 암담할 수밖에 없다.따라서 지방은행들은 무엇보다 자본력 확충을 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대구은행이 지난해부터 추진한 1억달러 외자유치를 올해 매듭짓겠다는 구상이다.이와 함께 본점 소재지역을 중심으로 한 주변 지역의 시장점유율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구 부산 전주 등 광역시 위주의 영업에서 벗어나 경북 경남 전북지역에도 안정적인 영업기반을 구축,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