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홍(45) 아비브정보통신 사장이 지난 96년 경기도 안양시 10평짜리 사무실에서 직원 5명과 함께 회사를 설립할 때 그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주위에선 박사장이 10년간 반도체 유통업을 하다 정보통신 장비를 개발하겠다고 나서자 말리기도 했다. 단순 유통업에서 첨단 제조업으로 전환하기가 만만치 않아서다.그러나 그는 새롭게 펼쳐질 정보통신과 네트워크 시장을 앉아서 놓칠 수 없었다. 지난 15년간 정보통신 분야에서 영업과 기획으로 잔뼈가 굵은 그는 눈앞에 황금시장이 선명하게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아니나 다를까. 설립 초기 매출이 3억원에 불과하던 회사가 4년만인 지난해 2백7억원을 기록했고 직원수도 70명으로 불어났다. 최근 초고속통신망 시장이 폭발하면서 회사의 주력제품인 VDSL SDSL 광모뎀 등이 날개돋친 듯이 팔렸고 폭주하는 주문량을 생산시설이 못 따라갈 정도였다. 올해 매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1백% 증가한 4백억원.“사실 직원들은 올해 매출 목표를 6백억원으로 잡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우리 판매처인 한국통신 하나로통신 등 기간통신 사업자들의 장비수요가 올해 40% 이상 늘 것으로 예상했어요. 해외수출 물량도 확보했고요. 하지만 저는 목표치를 줄이자고 했어요.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다보면 실적을 맞추려다 건강도 나빠지고 사기도 떨어집니다. 돈을 쫓아가다가는 실패한다는 것이 제 사업 철학입니다.”박사장이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이유는 중국 러시아 인도 등 해외시장 개척에 동분서주하기 때문. 지난 3월초 그는 중국 상하이와 선전에서 현지 제조업체와 네트워크 장비 수출계약을 맺었다. 첫 해외 수출물량치고는 적지 않은 6백만달러어치. 뿐만 아니라 홍콩 현지 업체와 장비 판매 대리점 계약을 맺었고 인도의 정보통신업체에 무선 랜(Wireless Lan) 장비를 공급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한 정보통신업체는 아비브에서 생산하는 제품 샘플을 가져갔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아비브정보통신을 외국업체는 어떻게 알았을까.해외 전시회에 빠짐없이 참가, 제품 PR“독일 하노버의 새빗,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컴덱스, 홍콩의 아시아텔레콤 등 해외에서 열리는 정보통신장비 전시회에 빠짐 없이 출품했어요. 오는 8월엔 중국에서 개최되는 전시회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기술력과 가격경쟁력 등에서 외국제품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해외 바이어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것 같습니다.”이렇듯 바쁜 일정 속에서도 박사장이 빼놓을 수 없는 일과가 있다. 충남 건양대학교 정보전산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그는 새파란 후배들과 같이 밤을 새며 공부한다. 경북 문경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온 박사장은 낮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엔 공업고등학교를 다녔다. 도와주는 사람 없이 혼자 공부하고 일해야 했던 그에게 대학진학은 남의 일이었다. 하지만 삼우통신 등 직장에서 정보통신 관련 영업을 배웠던 것이 훗날 매출 4백억원을 바라보는 통신장비제조업체를 키워내는데 밑거름이 됐다.“저는 사람을 사귈 때 지위를 따지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장점 보기를 좋아합니다. 도둑도 친구로 사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제 생활신조예요. 그래야 우리 집은 안 털어 갈 것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