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선두로 대형화·겸업화 추진 가시화 … 어설픈 계획보다 ROE·ROA 개선 바람직

금융권의 합병에 대한 논의는 무성했지만 아직 성사된 곳은 없다. 신한·한미·하나·조흥·외환·기업은행.국민 주택은행 등 대형은행의 합병과 정부주도의 금융지주회사 설립이 추진되면서 시중은행들이 살 길 찾기에 분주하다. 현재 대형화 겸업화 추세에 따라 시중은행이 선택한 길은 독자적인 금융지주회사 설립과 다른 금융업체와의 합병 등 두 가지. 지주회사를 설립한다고 해서 당장 경영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연결재무제표를 통한 경영 투명성과 겸업화의 전초기지로 여러 은행들이 선호하고 있다. 올해 신한은행의 지주회사 설립을 시작으로 조흥 하나은행 등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합병에 대한 논의는 무성했지만 아직 성사된 곳은 없다. 대형화가 경쟁력 제고에 유리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은행원들의 반발도 있고 합병 절차가 단순하지도 않다.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은 셈이다. 금융전문가들은 이같은 이유로 올해 시중은행의 과제는 어설픈 지주회사 설립 계획이나 합병계획보다 당기순이익을 높여 ROE와 ROA 등 경영지표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충고한다.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경쟁에서 뒤쳐지고 퇴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신한 “올해 금융지주회사 체제 정착”정부 주도의 금융지주회사 모델과 달리 신한은행은 독자적인 지주회사를 추진중이어서 금융가의 관심을 모은다. 한빛은행이 추진하는 지주회사가 은행을 수평적으로 엮는 것이라면 신한의 지주회사는 증권 투신 보험 등 다른 업종을 통합하는 것. 올 상반기 지주회사 설립을 마칠 신한 금융지주회사는 ‘겸업화’를 이뤄낸 뒤 ‘대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제대로 진행된다면 국내 처음으로 이종 업종간의 겸업화를 통한 금융지주회사가 탄생될 전망이다.설립될 지주회사는 은행 생명 증권 투신 금융포털사이트인 e-신한 등 5개 금융계열사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하반기 제주은행을 인수할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기업금융자문 분야의 2개 신설회사를 포함, 총 8개 자회사를 거느린 지주회사의 면모를 갖춘다. 그 뒤 2003년까지 자회사간 시너지 효과를 내는 시스템 구축이 1차 지주회사 플랜이다. 2차 추진계획은 외국금융권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거나 국내외 금융업체의 M&A를 통해 대형화를 도모할 예정.현재 신한은행은 종합기획실을 주축으로 20명의 과·차장급 실무진이 지주회사의 틀을 짜고 있다. 부행장 직속기구인 지주회사 설립사무국은 최방길 실장이 실무를 주도하고 있다. 최실장은 “지주회사를 추구하는 이유는 고객이 자산을 한 곳에서 관리하는 원포털(One-Portal)화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과제는 금융계열사들이 이 목표를 향해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지주회사 설립사무국은 모건 스탠리와 설립 자문계약을 맺었고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는 지주회사의 운영과 향후 전략에 관해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BCG가 내놓은 리포트 결과에 따르면 금융시장이 점차 소비자 중심시장으로 재편되며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인의 생애에 맞춰 설계해주는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BCG는 2003년 신한 금융지주회사의 당기순이익은 1조7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위해 2003년까지 ROE를 26%까지 끌어올리고 EPS도 3천4백96원대로 올려놓을 계획이다.지주회사 총자산의 90%이상을 차지할 신한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 올해 ROE 목표를 지난해보다 3.36%포인트 높아진 15.6%, ROA 목표는 0.15%포인트 높아진 1%로 잡았다. 고정이하 여신 비율도 지난해 3.98%에서 3.24%로 낮출 계획이다.하나·한미 “합병추진은 내년 이후”지난해 말부터 합병논의가 있었던 하나은행과 한미은행간의 통합작업은 현재 ‘결렬상태’라는 것이 두 은행측 관계자의 전언. “언제나 논의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표면적으로 밝히고는 있지만 현재 실무접촉은 없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합병한 뒤 두 은행이 문화적 가치적으로 상승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미은행의 대주주로 지난해부터 하나은행과의 합병에 반대했던 김병주 칼라일 아시아 회장도 최근 “하나은행과의 합병은 안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따라서 하나은행은 독자적인 지주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며 한미은행은 경영정상화가 이뤄지는 내년부터 합병파트너를 찾을 계획이다.하나은행은 98년 충청은행을 합병하고 99년 보람은행과 합병하면서 총자산 51조원의 규모를 갖췄다. 3년 후 목표는 자산 1백조원의 대형은행. 이를 위해 독자적으로 생존을 모색하면서 금융기법이 선진화된 외국계 파트너를 찾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금융지주회사 설립 추진도 이런 맥락에서 시도되고 있다. 권태균 하나은행 전략기획팀장은 “지주회사는 사업본부별로 추진되고 있다. 경영전략본부를 축으로 투자은행, 기업개선, 가계금융, 그리고 카드사 등으로 나뉘어 지주회사 설립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하나은행의 올해 경영목표는 당기순이익 3천2백억원으로 ROE 17.63%, ROA 0.73%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지난해 46%→올해 39%), 중소기업(31%→36%), 가계(23%→25%)의 여신 비중을 조절할 계획이다. 핵심은 우량중소기업의 대출을 늘리는 것. 올해 중소기업추진본부를 통해 중소기업 전용 마케팅 채널을 별도로 설립했다. 예컨대 ‘하나 윈윈클럽’은 주거래 은행 개념을 적용, 금리할인서비스와경영자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 요구불성 예금 등 저비용성 예금을 많이 늘려 예대마진을 늘릴 계획이다.반면 한미은행의 올해 최대 과제는 지난해 3천9백억원의 적자를 올해 3천5백억원의 흑자로 돌려놓는 일이다. 지난해 1조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은 한미는 올해 추가 부실 자산이 적고 지난 2월까지 이미 8백2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기 때문에 영업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김성철 종합기획부 차장은 “3월말 홍콩에서 6백명의 외국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한미은행의 자산건전성과 투명성을 소개, 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라며 “한미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을 현재(65%)보다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한미은행 관계자는 “칼라일의 김회장이 ‘올해 합병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는 하나은행과의 합병이 없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라고 전했다. 실제 은행장 직속의 전략혁신팀은 차장급 실무진 10명이 향후 합병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합병추진은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정상화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기업·외환 합병 논의 원점, 각자 생존모색기업은행은 외환은행과의 합병논의가 사라짐에 따라 은행의 생존전략을 원점에서 다시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종합기획부를 주축으로 차·부장급 15명으로 조직된 테스크포스팀을 가동, 생존전략을 수립중이다.이경준 종합기획부장은 “아더앤더슨 컨설팅 결과 기업은행은 독자생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세계적으로 금융권이 대형화되는 추세지만 이것만이 생존전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국책은행으로서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다른 은행이 중소기업 지원을 수익성 위주로 투자할 때 우린 여기에서 소외된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우린 40년간 이 분야에만 지원해온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독자생존의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기업은행은 이와 함께 해외 은행을 벤치마킹하는 조직도 가동하고 있다. 사내 조사부를 주축으로 해외 우량은행의 영업력과 기획력을 분석, 기업은행 경영에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기업은행은 2005년까지 ROE를 20%까지 끌어올려 세계 1백5대 은행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외환은행도 기업은행과의 합병이 결렬된 마당에 독자생존의 길을 피할 수 없다. 곽윤석 외환은행 종합기획부장은 “기업은행과의 합병은 정부 발표대로 없던 일이 됐다. 올해 목표는 합병 파트너를 찾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말 4천억원의 순손실을 7천6백억원의 순이익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독자생존한 뒤 내년부터 우리가 취약한 소매금융을 보완해줄 합병 파트너를 물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올해 당기순이익을 흑자로 돌려놓을 수 있을 것으로 장담하는 이유로 곽부장은 “지난해 부실자산을 많이 떨어냈고 구조조정을 마쳤다. 우리 은행의 장점인 외환수수료, 환전, 송금 관련 수수료 수입이 많아 목표 달성에는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외환은행은 지난해 인원과 점포 정리를 끝냈고 사업본부제로 조직 개편을 끝냈다. 올해 타워스페린의 컨설팅을 받아 새로운 인사관리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여기엔 직원들의 전문화 계획이 담겨 있으며 성과급 등 보상체계도 정비할 것으로 알려졌다.조흥, 다른 업종과 합병 지주회사 모델 추구홍석주 조흥은행 기획재무본부 상무는 “올해 풀어갈 가장 큰 일은 정부와의 약속이행이다. 올해말까지 정부지분을 현재의 80%에서 50%이하로 낮춰야 한다. 지분을 낮추면서 BIS비율 등을 동시에 맞춰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맺은 MOU 약정을 졸업하면 건강한 은행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그리고 내년부터 대형화, 겸업화 추세에 따라 지주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전했다.지난해 하반기 조흥은행은 기획부와 경영연구소를 주축으로 지주회사설립사무국을 세웠다. 그중 일환으로 교보생명과 합병건도 진행중이다. 홍상무는 “교보생명 합병에 목을 메고 있지는 않지만 접촉중”이라고 말했다.조흥은행의 최대 경쟁자는 국내 최대의 소매은행이 될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회사. 이에 대해 조흥은행측 관계자는 “다양한 금융서비스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이 규모의 실현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해석 했다.조흥은행의 올해 영업목표는 ROA 1%(지난해 0.2%)와 ROE 18.7%(지난해 3.3%) 달성이다.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1천11억원에서 올해 5천7백억원이 목표. 이를 위해 신용카드의 수수료 수입과 원화자금이익 확보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인터뷰최방길 신한은행 지주회사 설립준비실장“지주회사내 시너지 창출이 과제”한빛은행을 중심으로 설립되는 지주회사와 신한은행이 추구하는 지주회사의 차이점은.다른 금융업종을 통합, 겸업화를 통해 지주회사를 설립한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한빛은행은 은행간의 통합이다. 신한은 이미 은행 증권 투신 등 금융 계열사들이 있고 일종의 지주회사 형태를 띠고 있다. 따라서 지금 추진하는 지주회사가 직원들의 문화적 정서와도 맞는다. 제일 중요한 문제는 지주회사내에서 자회사간 시너지 효과를 어떻게 창출하느냐이다.대형화를 위해 해외의 전략적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나.그렇다. 국내 은행은 보통 자산운용파트에서 외국투자자를 선정하고 기획, 결정했다. 자본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는 얘기다. 우린 좀 다르다. 기획파트에서 전략적 파트너를 물색한다. 우리 사업의 목적에 맞으면 파트너십을 맺겠다는 의도다.지주회사가 출범하면 새로운 영업방식을 선보일 예정이라는데.기본은 고객이 좋아하는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조만간 온라인 금융서비스를 시작할 ‘e-신한’이 설립된다. 이곳에서 7가지 참신한 기능을 갖춘 금융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고객관계관리에 역점을 둔다는데.찰스 슈왑이란 미국의 증권사는 1천개의 금융상품을 판매한다. 자사상품은 없고 남의 상품을 판매대행한다. 고객관리를 잘하는 것이다. 신한은행의 지주회사도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잘 관리해 입맛에 맞는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