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산업 연 40% 성장세… 하반기 체육복표 등 가세 '가열'전망
지난 3월4일 과천 경마장. 3월 들어 첫 일요경마가 열린 이날 하루 마권 판매액은 6백8억6천만원을 기록했다. 사상 처음으로 6백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과천 경마장을 찾은 숫자는 무려 14만3천여명에 달했다. 이날 날씨가 영하의 온도에 간간이 눈발이 흩날리는 악천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믿기 힘든 수치다.경마·경륜·카지노·복권 등 이른바 대박을 노리는 사행산업(Luck Business)은 전반적인 경기침체가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곤 한다.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서민들의 불안심리가 커질수록 대박에 대한 기대도 동반상승하기 때문이다. 국내 사행산업은 이런 ‘대박 꿈’을 바탕으로 연평균 40%가 넘는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도 조짐이 심상치 않다. 연초부터 각종 매출관련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시장 현황사행산업은 일정액을 내고 알아맞히면 상금을 타는 투기성 산업. 사람들이 지난 한햇동안 경마와 경륜, 복권, 카지노 등 합법적 테두리의 사행산업에 지출한 돈은 6조7천억원선에 이른다. 불법도박장소인 소위 ‘하우스’와 금품이 오가는 오락산업,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카지노, 국외 카지노장에서 쏟아붇는 금액을 합하면 이 수치를 훨씬 웃돈다.사행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란 인식이 커지면서 지자체간 카지노 유치경쟁도 치열하다.이중 가장 규모가 큰 분야는 경마다. 작년 한햇동안 4조2천6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대비 34%가 넘는 고속성장이다. 올해 일일평균 입장객은 작년보다 1만명 늘어난 13만1천명이다. 하루 평균 매출액은 5백억원을 넘어섰다. 한국마사회측은 올해 서울과 제주 경마장을 합해 모두 5조원의 매출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복권도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작년의 경우 국내 8개 복권발행기관이 올린 매출은 즉석식 복권 1천억원, 추첨식 복권 4천2백억원 선으로 전년대비 30%가 넘는 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판매량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증가했다.특히 최근에는 즉석식 복권과 이벤트식 복권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1등 당첨금이 일반 추첨식 복권 당첨금보다 10배 이상 높은 20억∼30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아직 시장규모가 추첨식에 미치지 못하지만 ‘한방’을 노리는 서민들이 앞다퉈 구입하면서 규모를 넓혀가고 있다.지난 94년 처음 선보인 경륜도 꾸준한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한해만도 1조2천억원의 시장을 형성했을 정도다. 사업초기 ‘자전거 경주를 보러 오는 사람이 있겠느냐’는 우려는 말끔히 씻겼다. 이제는 경마산업의 3분의1 수준으로 성장해 마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올해 3월 개장 이후 경기가 있는 금·토·일요일에는 연일 만원사례를 보이고 있다. 하루 평균 관객수는 3만1천명을 넘나들고 있다. 지난해 평균 관객수에 비해 1천5백여명이 증가한 수치다.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4천8백억원 늘어난 1조6천8백억원 선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올 겨울 교통난으로 입장객수가 잠시 주춤거렸던 정선 카지노도 3월 이후 다시 인파가 북적거리고 있다. 지난달 하루평균 1천8백명선이던 입장객수가 3월에는 2천5백명선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개장 후 2개월간 올린 매출은 9백억원선이다. 운영사인 강원랜드측은 올해 3천2백억원의 매출 목표를 세웠지만 지금대로라면 4천억원도 문제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성장배경이들 산업이 활성화된 데는 ‘투기문화의 확산’과 ‘레저로서 정착’이라는 두가지 측면이 동시에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투기문화의 확산이라는 관점은 기업 퇴출과 실업난 등으로 서민들의 한탕주의가 커졌다는 것이다. 또 경기침체로 실업자가 쏟아진 것도 사행산업의 호황을 부추기고 있다.특히 복권의 경우 가격이 저렴하고 주변에서 쉽게 매입할 수 있어 실직자와 저소득층을 비롯해 직장인이나 대학생 등의 수요가 꾸준하다. 서울역이나 광화문 일대 복권판매상들은 “예전처럼 점심시간에 2∼3장 가량 사던 수준에서 벗어나 한주에 10만∼30만원 가량을 쏟아붇는 사례도 심심찮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침체와는 별도로 이들 사행산업이 레저로 정착된 점도 관객수가 늘어난 원인으로 꼽힌다.사행산업 관계자들은 관객수가 증가한 원인으로 ‘이들 분야가 일반인들 사이에 레저로 정착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고객서비스가 개선되면서 주말을 이용해 레저를 즐기려는 가족이나 연인 단위의 방문객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카지노 운영업체인 강원랜드 관계자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소액 배팅자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전망최근 장외경륜장·경마ARS·인터넷복권 등이 등장하면서 배팅붐을 확산시키고 있다. 또 올 하반기에는 체육복표가 등장하고 내년엔 경정(競艇)이 도입된다. 이에 따라 사행산업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이 뻔하다. 매출액은 향후 2∼3년안에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분석된다.체육복표의 경우 오는 9월 프로축구경기를 대상으로 발행된다. 복표란 스포츠경기의 승패나 점수 등을 맞친 사람에게 당첨금을 지급하는 게임이다. 국내 10개 프로팀이 벌이는 5경기에 각각 승, 패, 무 등을 표기해 당첨되면 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날 각 팀의 출전선수의 컨디션과 역대 전적 등을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흥미가 높고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다.영국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등 축구선진국에서는 이미 인기가 대단하다. 영국의 경우 연간 시장규모가 무려 4조3천억원에 달하며 이탈리아도 4조원에 육박한다.국내 복표사업도 도입되기 전부터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지난해 12월 타이거풀스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업계에서는 2∼3년안에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경정은 6대의 보트가 반환점을 돌아오는 보트경기다. 내년 4월부터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열린다. 경주라는 데서 경마나 경륜과 비슷하지만 상대적으로 스케일이 크고 물살을 가르는 역동성으로 인해 흥미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일본의 경우 경정의 연간 매출액은 1조4천억엔에 이른다. 국내에서는 경륜과 비슷한 1조5천억원선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이밖에 강원도 정선에는 현재보다 3배 가량 큰 3만4천평 규모의 메인카지노가 내년 11월 문을 연다. 이에 따라 이곳을 찾는 유동인구도 연간 80만명 수준에서 2백만명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유치경쟁사행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란 인식이 커지면서 지자체간 유치경쟁도 치열하다. 현재 카지노 설립을 추진하는 지자체가 10여곳이 넘는다. 경마장의 경우 부산시와 경상남도가 오는 6월부터 부산시 강서구 범박동과 경남 김해시 장유면 일대 38만평 규모에 각각 경마장 건설을 시작한다. 울산시와 경북 영천시, 전남 담양군 등도 경마장 설립을 고려하고 있다. 이래저래 사행산업으로 ‘봉’을 잡으려는 대열에는 개인이나 관공서를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모양새다. 그만큼 ‘대박’을 꿈꾸는 분위기가 팽배하며 앞으로도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하는 반증이기도 하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