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취업난·업주 불황타개 전략 맞물려 인기…인터넷 점집·역학학원도 문전성시

진학 취업 이성문제 등으로 고민하는 신세대를 겨냥, 다양한 점술을 제공하는 점술전문카페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점술왕국지난 3월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근처의 E카페. 10년 가까이 역술서비스를 제공해온 카페로 유명한 곳이다. 이날도 점심시간임에도 빈 테이블 3개를 제외한 모든 테이블마다 상담하는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 카페를 운영하는 신모씨는 “경기가 안 좋은 때라 사람이 다소 늘어났다”며 “하루 약 30테이블의 손님들이 사주를 보러 찾는다”고 말했다. 인근 5∼6곳의 사주카페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손님들은 대학생부터 40∼50대 주부와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의 구분이 없다. “대개 적성 취업 진로 궁합 등을 문의한다”는 게 이곳에서 사주를 봐주는 유모씨의 말이다.서울 중구 명동에 자리잡은 I카페도 소문난 사주카페. 무료 사주서비스로 20∼30대 여성들과 인근 직장인들을 고정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통역을 동반한 미국과 일본의 관광객들도 자주 찾을 정도로 인기다. 지난 3월21일 이곳에서 만난 류모양은 “올해 대학을 졸업했는데 취업이 안돼 유학을 가려고 한다”며 “유학이 옳은 결정인지, 유학 후 진로가 어떨지 궁금해서 점을 보러왔다”고 말했다. 취업을 못한 많은 동기들도 자주 사주카페를 찾는다는 말도 덧붙였다.경기가 좋지 않고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점술에 의지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덕분에 사주카페를 드나드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무료로 점을 보거나 일반철학원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인생상담을 받으려는 사람들이다. “일반철학관은 한번 가면 보통 3만∼5만원이 들어가는데 사주카페는 이보다 훨씬 저렴한 돈으로 상담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찾는 사람들이 꾸준하다”는 게 E카페 신모씨의 말이다. 때문에 많은 카페들이 사주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역술인을 구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O커피숍을 운영하던 공모씨도 올 들어 역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주카페로 바꿨다. “(사주카페를 하면)영업이 잘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연초에 역술인 2명을 채용한 이후 꾸준히 손님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진학 취업 이성문제 등으로 고민하는 신세대를 겨냥해 다양한 점술을 제공하는 점술전문카페들도 속속 등장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명리학에 기초한 동양의 점술과 타롯카드 집시점 점성술 별점 심령 등 서양의 다양한 점술로 상담해 준다. 신세대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된 ‘점술왕국’이 대표적인 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본점을 포함해 현재 3곳이 성황리에 영업중이며 오는 가을 동대문 두타빌딩에 4호점이 문을 연다. 점술왕국의 이정민 부장은 “하루 평균 50여팀이 방문하고 고객의 70% 이상이 20대 여성”이라며 “사업관련 상담을 하는 단골 벤처기업인도 많다”고 귀띔했다.온라인상의 철학관들도 네티즌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점집을 드나들 때 느껴야 했던 주변의 시선도 없는 데다 집이나 직장에서 손쉽게 수시로 상담할 수 있다는 편리함으로 인기다. “인터넷으로 오늘의 운세를 보고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는 직장인도 부지기수다. 현재 인터넷을 통해 점술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개인이 운영하는 사이트까지 포함하면 약 2백70여개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산수도인’ ‘사주닷컴’ ‘도통’ ‘디지털역술방’ ‘밀레니엄사주나라’ ‘캐러나비’ ‘사주천하’ ‘애프터퓨처닷컴’ ‘사주21’ ‘가교철학관’ ‘가가호호사주방’ 등이 네티즌들이 자주 들르는 사이버 점집들. ‘산수도인’ 사이트를 운영하는 (주)웰컴클릭의 유효상 대리는 “97년부터 역술서비스를 제공했지만 경기가 나빠진 지난해부터 이용자가 폭증했다”며 “특히 주부들이 인터넷을 통한 상담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사이버 역술원이 인기를 끌면서 다음 한미르 네이버 라이코스 엠파스 심마니 등 포털사이트들도 역술코너를 마련해 경쟁적으로 점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99년말부터 운세코너를 운영해온 다음커뮤니케이션 콘텐츠 기획운영팀 박정인씨는 “(운세코너의)하루평균 1백만 페이지뷰는 기본이고 많을 때는 4백만 페이지뷰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라며 “성인들의 경우 재물운 창업 주식 등과 관련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사주카페나 인터넷 역술코너를 통한 운세상담이 늘어나면서 역술을 배우려는 사람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경제 등 자신 주변의 사정이 어려울수록 스스로 운세나 문제를 알고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개중에는 직업으로 삼으려는 사람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서울 강서구에서 철학원을 운영하면서 일반인들에게 역학을 가르치는 D철학원의 김모 소장은 “역학을 배우려는 일반인들이 많다”며 “취미나 교양으로 배우는 사람들도 많지만 직업으로 삼기 위한 사람들도 꽤 된다”고 말했다. ‘토탈오즈스타’라는 점술카페체인을 운영하는 천기누설 구통도가의 강남교육본부 홍순혁팀장도 “역학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며 “30대가 가장 많고 대부분 사람을 상대하는 직종에 근무하거나 일반 관리직, 개인사업자 등”이라고 말했다.이처럼 경기불황으로 저렴한 가격에 운세를 보는 사주카페나 인터넷 역술사이트들이 인기를 끌고 역학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과 달리 기존의 철학원들은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다. 방송을 탔거나 단골고객이 많은 유명한 곳들은 여전히 잘되지만 대부분 불경기를 타고 있다는 게 역술인들의 이구동성이다. 한국역술인협회 박형용 상임이사는 “현재 전국에 있는 약 5만명 가량의 역술인 가운데 영업을 하는 곳은 약 10% 정도”라며 “잘되는 곳들을 제외한 많은 회원들이 1만원의 회비를 내지 못할 정도로 불황을 타고 있다”고 말했다.미아리 등 기존 철학원은 썰렁약 70여개의 점집들이 몰려있는 대표적 역술촌인 미아리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경기불황에다 사주카페나 인터넷 역술사이트 등의 영향으로 점집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다고 역술원장들과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20여년간 미아리에서 영업했다는 K여성역사원의 주인은 “원래 정초나 선거 입시 결혼 등 특정 시기를 제외하면 손님의 발길이 뜸한 게 점집”이라며 “그래도 전에는 하루 10여명 이상 찾았지만 요즘은 하루 한 두명, 그것도 단골손님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거북점 전문의 인근 D철학원 복모씨도 “요즘은 손님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