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떠밀린 사람들 '한판승부'에 손쉽게 유혹…불황일수록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지혜 필요
불황이 깊어질수록 '대박'을 노리는 성향은 더욱 기승을 부린다.가계부를 쓰던 주부의 입에서 한숨이 나온다. 경제가 어렵다더니 정말 불황인 모양이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수치보다 실제 느끼는 체감 경기는 더욱 낮다. 어떻게 가계를 꾸려야 할지 막막하다.경제가 어려워지면 사회적으로 여러 현상이 나타난다. 소득격차에 대한 위화감이 증폭되기도 하고 나름대로 아껴쓰겠다는 합리적인 소비성향도 등장한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가 어려워질 때마다 주기적으로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현실도피의 성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피곤한 현실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욕구의 발로이다. 종교에 의지하려는 경향, 이민 증가 등과 아울러 점이 성행한다.이런 경향을 틈 타 역술을 접목시킨 각종 아이디어 상품이 증가하고 상품의 마케팅에 이용되기도 한다. 액세서리에 동양 점의 부적이나 서양 점성술의 수호자리를 달아 파는 상품이 등장한지 오래다. 운세를 예언하는 작은 글귀들을 포장지나 상품 안에 포함시켜 매출의 증가를 노리려는 ‘포춘쿠키(Fortune Cookie)’형태의 일반 상품들도 마케팅의 한 전략으로 다시 등장했다. 미국에서는 일별, 주별 운세표를 담은 조그마한 책자가 이미 하나의 상품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전화 700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운세예언도 직접 점을 보는데서 오는 부담감이나 부끄러움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한탕주의 성향도 더욱 기승을 부린다. 경제난으로 인해 좌절된 욕구가 일부 한탕주의로 표출된 것이다. 복권시장이 급팽창하며 경마·경륜 등 합법적 도박이 활성화된다. 경제학적으로 복권은 극단적인 소비행태의 한 유형으로 자주 등장한다. 당첨됐을 때의 많은 상금과 당첨되지 않았을 때의 손실과의 비교를 통해 사람들은 복권을 살지 아니면 그 돈을 다른 곳에 쓸지를 결정한다. 당연히 당첨될 확률이 높을수록 복권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복권 당첨률은 변하지 않았는데도 복권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까닭은 복권당첨상금의 가치가 엄청나게 상승했기 때문이다.대부분 억원대인 1등의 당첨금은 일반 근로자에게는 꿈과 같은 액수이다. 여기저기 얽혀 있는 가계대출의 악순환을 단번에 끊을 수 있다는 심리적인 희망까지 고려하면 복권당첨은 그야말로 ‘한건’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물론 복권을 사려면 어느 정도의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5백원, 혹은 1천원 하는 복권가격은 당첨금액의 달콤한 유혹에 비하면 그야말로 푼돈인 셈이다.다단계 판매, 프랜차이즈 사업도 불황기에는 번성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치 않은 하기 쉬운 사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물론 생각 만큼 쉽지 않다) 자의든 타의든 직장을 떠났거나 직장을 구하지 못한 층에서는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긴다.그러다보니 점 비즈니스, 복권 비즈니스, 다단계판매 등이 증가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분야에 관심을 갖는다. 그렇지만 명심할 점도 있다.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월급쟁이의 퇴직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도 있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사업이라면 돌다리 두들겨 보듯 신중해야 한다. 가능한 한 투자는 적게 하고 ‘대박’운운하는 달콤한 유혹은 과감히 떨쳐 버려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