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방(43) 실장은 한국아이비엠에서 근무한지 올해로 19년째다. 강산이 두 번 변한다는 세월이다. 회사 내에서도 원로(?)에 속하는 그에게 올해 리눅스영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이 주어졌다. 리눅스는 아이비엠이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비즈니스. 한국아이비엠은 지난해말 리눅스 영업팀을 신설하고 올해 1월초 수장으로 이실장을 앉혔다. 이실장이 지목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특정 제품에 국한하지 않고 적용이 가능한 리눅스 특성상 아이비엠의 모든 시스템을 다뤄본 이실장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82년 한국아이비엠에 입사한 이후 86∼88년까지 2년 동안 사내 교육부 강사로 외도(?)한 것을 빼고는 지금까지 기술지원 부서에서 근무한 그의 이력이 이를 뒷받침한다.그런 그에게도 매니저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었다. 이실장은 “성격적으로 나서길 싫어하고 혼자 하는 일을 좋아해 관리자가 된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며 “그동안 몇 번 관리자의 제안을 받았지만 고사한 이유도 이런 성격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98년 기술지원센터의 관리자가 됐다.“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나의 모험이었죠. 관리자의 직책을 맡고 보니 생각보다 재미있었어요. 나중엔 진작에 할 걸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신이 모르고 있던 새로운 능력을 발견한 것이다. 이실장은 올해 새롭게 맡은 리눅스 영업도 자신에 대한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실장은 “여성이라고 해서 남성과 다르다는 생각이 잘못된 거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모든 것을 다 해보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한국기업에 비해 비교적 여성에게 너그럽다는 외국 기업에도 벽은 있게 마련이다. 이실장은 이런 벽들을 어떻게 헤쳐 나갔을까. 우선 일을 시작하면 ‘잘했다’는 소리를 들을 때까지 집중했다. 또 일을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부딪쳐 해결했다. 지금도 고객이 부르면 새벽 2시에도 나갈 정도로 열성인 것도 자신을 키우는 힘이 됐다. 한국아이비엠의 조직, 문화에 대한 자랑이 많은 이실장은 여성 관리자의 역할이 아직도 어렵다고 털어놓는다.그는 “술과 골프 등 접대가 많은 한국 영업 풍토에서 여성 매니저의 운신의 폭은 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술과 골프를 못한다고 해서 영업에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실력만 있으면 어디서든 당당하게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이실장의 전공분야는 프리세일즈. 영업을 잘하기 위한 기술적 지원 사격에 해당한다. “프리세일즈는 AS와 다르다. 기술지원은 고객이 필요한 시스템 사양에서부터 어떤 식으로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지에 대한 컨설팅까지 제공해 준다.” 이실장은 그래서 영업 마인드가 있어야 기술지원도 잘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