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은 동네 통닭집서 사먹는 양념닭과 튀김닭으로만 알고 있던 게 우리네 인식. 그런데 불과 몇 년 새 ‘치킨이 생각날 땐 KFC’ ‘치킨 앤 비스킷-파파이스’라는 모토를 앞세운 KFC와 파파이스의 치열한 마케팅은 치킨에 대한 소비자들의 개념을 바꿔버렸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치킨 시장을 함께 형성하고 키워 온 두 회사의 시장 쟁탈 경쟁은 닭을 튀기는 기름보다 더 뜨겁다.치킨 시장 전체 규모는 추산하기가 모호하다. 배달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동네 치킨점까지 모두 합해 연간 1조2천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KFC, 파파이스,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 메이저 브랜드 5의 매출을 더한 시장 규모를 더 중시한다. 99년 8천5백억원이던 시장은 2000년 1조 2천4백억원으로 급성장했다.양사 모두 지분은 국내에서 갖고 있지만 로열티를 지불하는 라이선스다. 84년 국내서 선보인 두산계열사 KFC는 KFC외에도 피자헛 등의 외식업체를 갖고 있는 미국 트라이콘의 브랜드다. 대한제당 계열사인 파파이스는 역시 처치스 치킨, 시애틀 베스트 커피 체인 등을 운영하는 미국 AFCE사의 브랜드로 국내에는 94년 선보였다.양사의 ‘치킨시장 공략기’는 그야말로 ‘엎치락 뒤치락’의 역사로 지금은 KFC가 ‘엎치락’ 상태. 95년 파파이스가 바삭바삭함을 강조하는 ‘크리스피’와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매운 양념을 한 ‘스파이시’치킨, 뜨겁고 감칠맛나는 비스킷을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선풍을 일으켰다. 당시 짭짤한 ‘오리지널’ 치킨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선발주자 KFC는 이 기세에 시장 방어에 어려움을 겪었다. 10년이나 먼저 출발했음에도 98년(파파이스 1백42, KFC 1백35개) 99년(1백60, 1백52개) 매장 수에서 추월당하기도 했다.그러나 KFC가 파파이스 제품의 특성을 자사 제품에도 반영하는 등 신제품을 내놓거나 제품을 개선하고 우위에 있는 자본력과 마케팅력으로 방어에 나서면서 98년부터 시장은 다시 KFC가 주도하는 형세. 2000년 매출은 KFC와 파파이스가 57대43의 비중을 차지한다.체인 외식사업의 핵심 중 하나는 매장 확산 전략이다. 패스트푸드의 특성상 접근이 쉬워야만 고객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KFC 황진화 상무는 지방 중소 도시를 중심으로 올해 신규 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99년 1백52개이던 매장 수는 2000년 2백6개로 크게 늘었고 올해말까지 39개 매장의 문을 새로 열어 모두 2백45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초기의 급속한 매장 증가속도에 비해 지난해 정체됐던 파파이스는 올해 2백25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매장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KFC는 1백% 직영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체인 사업의 성패는 일관성, 즉 어느 매장에 가도 똑같은 맛, 균질한 서비스 제공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반면 현재 1백75개 전체 매장 중 1백51개가 가맹점인 파파이스는 ‘주인이 자기 사업을 할 때와 피고용인이 관리할 때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가맹점 체제의 효율성을 이점으로 내세운다. 사업 초기에 매장 수를 크게 늘릴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가맹 체제를 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맛은 내가 최고” 한치 양보없어제품의 맛에 대해서만큼은 털끝만치의 양보도 없다. 파파이스가 공세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에 진출할때만 해도 맛이 확실히 구분됐지만 비슷비슷한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우열을 따지기가 어려워진 상태다.파파이스 마케팅본부 신호진 과장에 따르면 “맛은 파파이스 마케팅, 영업 전략의 핵심이자 모든 것”이다. 맛에 있어서는 타사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파파이스는 ‘케이준 스타일’이라는 미국 뉴올리언스 지방의 독특한 요리법을 내세운다. “케이준 스타일의 치킨과 비스킷으로 사업 초기, 빠른 시간 내에 차별화가 가능했으나 최근 타사의 모방으로 인해 이같은 차별점이 희석된 감이 있다. 그러나 비슷해 보인다고 다 같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올해는 기본 제품의 판매 강화를 통해 이같은 점을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는데 역점을 두려고 한다. 5월을 기점으로 여러 종의 신제품도 내놓을 계획이다.한편 KFC 역시 “맛은 우리 닭이 최고”라고 주장한다. KFC만의 비법인 열한가지 양념에서 비롯하는 고유의 맛, 압력 튀김기를 쓴다는 점, 그리고 조리된 냉동 재료를 가져와 매장에서 튀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매장서 직접 조리가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꾸준한 신제품 출시가 이뤄지는 것도 이 회사의 강점이다. 96년 ‘징거버거’, 98년 ‘트위스터’, 2000년 ‘타워버거’ 등 지속적으로 히트 신상품이 나왔다.마케팅과 브랜드 파워에서는 KFC가 한 수 위인 상태. 마케팅팀 김태리 부장은 “주요 타깃 고객은 20대 여성이지만 어린이와 가족 시장 개척에도 관심을 갖고 있어 주택가 점포에는 어린이 놀이방을 설치해가고 있다”고 밝혔다.‘제품에서 확실한 우위가 있음에도 초기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파파이스도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으로 인력 충원에 나섰다. 상대편을 염두에 둔 듯 “물량 공세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이경선 상무는 말했다.파파이스와의 간격은 이제 웬만큼 벌려놓았다고 생각하는 KFC는 맥도날드를 경쟁상대로 삼으려 한다고. 치킨과 햄버거의 소비자가 구분이 뚜렷하지 않아 서로 대체재가 되기 때문이다.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의 패스트푸드 브랜드에 대한 ‘경쟁심’만큼은 두 라이벌의 생각이 정확히 일치해서 “쇠고기 돼지고기에 비해 닭고기의 우수성에 대한 강조”에 대해서만큼은 양사가 이견이 없었다.인터뷰/ 황진화 (주)두산 KFC BU 상무치킨류 주력 ‘타업종과 차별화’올해의 핵심 전략은.‘KFC는 치킨 엑스퍼트’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는 것이다. ‘치킨은 한 끼 식사가 아니라 간식’으로 여기는 생각을 바꾸려 버거 제품도 잇따라 내놓았고 이것은 성공적인 전략이었다. 그렇지만 우리 버거는 모두 치킨으로 만든다는 점을 강조한다. 올해는 신상품도 치킨류로만 내놓을 계획이다. 3월에 내놓은 팝콘 치킨도 반응이 좋다.치킨을 비롯 패스트푸드 업종간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데.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외식 사업은 연평균 30% 라는 기록적인 성장세를 꾸준히 나타내고 있다. 경기가 침체되도 먹는 장사는 별로 영향을 안 받는다. 올해 시장도 낙관하고 있다. 더구나 닭고기는 영양이나 맛에서 우수한 아이템이다. 이 좋은 재료를 조리만 잘 하면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본다.인터뷰 / 이경선 (주)TS해마로 파파이스 마케팅 본부장“비슷해 보여도 질이 다르다”파파이스는 ‘맛’을 강조하지만 소비자들은 별 차이를 못 느낀다.타 업체들이 앞다퉈 비슷한 제품을 내놓는 바람에 회사 제품의 혁신성이 희석된 감이 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아주 다르다. 예를 들어 우리 대표 상품 중 하나인 ‘휭거필레’는 닭 안심으로 만드는 데 이 부위는 닭 한 마리에서 딱 두 개 밖에 나오지 않는다.겉이 비슷하다고 속도 같은 건 아니다. 이런 점을 알리는데 주력하는 한편 라이스 제품 등 다른 패스트푸드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케이준만의 아이템으로 차별화를 꾀하겠다.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매장마다 제품 질이 다르다는 지적이 있는데.가맹점 형태의 단점이고 이같은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 교육을 통해 개선해 가고 있다. 그렇지만 매장당 효율을 극대화하고 빠른 시간에 규모를 늘리는데 가맹점만큼 좋은 방식은 없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