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 반짝 호황 후 위축 … IT붐 타고 소형 전문업체 부각
생산성본부·능률협회 등 '빅3'들은 별도 법인설립이나 컨설팅 영역특화로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한국능률협회매니지먼트.우리나라에서 기업을 상대로 한 경영컨설팅이 시작된 것은 지난 58년. 한국생산성본부가 경영지도부라는 부서를 만들어 기업들의 경영분석을 해주면서부터다. 그후 국내 컨설팅업체들은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사정이 변했다. 컨설팅 프로젝트 수주에 총력전을 펼치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90년대 중반부터 국내시장에 물밀 듯 진출한 외국 컨설팅업체들이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하는 데다 최근 IT붐이 일면서 소형 부티크형태의 전문컨설팅업체들이 폭증해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1조원 시장 놓고 ‘다 덤벼’현재 국내 컨설팅시장이나 업체 수는 정확히 파악이 안 되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대략 1조원대의 시장규모에 1천여개의 컨설팅업체들이 영업중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나마도 정확하지 않다는 사족이 붙는다. 시장규모의 경우 컨설팅업체들이 받는 수수료를 기준으로 잡을 수 있지만 정확한 금액이 파악되지 않는다. 고객인 기업의 경영관련 내용을 외부로 밝히지 않는 컨설팅업의 윤리 때문이다.업체의 숫자도 파악이 힘들다. 다양한 분야의 컨설팅을 수행하는 업체들의 업무영역을 정확히 구분해 꼬집어 경영컨설팅업체라고 집계를 내기가 어려운 점도 작용한다. 그나마 가장 최근의 믿을만한 숫자로는 통계청의 ‘사업체 기초통계조사’가 있다. 지난 99년 말 기준으로 사업 및 경영상담업이 모두 1천1백50개로 집계돼 있다.그러나 이처럼 시장규모나 업체수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 있다. 바로 컨설팅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연구원에서는 90년대 들어 연평균 27.7%씩 고속성장을 해온 국내 컨설팅시장이 앞으로도 연평균 13%이상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며 시장규모도 지속적으로 팽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그래프 참조) 시장확대는 다른 업종보다 뛰어난 영업실적으로도 나타난다. 통계청에서 얼마 전에 낸 ‘2001년 1월중 서비스업 활동 동향’이란 자료에 따르면 법무·회계·경영상담업의 활동지수는 지난해 평균 15.7%나 성장한데 이어 올 1월에도 16.8%, 2월에는 12.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 활동지수는 서비스업의 생산활동을 종합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96년 지수 1백을 기준으로 지수로 만든 것이다. 통계청 서비스업통계과 김한식 사무관은 “컨설팅업의 활동이 왕성해 영업수익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처럼 팽창이 예상되는 국내 컨설팅시장에서 외국계 업체들과 맞서는 명예회복을 벼르는 토종 컨설팅업체로는 가장 먼저 한국능률협회·한국생산성본부·한국표준협회 등 ‘빅3’로 불리는 곳들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컨설팅부문만을 독립시킨 별도의 컨설팅 전문법인을 앞세우거나 외국계업체와 비교해 경쟁력이 있는 특정 분야에 전력을 집중하는 전략으로 프로젝트 수주에 나서고 있다.빅3·소형 전문업체, 활로 찾아 안간힘한국생산성본부는 현재 컨설팅사업본부내에 70여명의 정규직 컨설턴트를 두고 기업들의 경영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비전·전략수립, 경영진단, 기업회생, 인재개발, 조직혁신 등을 다루지만 가장 중점을 두고 자신을 보이는 분야는 인사·조직설계. 경영컨설팅사업본부 이춘선 본부장은 “직무분석을 통한 적정인력 산정, 통합인사관리, 성과관리 등 인사·조직설계를 오랫동안 해왔으며 가장 강점을 갖고 있다”며 “지난 98년 처음 실시한 정부진단에서도 국내외 유명 컨설팅업체들을 제치고 가장 우수한 결과물을 제출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한국능률협회는 지난 90년 경영컨설팅부문이 독립한 한국능률협회컨설팅과 이듬해 독립한 한국능률협회매니지먼트로 이원화한 컨설팅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능률협회컨설팅은 주로 고객만족 생산혁신 디자인 브랜드 등에 특화한 컨설팅을 펼치며 능률협회매니지먼트는 1백20명의 컨설턴트들이 전략·조직·IT 퍼포먼스 e-biz 등의 컨설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오랫동안 프로세스 혁신컨설팅을 한 강점을 살려 올해에는 ERP 디지털경영 등의 컨설팅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게 전략마케팅실 조남운 실장의 말이다.‘빅3’와 함께 국내 컨설팅산업의 다른 한 축을 이루는 곳으로는 LG경제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 등 대기업부설 연구소들과 산업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들이 있다. 연구소내에 별도로 컨설팅센터를 운영하면서 그룹관계사, 외부기업, 정부, 기관의 경영컨설팅사업을 진행한다. 지난 88년부터 경영분석실을 통해 컨설팅사업을 해온 LG경제연구원은 29명의 컨설턴트들이 컨설팅센터에 소속돼 기업들의 경영진단과 처방을 내려주고 있다. 요즘 그룹 내부의 프로젝트가 많아 외부컨설팅을 선별적으로 하고 있거나 사절하고 있지만 경영컨설팅 프로젝트를 가장 많이 하는 연구소로 알려져 있다.‘빅3’와 연구소라는 국내 컨설팅업 양대 기둥의 틈새를 비집고 자리를 잡은 컨설팅업체들도 최근 급속히 늘고 있다. 소형 부티크식으로 운영되는 전문 컨설팅업체들이다. 기능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기업들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종합고객정보시스템(CRM), 지식경영시스템(KMS), 전자상거래(EC) 등에 대한 수요를 겨냥해 컨설팅을 펼치는 곳들이다. 인사·마케팅·리스크관리 등 대형업체들을 피해 틈새시장을 겨냥한 곳들도 있다.소형 전문컨설팅업체 가운데 이름이 알려진 곳으로는 인사분야의 오즈컨설팅, 솔루션기반의 마케팅·지식경영·성과측정 등을 컨설팅해주는 사이버펄스컨설팅, 리스크관리의 향영21리스크컨설팅, 성과관리의 갈렙컨설팅, 벤처나 e-biz를 컨설팅해주는 벤처포트와 엔쉐이퍼 등을 들 수 있다. 사이버펄스컨설팅은 최근 컨설팅 프로젝트 수주가 급증해 주목받는 삼정컨설팅그룹이 설립한 업체다. 삼성화재 가스공사 검찰청 등의 지식경영시스템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e-biz시장을 향후 주력시장으로 설정해 놓고 준비중이다. 오즈컨설팅은 중견기업을 타깃으로 전략적 인적자원관리, 연봉제, 팀제 구축, 직무분석 등의 컨설팅을 해준다.화제의 기업컨설팅마켓플레이스 ‘코넷아이’수요자 원클릭 연결 ‘새바람’경영컨설팅을 둘러싸고 말이 많은 게 이제까지 현실이었다. 미리 업체를 내정해 두고 컨설팅용역 공고를 낸다고 해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말이 나오는가 하면 기업들로부터 ‘컨설팅의 결과물이 형편없다’는 불만도 나오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불만이 사라질지 모른다. 어설픈 컨설팅업체라면 발붙이기 힘들 수도 있다.기업들도 ‘뒤’로 들어오는 각종 ‘문의’와 컨설팅결과에 대한 걱정을 덜 수도 있다. 컨설팅 수요자인 기업과 공급자인 컨설팅업체를 연결시켜주는 마켓플레이스(www.coneti.com)가 생겨난 것이다. 10여년 이상 컨설팅업무를 해온 전문가집단이 모여 설립한 (주)코넷아이에서 운영한다.“ESP(External Service Partner, 컨설팅 등 지식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나 개인)들을 위한 마켓플레이스로 컨설팅업체의 과거 컨설팅 결과물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기업수요에 적합한 복수의 컨설팅업체를 연결해준다”는 게 박대순 상무의 말이다. 기업은 연결된 컨설팅업체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가장 알맞은 곳을 고르면 된다.중견기업 이하를 타깃으로 했음에도 고객회원이 대기업을 포함해 4백여개에 이를 정도로 인기다. 공급자인 컨설팅업체(ESP)들은 경영 전략 IT 등을 전공으로 갖고 있는 4백여개사가 회원으로 가입했으며 2천여개 컨설팅 업체를 회원으로 영입한다는 계획을 추진중이다.코넷아이의 수익모델은 회원가입비와 컨설팅업체로부터 받는 컨설팅금액의 5∼15%가량인 수수료. “컨설팅시장을 경쟁력을 갖는 성과물 중심으로 변화시켜 궁극적으로 컨설팅의 품질을 높이고 기업의 컨설팅업체 선정이나 컨설팅업체의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노력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박상무의 말이다. (02)722-9496©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