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경영이 만난다면?’국민대 경제학부 김재준(41) 교수는 “그건 창의성 경영의 출발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창의성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능력이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시야가 넓어지고 시각이 섬세해 진다”는 것이 그의 지론. 폭넓은 시각, 독특한 시각은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갖춰야 할 경영자의 요건. 경영은 예술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경제학자인 김교수가 난데없이 미술과 경영의 랑데부를 시도하는 이유는 그의 전공과 취미의 접점을 찾기 위해서다.83년 미국 프린스턴대학 유학시절부터 뉴욕현대미술관을 들락거리며 키워온 미술수집가로서의 취미와 국제경제학을 전공한 그의 ‘밥벌이’는 최근까지 평행선을 달려왔다. 지난 97년 미술품 콜렉터로서의 경험을 <그림과 그림값 designtimesp=20925>이란 책으로 펴내기도 했고, 지난해엔 <문화산업의 발전방안 designtimesp=20926>이란 문화경제학 서적도 출간했지만 쉽사리 자신의 취미와 일의 조화는 이뤄지지 않았다.달리면서 창작 열정 불러내이런 고민은 엉뚱하게도 지난해부터 시작한 ‘달리기’를 통해 해결됐다. 마라톤을 시작한지 두 달쯤 지났을까, 갑자기 창작 욕구가 샘솟듯 솟구쳤다. 생각나는 대로 그리고 만들기를 시도하면서 지금껏 막혔던 창조 에너지가 분출하고 있음을 직감했다.급기야 지난 4월초 서울 청운동 갤러리(artlifeshop.com)에서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 화가인 에드워드 서머튼(39)을 초청, 전시회를 열면서 자신의 작품도 슬쩍 끼워(?) 넣었다.“그리기를 통해 터득한 창의적 에너지를 경영학에 접합시킨다면 창의성 경영이란 주제로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미술을 통해 창의성과 조직, 인간, 회사를 만들어나가는 방법을 연구할 계획입니다.”달리면서 창작의 열정을 불러낸 김교수는 이어서 에너지를 관리하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 발성법을 배웠다. 체내 에너지 관리의 기본은 호흡법을 통해 목소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는 역시 지난해 발성법을 배우면서 음치에서 해방됐을 뿐 아니라 건강관리에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신체훈련과 호흡법을 통해 에너지를 높이고 관리하면서 김교수는 꾸준히 감수성을 키워내는 훈련을 했다.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디자이너들과 함께 그의 갤러리에서 그리기에 몰두하고 작품의 컨셉에 대해 서로 이야기한다. 추상적인 개념들이 그리기를 통해 구체화되고 일상의 모습들이 정신적 거름종이를 통해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난다.“지식경영은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부분적 진실이죠. 아는 것 때문에 볼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놓칩니다. 생각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봐야 하며 본 것을 논리와 감성적 언어로 설명해야 할 때 사물의 내면과 본질을 알 수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우리 갤러리로 오세요. 매주 일요일 오후 그림을 그리면서 창의성을 키워보자고요.”김교수는 이같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정책연구원에서 ‘디자이너를 위한 MBA’ 과정에 특강을 나가고 있으며 창의성 경영이란 주제로 경제일간지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