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둘, 케이블 채널 몇 개. 외형상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동양그룹이 앞으로 ‘엔터테인먼트를 주력으로 하겠다’고 천명했을 때는 ‘사태의 심각성’이 짐작될 만 하다.멀티플렉스 메가박스는 올해 4백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첨병은 동양제과의 미디어분야 지주회사 온미디어와 극장 및 영화분야의 메가박스 씨네플렉스. 온미디어가 투니버스, OCN, 바둑TV, HBO(영화채널), 온게임넷 등 5개 케이블 채널을 갖고 있고 두 개의 영화채널과 음악채널을 더해 올해말까지 모두 8개 채널을 보유한 국내 최대 복수 프로그램 공급자(mpp)가 된다. 올 하반기에 위성방송에도 진입한다. 케이블 업계에서 온미디어는 이미 큰 손 자리를 굳혔다. 만화채널 투니버스가 시청 점유률 1위를 포함, 온미디어의 채널들은 시청률면이나 수지타산에서 모두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케이블 채널중 가장 인기 있는 영화 채널을 완전히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5개 채널 중 99년에는 OCN이, 올해는 온게임넷을 제외한 채널이 케이블 출범 6년만에 모두 흑자로 전환했다. 온미디어 김성수 상무는 “운영 제작 송출의 일원화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 인력을 통합관리하는 시너지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채널간 콘텐츠 공유와 광고 마케팅, 프로그램 번들 판매 등을 통해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다.시너지효과 이미 가치화한편 영화 쪽에서는 지난해 5월 멀티플렉스인 메가박스 씨네플렉스가 코엑스에 문을 열었다. 극장은 하나지만 여기서 일어나는 매출은 2000년 2백억원, 올들어 월평균 30억원이다. 올해 대구 10개관, 수원 5개관을 새로 열고 2003년까지 극장 10여개, 1백개 관을 갖출 계획이다. 메가박스 씨네플렉스 김우택 상무는 “케이블과 위성 TV, 극장, 인터넷, 그리고 언젠가는 공중파까지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는 모든 접점을 장악한다는 것이 중기 목표”라고 말했다.선발주자 CJ엔터테인먼트와 여러 모로 직접 경쟁 관계에 있는 동양은 케이블 쪽에서는 우위를, 콘텐츠 제작 쪽에서는 열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드웨어 구축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지금 김우택 상무는 올해 영화 제작에 1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 종합 엔터테인먼트 메이저를 지향하는 기업으로서 당연한 수순이다. 소프트웨어 구축에 나서는 것이다. 케이블쪽도 마찬가지. 온미디어는 자체 게임 제작을 시작한다. 6월에는 인터넷 비즈니스를 강화하기 위해 온라인 마케팅 회사인 제미로 온라인을 설립한다.동양이 내세우는 차별화 전략 중 하나는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세계 1위 기업들과 다양한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케이블채널 HBO와 OCN은 타임워너 계열의 케이블 네트워크인 HBO로부터 1천2백50만달러를 끌어들였고 극장 사업에서는 네덜란드 투자회사인 모리따 인베스트먼트 인터내셔날과 소니 계열의 미국 최대 극장체인망 LCI에서 각각 3천만달러와 4백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김성수 상무는 “이들이 갖고 있는 미디어 기업경영의 노하우를 배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들의 노하우 중 핵심은 국제화 전략과 미디어를 철저히 이익 중심의 기업으로 인식하는 방법이라고 한다.장기 목표는 다른 경쟁자들과 마찬가지로 아시아 메이저다. 동양이 생각하는 아시아 메이저란? “우리 브랜드, 우리 콘텐츠가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상품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태”다. “지금 인프라와 시스템만 탄탄히 구축해 두면 후배들이 일할 때쯤에는 현실화되지 않겠습니까. 5∼10년이면 될 것 같은데요.” 김성수 상무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