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회장 '가치경영'토대 위에 기술 경쟁력 제고 혼신…'아크로비스타'성공적 분양 자신

대상의 두 번째 전문경영인 회장이 되셨습니다. 특히 3년정도 회사를 떠났다가 컴백해 감회가 새로우실텐데요.회갑 및 진갑이 다 지난 나이에 그것도 회사를 떠났다가 컴백한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회사를 떠나있는 동안 모처럼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는 한번 일을 시작하면 몰두하는 타입이어서 회사에 있는 동안 가족들과는 거의 시간을 보내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지난해 4월 임창욱 명예회장께서 저를 부르셨습니니다. 전임회장께서 미래지향적인 가치경영의 틀을 마련했으니 이제 기술자인 제가 국제경쟁력을 갖춘 ‘기술의 대상’으로 회사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시더군요. 그래서 지난해 5월 회사로 복귀했고 10여개월만인 지난 3월 고회장의 뒤를 이었습니다.(이회장은 지난 97년 사장으로 있던 (주)미원이 세원과 합병하자 세원의 사장이자 대학선배인 고두모 회장에게 합병회사의 대표이사 자리를 양보하고 회사를 떠났었다. 당시 임명예회장은 고회장과 이회장을 공동대표인 투톱체제로 꾸려갈 계획이었다고 한다. 회사 경영관리는 서울대 상대 출신인 고회장에게 맡기고 기술은 서울대 공대 출신인 이회장에게 담당케할 요량이었던 것. 하지만 이회장은 고회장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사직서를 내고 회사를 떠났다.)대상이 전문경영인 회장체제 2기를 맞았지만 그래도 오너의 입김이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있습니다.사실 임명예회장께서는 지난 87년 10년만 일하고 회사를 떠나겠다고 했는데 10년째인 97년 진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습니다. 아예 사무실까지 없앴습니다. 그때 설마했던 임직원들에겐 신선한 충격이었지요. 저도 놀랐으니까요. 임명예회장은 그후 그룹의 웬만한 일은 모두 전문경영인에게 맡겼습니다. 요즘도 제가 가끔 사업과 관련, 상의차 임명예회장을 찾아 자문하면 “저보고 어떻게 하라시는 겁니까”하고 되물어 오히려 저를 무안하게 만들 정도입니다. 그만큼 전문경영인에게 이미 모든 권한을 맡겼다는 얘기입니다. 때문에 저는 되레 임명예회장이 주요사업에 많은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편이죠.(대상이 최근 모델하우스를 오픈한 최고급 아파트 아크로비스타와 관련, 이회장은 임명예회장에게 여러차례 자문했으나 ‘전문경영인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뜻의 말만 들었을 뿐 별다른 얘기가 없었다고 한다. 이는 임명예회장이 주요사업을 전문경영인에게 철저히 맡긴다는 얘기다. 다만 이회장은 미술에 조예가 깊은 임명예회장의 부인으로부터 인테리어에 관한 조언만 들었을뿐 모든 것을 이회장이 결정했다고 한다.)이회장께서 앞으로 주력하실 사업은 무엇입니까.대상이 발효, 식품, 전분당 등 국내외의 명실상부한 전문적인 종합식품회사로 자리를 잡도록 하는 게 저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세계적 일본 종합식품회사인 아지노모도는 발효의 유전자 지도를 만드느라 혈안이 돼 있습니다. 이는 종합식품회사들의 미래를 결판짓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지요. 저희도 이미 이에 대한 연구개발에 들어갔습니다. 이젠 한곳에(종합식품회사) 집중해야겠지요. 또 최고급 아파트인 ‘아크로비스타’의 성공적인 분양에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요즘 최고급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아크로비스타는 다른 최고급 아파트들과 다른 점이 어떤 게 있을까요.제가 회사로 복귀했을 때 아크로비스타의 내용을 보고받고 몇가지 문제가 있어 완전히 뜯어고쳤습니다. 71%에 불과했던 전용률을 78%로 높이도록 했습니다. 때문에 다른 최고급 아파트보다 전용면적이 3~4평정도가 넓습니다. 또 저층(2층)에 설치키로 했던 연회장, 전망대, 휴게실 등 클럽하우스를 로열층인 29~30층으로 옮기도록 해 아크로비스타 주민이면 누구나 시원한 조망권을 즐길 수 있습니다. 아마 녹지공간도 저희 아파트가 가장 넓을 것입니다. 또 구조, 조경, 건축설계, 감리 등은 해외전문회사와 제휴를 통해 최고수준의 설계가 이뤄지도록 했습니다. 아크로비스타는 금융기관, 명품테마상가, 대형마트, 스포츠센터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첨단의 아파트라고 자부합니다.(아크로비스타는 대상이 서울 서초동 사법연수원 맞은 편에 짓는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다. 이는 이회장이 사실상 주도한 만큼 성공여부에 따라 이회장의 주요업적으로 자리잡을 큰 사업이다. 대림산업이 시공자인 아크로비스타는 29~37층 3개동에 총 7백57가구가 들어서며 분양가는 1천만~1천8백만원에 결정될 예정이다. 아크로비스타는 4월25일 모델하우스를 오픈했다.)이회장께서는 새 브랜드인 ‘청정원’ 아이디어를 낸 주인공으로 알려져 있는데요.요즘엔 대상이라는 회사이름보다 ‘청정원’이라는 브랜드명을 더욱 친숙하게 생각하는 고객들이 많습니다. 청정원 브랜드는 깨끗하고 믿을 수 있는 국내 최고 식품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대상의 옛이름인 미원은 조미료 이미지가 너무 강했던 게 사실입니다. 때문에 다른 식품을 개발해도 조미료가 가미된 것처럼 인식돼 종합식품회사로 발돋움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습니다. 이에 마케팅 전문가들은 임명예회장에게 브랜드를 바꾸도록 조언하기도 했었죠. 이러던 차에 90년대 중반 임명예회장께서 ‘브랜드를 바꾸라’는 지시가 떨어져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청정원’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냈던 것입니다. 따라서 종합식품에는 청정원, 조미료에는 미원, 커피류에는 로즈버드 등 패밀리브랜드가 탄생한 것입니다. 이젠 고객만족 경영을 위해 열씸히 뛰는 일만 남았습니다.(이회장은 미원유화 대표시절 고정관념을 깨고 창조적인 근무분위기 조성을 위해 거꾸로 가는 시계, 일명 로완타이머를 도입해 기업경영에 시테크바람을 확산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요즘엔 주가관리가 대기업 회장들의 중요한 몫이 되고 있습니다.대상은 계속적인 흑자로 유보율이 1천5백%를 넘고 부채율도 1백80%에 지나지 않는 등 건전한 회사입니다. 이럼 점에 비추면 최근의 주가(4월25일 현재 1천1백80원, 액면가 5백원)는 아주 저평가된 것입니다. 이는 항간에 아크로비스타와 관련된 악성루머 때문입니다. 한때 ‘대상이 돈이 없어 아크로비스타 공사를 연기했다’는 둥 ‘나중엔 공사가 중단될 것이라’는 둥 근거없는 얘기들이 떠돌아다녔죠. 하지만 이내 이같은 얘기들은 헛소문이라는 게 밝혀지고 말았습니다. 이번 분양이 성공리에 끝나면 공사비를 빼고 3천5백억~4천억원정도가 들어옵니다. 그러면 부채율도 1백50%대로 뚝 떨어지게 되지요. 이때쯤되면 시장이 저희의 주식을 제대로 평가해 주가가 오르리라 믿습니다.Profile in Mirror이덕림 대상(주)회장은 서울대 공대 출신의 기술자다. 그래선지 그는 임기동안 대상의 기술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다음 전문경영인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게 자신의 역할임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하지만 요즘 그는 스스로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영관리부문과 관련, 전문서적을 즐겨 읽으며 많은 것을 보완했다고 한다. 피터 드러커의 <미래의 결단 designtimesp=21011>, 스티븐 코비의 <원칙중심의 리더 designtimesp=21012> 등은 그가 최근 가장 인상깊게 읽은 책들이다.하지만 이회장은 이미 90년대 초반 미원음료 및 미원유화의 사장으로 종합경영을 해온 전문경영인이다. 따라서 경영관리에 대한 이회장 자신의 평가는 전임회장을 배려해 스스로를 낮춘 겸손함이었음이 쉽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