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입지 선정 등 컨설팅사 이용하면 도움 … 개업 이후 더 중요 ‘품질·서비스’ 꾸준히 개선
김영수씨(35·가명)는 2개월 전까지 전자부품 생산업체의 과장이었다. 대리 시절 IMF 삭풍을 힘겹게 넘기고 지난 연말 승진할 때까지 ‘회사’를 최고 가치로 삼았던 사람이다. 그러나 막상 과장이 되고 새해를 맞으니 회의가 밀려왔다. “부장이 되기 위해 다시 몇년간 뛰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득하더군요. 이후 임원이 된다는 보장도 없고. 얼마 오르지 않은 과장 봉급으로는 두 아이 학원비도 빠듯하니….”김씨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한동안 잊고 지내던 ‘내 사업’ 실현에 나선 것. 하지만 대다수 창업희망자가 그렇듯 그 역시 경험이 전무한 데다 창업자금도 충분치 않았다. 김씨의 창업 여정을 따라 창업자의 단계별 필수 체크포인트를 살펴보자. (도움말:유재수· 한국창업개발연구원장)1. 창업 박람회에 가다‘아무것도 모르는 봉급쟁이가 무슨 사업을?’ 창업하기로 결심한 후 김씨는 아내와 동료들의 반대에 부닥쳤다. 그 자신도 생각만 많을 뿐 창업정보를 제대로 접해 본 적이 없었다. 일단 인터넷을 통해 몇몇 창업정보 사이트를 둘러봤다. 하지만 수많은 창업 아이템 가운데 어떤 것에 관심을 둬야 할지 막막했다.마침 창업박람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있었다. 현장 감각을 익힐 겸 정보도 수집할 겸 박람회장으로 향했다.최근 창업 붐이 일면서 창업박람회도 자주 열리고 있다. 하지만 김씨같은 초보 창업자들은 무엇을 보고 어떤 것을 알아와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이럴 땐 여러 사람이 모여있는 부스에 가서 설명을 들어보도록 한다. 창업박람회는 대개 소자본으로 창업 가능한 프랜차이즈업체들의 전시가 핵심이므로 업체 설명을 1백% 믿는 것은 곤란하다.다만 관심이 생기는 분야라면 1대1 상담을 요청, 구체적으로 파고 들도록 한다. 홍보물을 수집해 집으로 돌아와 찬찬히 뜯어보는 것도 도움된다.2. 창업컨설팅회사를 찾아가다박람회장에서 각종 홍보물과 창업자료를 받아왔지만 딱히 호감 가는 업종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전자부품 영업 파트에서 7년 이상 일한 경력을 활용할 만한 아이템도 찾을 수 없었다.김씨는 잡지 창업란에 소개됐던 창업컨설팅 회사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전문가의 조언이 위험부담을 줄여줄 것이라 생각했다.창업컨설팅 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창업 수요 증가에 따라 창업 컨설턴트가 새로운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창업컨설팅회사를 고를 때는 역사가 오래되고 규모가 큰 업체를 찾는 것이 안전하다. 최근의 창업동향을 잘 파악하고 있는데다 다양한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창업희망자의 적성을 파악, 그에 맞는 업종을 선택하도록 지원한다.또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는 창업희망자에게 무료 컨설팅을 제공한다. 전국 50개 지역에 설치돼 있다.3. 창업 아이템을 선정하다한 창업컨설팅사에서 2시간동안 상담받은 김씨는 판매업 분야로 방향을 정했다. 컨설턴트도 사람 만나기를 즐기는 성격이 판매서비스업에서 발휘될 수 있으리라고 말했다.문제는 아이템 선정.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선 프랜차이즈 가맹이 나을 듯 싶었다. 하지만 영세한 업체들이 많고 부도율도 높다는 말에 선뜻 택하기가 망설여졌다.초보 창업자들의 가장 큰 고민이 바로 ‘무엇을 할 것인가’다. 사업경험이 없다보니 유행에 따라 몰려가고 결국 과당경쟁이 벌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철저한 시장 분석을 통해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프랜차이즈업체 선택은 아이템 선정과 같은 의미다. 호감가는 업체가 있다면 가맹점 몇 군데에 들러 실제 영업 환경을 관찰하도록 한다. 가맹점주와 대화를 통해 본사 신용 상태, 운영 시스템, 영업지원 상황 등을 꼼꼼히 체크해 본다. 가맹점주의 만족도가 곧 프랜차이즈업체 신뢰도로 연결된다.4. 입지 선택의 기로에 서다김씨는 자신의 영업력에 기댈만한 아이템을 고르다 건강식품 판매점을 선택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는데다 최근 들어 식품 종류도 다양해져 저변이 크게 확대됐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이제 ‘어디서 할 것인가’가 문제로 떠올랐다. 또 혼자서 상권분석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라고들 말한다. 그만큼 입지가 창업의 생명과도 같다는 의미지만 실제로 중요한 것은 해당 상권의 수요층과 업종을 꿰뚫는 정확한 조사다.먼저 원하는 상권 몇 군데를 선정한다. 한 상권에 2∼3일씩 나가 연령별, 성별, 계층별 유동인구 조사를 실시한다. 퇴근시간, 주말 특정시간에 조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 유동인구 동선을 따라 위치한 업종들을 조사, 분포도를 그려본다.부동산 중개업소에 들러 상권 포인트별 점포 임대료 추이도 조사한다. 이 과정을 통해 상권의 특징이 드러나고 피해야 할 업종, 성장기에 들어선 업종이 파악된다. 업종이나 주인이 너무 자주 바뀌는 점포는 피하는 것이 낫다.5. 창업자금이 부족하다가장 중요한 아이템 및 입지 선정이 끝났지만 정작 부족한 것은 창업자금. 여유자금이 많지 않은 김씨로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대출받는 수밖에 없다. 정부의 창업지원자금 대출이 있다고 들었지만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모른다. 12평 점포의 보증금과 권리금이 모두 4천만원, 시설비와 물품비 등을 포함하면 도합 7천만원선이 필요하지만 2천만원이 부족했다.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는 창업희망자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상담결과 자금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고 신용불량거래자가 아닌 경우 지원대상이 된다. 추천서를 받으면 국민·기업·한미은행 등에서 연리 6.75%로 대출받을 수 있다. 단 정책자금이 고갈되면 채워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또 국민은행은 한국프랜차이즈협회, 한국능률협회와 협약을 맺고 자사 선정 우수 브랜드 가맹점에 최고 1억원까지 지원자금을 대출해 주고 있다. 대출한도는 일반 운영자금의 경우 5천만원 이내이며 사업장 구입이나 입차자금의 경우 최고 1억원이다. 이밖에 근로복지공단과 장애인고용촉진공단,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에서도 창업자금을 시중 대출금리보다 저렴하게 지원하고 있다.6. 개업 D-3, 마음만 허둥지둥드디어 개업 D-3. 중산층 아파트가 모여있는 지하상가에 자리를 잡은 김씨는 생식과 허브, 다이어트식품 등을 들여놓고 막바지 점포 꾸미기에 들어갔다. 생전 처음해 보는 ‘내 사업’에 두려움 반, 설렘 반이다. 그러다보니 개업 전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지 허둥지둥 마음만 급하다.보통 길일을 택해 개업 날을 정한다. 개업을 3일 남겨둔 시점에는 본격적인 홍보를 시작해야 한다. 단골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목표 고객에게 신장개업 사실을 알려야 하는 것. 전단이나 카탈로그 등의 배포를 시작하도록 한다.또 고객이 오랫동안 기억할 만한 가벼운 기념품을 준비해 미리 나눠주기 시작한다. 실제로 손님이 방문하는 상황을 설정해 리허설을 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가족, 친지와 함께 여러번 시행해 볼수록 문제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첫 사업의 부담을 덜어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7. 개업 이후가 더 중요하다드디어 개업. 김씨는 ‘김과장’에서 ‘김사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개업은 본격적인 새 삶의 시작. 샐러리맨과 자영업자는 엄연히 다른 세계를 살아간다. 이후 경영자로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어떤 영업 전략을 짜야 할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초보에서 성공 사업가로 변신하기 위한 ‘기본’을 알고 싶다.이 사업의 최대 경쟁력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품질과 서비스다. 만족하는 고객은 다시 찾게 마련이고 구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물론 점포 내외부는 항상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인테리어와 복장에서도 절제된 이미지를 보여줘 간접적인 신뢰를 심어주는 전략이 필요하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미리 피악하려고 노력한다면 서비스 질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을 통해 ‘프로 장사꾼’이 되는 것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