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3’ 성공 발판 보안업체 M&A 가속화 … 5년내 세계 10대업체로 도약
“2005년에 세계 10대 보안업체로 도약한다.” 안철수 사장이 올해 1월 대내외에 선포한 야심찬 청사진이다. 이를 위해 안철수연구소(이하 안연구소)는 3년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연매출 7천5백억원 규모의 회사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우고 제품 개발, 수평적 네트워크 구축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연구소의 올해 매출 목표는 3백40억원. 과연 5년 안에 매출 7천5백억원 규모의 회사로 키운다는 안사장의 야심찬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안철수연구소는 지난해 초 회사이름을 변경한 후 보안솔루션을 하나 둘 확보하면서 보안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져왔다.안연구소는 지난해 초 회사이름을 변경한 후 보안 솔루션을 하나 둘 확보하면서 보안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99년초 앤디(EnDe)라는 PC보안 제품을 출시한 후 ‘MyV3’ ‘Vmon’ ‘MyFirewall’ 등 보안솔루션을 자체 개발했다. 그리고 자력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제품이나 서비스는 합작사를 만들거나 아예 관련 회사를 인수합병(M&A)하는 식으로 몸집을 키워왔다. 코코넛(보안관제서비스), IA시큐리티(무선단말기 보안솔루션), 자무스(PKI기반 암호인증), 아델리눅스(리눅스 보안 애플리케이션) 등에 30% 이상의 지분을 투자해놓고 있다. 또 올 3월에는 보안컨설팅과 관제서비스 전문업체인 한시큐어를 인수했다. 이외 KISEC(보안교육센터)도 합작 설립해 보안교육 분야까지 영역을 넓혔다. 안연구소는 이들 7개 관계사를 묶어 수평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보안컨설팅에서 사후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는 통합보안서비스 업체로 모습을 갖추게 됐다. 안사장은 “보안시장은 제품 위주에서 종합 서비스로 바뀌고 있다”며 “이를 위해 우리는 98년부터 준비해왔고 그 결과 컨설팅과 사후관리 무선보안까지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모델은 국내외에서 처음이고 외국업체보다 앞서 있어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고 덧붙였다.이처럼 안연구소가 보안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백신프로그램 V3라는 캐시카우(Cash Cow)가 든든하게 받쳐줬기 때문이다. 안연구소는 99년 업계를 강타한 CIH바이러스와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으로 백신 시장에서 재미를 톡톡히 봤다. 그 덕에 98년 매출 22억2천7백만원 이익 6억5천만원이었던 안연구소는 1년만에 매출 83억1천8백만원에 이익 32억2천7백만원을 올렸다. 그리고 지난해 백신업체로는 처음으로 1백억원대를 넘는 1백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이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3백4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안연구소의 매출 급신장은 통합보안서비스 업체로의 경쟁력을 갖추는데 필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기술과 자금이라는 ‘총과 실탄’을 확보해 보안시장 제패의 야망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실탄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백신 프로그램 매출과 올 하반기 등록을 준비하고 있는 코스닥시장에서 조달된다.총은 통합보안서비스를 위한 수평적 네트워크에서 나온다. 현재까지 구축된 7개 관계사 이외 방화벽(파이어월), VPN(가상사설망), IDS(침입탐지시스템) 등 부족한 솔루션은 자체개발 또는 협력업체와 공동 개발하거나 필요하다면 관련 업체를 인수 합병해 늘려갈 방침이다.안연구소의 이런 공격적인 보안시장 진출에 대해 업계는 긍정과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우선 부정적 시각은 공격경영으로 인해 기반이 취약한 국내 보안업계에 과열경쟁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안업체 한 관계자는 “안연구소가 보안시장에 진입하면서 필연적으로 경쟁관계가 생기게 마련”이라며 “그것이 제품이 됐든 고객이 됐든 안연구소의 보안시장 진출은 기존 업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안연구소의 보안시장 진출에 따른 업계의 변화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그 동안 협력관계에 있던 업체들이 경쟁자로 돌아선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시큐어소프트다. 바이러스월이라는 제품까지 공동개발했던 시큐어소프트가 안연구소가 보안시장에 진출하자 백신 프로그램 제휴선을 안연구소의 경쟁업체인 하우리로 바꾼 것이다.반면 기업의 보안 수요가 통합 보안시스템 구축이 대세인 만큼 안연구소의 변신은 당연한 선택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한 업체 관계자는 “솔루션 판매만으로 안정적 성장을 뒷받침하기는 무리가 있다”며 “안철수 사장의 선택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보안관련 CTO 영입, 기술 경쟁력 확보 박차어쨌든 안연구소는 보안시장 제패를 위해 보안관련 CTO를 영입하고 전체 인력의 40% 이상을 연구개발(R&D)인력으로 투입하는 등 기술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해외시장 진출에도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안연구소는 지난해 중국 일본 미국 등 3개 지역의 시장조사를 마치고 7월에 해외사업부도 신설하면서 해외진출을 본격화했다. 황효현 해외사업부 총괄부장은 “중국은 아직 시장이 성숙되지 않아 투자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고 미국은 기술과 경쟁환경 등 진입장벽이 높아 당장은 힘들 것으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일본은 로컬 백신프로그램이 없어 시장진입장벽이 낮고 시장규모도 국내의 10배 이상으로 크다”고 덧붙였다. 안연구소는 지난해 12월 한화재팬을 통해 일본에 V3 5천카피를 처음 수출했다. 또 벡터, 아스키, 빅글로브 등 일본의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통해 3천카피를 온라인 판매했다. 안연구소는 올 3월말까지 일본에 35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안연구소 ‘글로벌경쟁력’분석기술력 ‘우수’ 브랜드는 ‘글쎄?’안연구소는 국내 백신업계에선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다. 국내 진출한 네트워크어쏘시에이츠(NAI), 시만텍, 트렌드마이크로 등 세계적인 백신 업체에서도 이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안연구소를 해외로 갖다 놓으면 상황은 달라진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우선 안연구소가 아직 해외 공인 기관에서 인정할 만한 벤치마크 결과가 없다는 점을 든다. 해외에서 ‘장사’ 하기 위해선 세계에서 인증받은 벤치마크 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연구소는 쉽게 벤치마크를 받을 수 없는 입장이다. 국제컴퓨터보안협회(ICSA) 등에 등록해 인증받기 위해선 보유하고 있는 모든 바이러스 정보를 공개해야 하기 때문. 그렇게 되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안연구소의 경쟁력을 외국업체에 노출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황효현 해외사업부 총괄 부장은 “ICSA 인증을 추진하고 있지만 등록 조건이 바이러스 샘플 제공이 있어 타이밍을 맞추고 있다”며 “전략적으로 정보 오픈 시기는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해외에선 안연구소란 이름이 낯설다는 점도 해외 진출에 불리한 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시장에선 이미 ‘스타’가 돼 있지만 해외에선 관련 업계에 소개된 정도이기 때문이다.스스로 세계 30위라고 말하는 안사장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기술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수준입니다. 그것도 우리가 선두를 뒤쫓아간 게 아니라 거의 동시에 내놓았습니다. 기술력과 기획력에서 세계적이라는 것은 제품 라인업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소 부정적이다. 굿모닝증권 박재석 보안분야 수석연구원은 “국내에서 안연구소의 브랜드 인지도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세계로 한발짝 나가면 상황은 정 반대”라며 “안연구소의 세계시장 진출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자금이 뒷받침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안연구소가 세계적 보안업체가 되기 위해선 ‘글로벌 경쟁력’은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은 단순히 기술만 좋아서는 안 된다. 안연구소라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