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시장조사·업종·자금조달방법 등 ‘이민 위한 모든 것’ 챙겨야 성공

소액투자이주는 비자(E-2)를 받는 것 자체는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고 미국에서 활동하는 이민변호사들은 말한다. 미국입장에서 볼 때 미국내 투자활동을 위한 자금이 들어오고 미국시민을 고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이같은 투자규모를 갖고 비자받는데까지 성공해도 “70∼80% 이상이 비즈니스에서 실패하는 것같다”는 것이 미국 현지교민들의 지적이다.가장 큰 실패 이유는 우선 ‘준비부족’이다. 한국도 아니고 남의 나라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만큼 철저한 시장조사와 함께 지역과 업종, 자금조달방법, 생활계획 등 상세한 사업계획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인구관련 내용만 해도 상권주변지역의 총인구수 인종별 분포도 거주자연령층은 물론 소득수준 주거형태 등을 현지 답사 전에 인터넷에서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정도도 준비 안하고 무작정 오는 사람이 많다.특히 “자영업 경험은 없고 직장생활만 하던 사람들이 실패확률이 더 높다”고 컴투USA닷컴 최인락 사장은 밝힌다. “몸으로 때우면 되는 일이라고 단순하게 생각, 사업에 대해 철저히 배우려는 노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또 “자신에 맞는 것보다 많이 벌 수 있는 것을 찾기 때문”이라는 것이다.변호사 비용 줄이려다 브로커 사기 당하기도상권파악이나 고객성향을 잘못 파악하는 것도 실패의 지름길이다. 샌호제이지역에서 동쪽내륙의 머시드(Merced)지역 쇼핑몰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던 한 E-2이주자는 백인들도 많은 쇼핑몰이라는 점에서 인테리어에 큰 돈을 들였다. 내셔널브랜드 수준의 비싼 옷도 구비해놓았다. 그러나 비싼 옷을 살 수 있는 계층은 전문점도 아니고 디자이너브랜드도 아닌 이 옷가게를 찾지 않았다. 결국 가게 렌트비도 못내고 망해 나갔다.변호사 및 회계사 비용을 줄이려고 현지에 사는 친지나 점포매매 브로커를 통하다 사기를 당한 경우도 있다. 지난 해 E-2전문컨설팅업체라는 곳에서 샌호제이지역의 점포를 월매출×10배라는 높은 가격에 매매를 성사시켜 한국에서 갓 온 인수자가 큰 손해를 본 적이 있다. 점포매매 브로커들이 모여 만든 이 업체는 매매가격을 높여 커미션수입을 늘리기 위해 이같은 거래를 중개한 것이다.업종별 차이는 있지만 최근 미국내 소규모점포의 인수가격은 통상 “매출이 아닌 이익금 기준 1년치에서 2년치 사이에서 책정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점포임대계약을 잘못 해 전가게업주에게 가게인수대금을 넘겨줬는데 건물주가 계약을 안해주고 버텨서 손해보고 되파는 사례도 있다. 급한 마음에 에스크로(escrow)를 안했던 것이다.에스크로는 계약조건과 다른 일이 발생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제3자가 보관해두는 조건부발효증서이다. 미국내 점포임대계약서류는 서류분량만도 거의 책 한권 규모라 ‘전문가의 자문이나 에스크로를 해두지 않는 계약은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미국의 메이저 프랜차이저는 사업 위험이 낮은 반면 초기 투자비가 크고 업주 자격을 제한한다.일반적으로 프랜차이즈업체가 독립점포보다는 안정적이지만 “E-2이주자들이 프랜차이즈점포를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고 이상빈 프랜차이즈아시아(Franchise Asia Inc)사 부사장은 설명한다. 상당수의 메이저 프랜차이즈들이 업주 자격을 영주권자 및 시민권자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업종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프랜차이즈 본사가 업주의 영어능력을 보는 곳도 있다.예를 들어 블록버스터비디오 같은 비디오대여점이나 서점 등이 그렇다. 미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가게운영에 필수적이니 만큼 외국인은 아무리 돈을 많이 싸들고 가도 숍운영권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피자체인인 누메로 우노를 비롯, 미용기구체인점 등은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 외국인에게 점포운영권을 주기도 한다.실패 사례 / 관리 소홀로 망한 경우가게·고객 관리 성의 부족 … 경쟁업체에 밀려a한국에서 건축업을 하던 유모씨(44)는 IMF때 회사를 정리하고 97년말 미국에 건너왔다. 유씨는 강남에 작은 건물도 하나 있고 아파트도 있었다.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생각해서 학군이 좋다는 플러튼(Fullerton)으로 왔다.관광비자 신분을 합법적으로 바꾸려고 E-2비자를 받기 위해 여러 가게를 물색하다가 98년 9월 비교적 노동량이 적어 보이는 비디오대여점을 20만달러에 인수했다. 유씨 부부가 영어가 안돼 한국고객 이외에는 상대를 할 수가 없었다. 미국인 대학생들을 파트타임직원으로 8명이나 썼다. 가게는 처음엔 잘 됐다. 유씨 부부는 가게에 안나오기도 하고 골프를 친 후 오후 늦게 가게에 나오기도 했다. 한국에 있는 부동산에서 나오는 임대수입을 송금받아 쓰고 한국에서 갖고 온 돈도 넉넉해 가게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파트타임 학생들은 시험때면 갑자기 못나오겠다고 하거나 고객관리에 대한 성의가 아무래도 부족했다.그런데 지난 해 초 바로 옆 쇼핑몰에 ‘블록버스터’라는 대형 비디오렌털 프랜차이즈가 들어왔다. 점포규모도 컸고 고객관리도 월등히 앞섰다. 손님들이 그곳으로 빠져나갔다.인수할 때 월 6만∼8만달러 사이였던 가게매상은 월 2만달러로 줄었다. 직원을 한 명으로 줄이고 유씨 부부가 뛰어들었지만 결국 매상은 월 1만달러로까지 주저앉았다. 융자금을 안고 산 집할부금과 생활비도 충당이 안돼 한국에서 돈을 갖다 쓰다가 결국 올해 초 산 값의 60%정도 가격에 가게를 팔았다.실패 사례 / 임대계약을 잘못한 경우환경문제 이해 못해 손해 … 영업은커녕 계약금도 날려한국인들이 많이 하는 업종중 하나가 세탁소다. 그러나 세탁소는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세제의 토양오염 문제 등으로 환경통제를 가해 신규공급이 적다. 그래서 규모에 비해 매매가격은 싸지 않다. 이 환경통제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큰 손해를 본 사례가 있다.지난해 초 친지가 있는 샌디에이고(SAN DIEGO)에 와서 E-2비자를 받기 위해 세탁소를 인수했던 박모씨의 경우가 그렇다. 박씨는 토양오염 문제에 대한 이해가 없이 매물로 나온 가게리스트를 보고 가게주인과 직접 임대계약을 통해 세탁소를 인수했다.샌디에이고 북부와 시내 사이의 클레어몬트메사 지역의 쇼핑몰에 있는 세탁소로 투자비 약 18만달러였다.문제는 가게주인이 아닌 땅주인이 계약이 체결된 후 토질을 조사해보더니 토양이 오염됐다며 정화를 요구한 것. 그 비용만 해도 수만달러에 달하는 데다 시간도 꽤 걸려 그 사이에 세탁소를 운영할 수가 없다.이 경우 먼저가게 주인이 토양정화를 한 후 팔았어야 했다. 그러나 운이 없게도 먼저 가게 주인은 나쁜 사람이었고 계약금을 챙긴 직후 도망쳐서 행방을 찾을 길이 없다고 한다. 변호사는 이민법과 관련된 비자문제만 챙겼고 임대계약에 대해선 잘 몰랐기 때문에 계약과정에 전문가의 도움이 전혀 없었다.박씨는 가게인수에 관한 각종 서류를 구비, E-2비자를 곧 받을 입장이었는데 가게인수도 못하고 영업도 못한 채 인수에 들어간 융자금 갚을 돈도 마련하지 못해 절망적인 상태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