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라는 사람만의 특권도 컴퓨터와 함께 나눠야 하는 날이 오고 있다. IBM의 알마덴 연구소는 블루아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컴퓨터도 사람처럼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상용화했다.블루아이는 눈의 움직임, 얼굴의 표정 혹은 입의 모양 등을 분석해 컴퓨터가 사용자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블루아이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자의 얼굴 표정을 통해 사람의 감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얼굴에 나타난 표정이나 고개의 움직임 등을 실시간으로 해석한다. 블루아이는 감정을 해석하는 단서를 대부분 눈썹의 모양이나 위치, 입의 양끝의 위치에서 추출한다.블루아이는 사람의 눈길도 파악할 수 있다. 눈동자의 움직임을 추적해 사용자가 어느 곳을 보고 있는지 분석할 수 있다. 이 기능은 입력기기와 결합해 컴퓨터 화면을 응시하는 것만으로 마우스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다. 이는 눈길을 따라 커서가 움직이도록 하는 것인데 현재 정밀도는 1cm정도다. IBM이 블루아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명분은 컴퓨터를 보다 쉽게 사용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TV에 블루아이 기능을 추가하면 사용자는 시선만으로 TV를 조작할 수 있다.TV가 채널을 전환한 다음 사용자의 표정을 분석해 수행한 작업이 사용자의 요구대로 이뤄진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 TV 센서에 사용자의 미소나 고개를 끄덕이는 행동이 잡히면 사용자의 의도대로 채널 전환이 된 것이다. 만일 사용자의 찡그린 표정이나 불만족스런 표정이 잡히면 TV는 채널전환 작업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사용자에게 추가 작업지시를 요구하게 된다.블루아이 기술은 교육훈련에도 사용할 수 있다. 컴퓨터가 학생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면서 교육생의 감정상태(좌절, 흥분 등)를 관찰해 마치 세심한 선생님처럼 전달하는 정보의 난이도와 속도를 조정한다.블루아이는 당초 사람이 컴퓨터와 같은 기계를 보다 편리하게 다루기 위함이라는 명분에서 시작됐지만 첫번째 상용화는 쇼핑객을 훔쳐보는 것으로 출발했다. 최근 IBM알마덴 연구소는 블루아이를 대형 소매업체들의 고객 감시시스템을 구축하는데 공급했다.소매업체들은 매장에 오가는 수많은 고객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알고 싶어한다. 매장에는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고객들의 움직임이 모두 기록되지만 이를 유용한 데이터로 가공할 수는 없다. 다만 상품을 훔쳐가지 못하도록 감시할 뿐이다. 그런데 블루아이를 이용하면 고객들의 구매행동을 세세하게 분석할 수 있다. 블루아이는 각 개인을 식별할 뿐 아니라 그 사람의 감정상태까지 추적하며 구매행동을 모니터링할 수 있기 때문이다.구매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동선과 구매 순서, 관심을 보이는 상품의 종류, 관심을 보일 때 나타나는 행동, 구매전에 보이는 주저하는 행동 등을 파악할 수 있다. 판촉행사를 할 경우 그 행사를 무시하고 지나가는 사람의 수,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의 수, 행사장에 머물러 있는 시간, 행사장에서 보이는 고객들의 표정, 상품에 손을 대는 횟수, 상품을 보고 쇼핑카트에 집어 넣는 비율 등을 분석할 수 있다.그러나 블루아이가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매점과 같은 소매업체들에는 매출을 극대화하는 도구가 될지 몰라도 소비자 개개인에게는 중대한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다. 블루아이는 단순하게 고객데이터만을 산출하는 게 아니라 고객 개인의 신원까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컴퓨터와 느낌을 나누며 다가오는 미래는 조금 편리하긴 해도 사생활의 영역은 현저하게 줄어든 세상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