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방송국, 가전업체 등에서 주로 활용하던 모니터제도가 각계로 확산되고 있다. 생활용품, 식품, 화장품, 의류, 건설, 사이버쇼핑몰, 공공기관 등 일반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대부분의 업종들이 모니터제도를 신설, 운영중이다.모니터의 역할은 상품,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체크에서 실무자가 간과하기 쉬운 작은 실수까지 잡아내는 것. 변화하는 소비자 성향이나 기호를 빠르게 체크할 수 있어 기업에선 ‘필수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다. 도입 초기에 형식적으로 운영하던 일부 기업들도 최근 들어 처우를 개선하고 경영진과의 대화 자리를 만드는 등 모니터 활용에 눈을 뜨는 모습이다.부업거리 인기 … 높은 경쟁률 ‘예사’채용 업체와 인원이 늘어나면서 주부들 사이에선 모니터가 인기 부업거리로 통한다. 소비자 목소리를 직접 전달해 상품과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데다 보수를 받기 때문에 특히 고학력 주부들의 참여가 높다. 보통 모니터 지원자격은 ‘고졸이상’이지만 선발되는 주부들은 대졸 이상 학력의 전문직 출신이 많다.모니터에 대한 인기는 치열한 경쟁률에서 가늠할 수 있다. 지난 2월 TV모니터를 선발한 KBS에는 25명 선발에 1천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심의실 서창석 차장은 “모니터 일만 맡기기엔 부담스러운 고학력자가 많아 선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생활용품업체 옥시도 지난해 말 13명 정원에 3백77명이 지원해 선발에 애를 먹었다. 백화점, 방송국, 생활용품업체 등 인기분야는 채용 때마다 30대1이 넘는 경쟁률이 ‘예사’다.모니터의 임기는 3개월∼1년. 백화점, 할인점 등 유통업체나 식품·생활용품 업체는 모니터 의존도가 높아 채용인원도 비교적 많다. 보통 한번에 10∼20명의 인원을 선발, 마케팅팀에서 관리한다. 능력을 인정받아 수년간 연임하는 모니터도 적지 않다.모니터들은 한 달에 한 두번 회사가 마련하는 좌담회에 참석, 소비자 입장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정기 보고서를 제출한다. 시제품이 나오면 가장 먼저 사용해 보고 소감을 전하는 것도 이들의 임무. 직원 친절도나 서비스 질을 모니터 할 때는 얼굴과 이름을 숨긴 채 암행어사처럼 숨어서 활동하기도 한다.모니터 의견 자사 업그레이드에 활용모니터 활동 범위나 일의 내용이 다른 만큼 보수도 천차만별이다. 서울시청 시정모니터는 안건을 내면 1만원권 문화상품권을 받고 채택되면 건당 5만원을 답례로 받는다. 백화점은 월 30만∼50만원 선, 방송사는 월 45만원 선에 보수가 책정돼 있고 생활용품이나 식품업체는 월 10만∼20만원 선의 보수에 자사 상품을 정기적으로 공급받는 조건이다.소비자보호원처럼 모니터 겸 리서치요원으로 활동하는 경우엔 안건당 소정의 채택료와 10만∼20만원의 조사수당을 받는다.모니터제도를 운영하는 기업과 기관들은 모니터 의견을 자사 상품, 서비스 업그레이드에 활용한다. 평면적인 모니터 조직을 ‘모니터 리더’라는 팀장체제로 바꾼 인터넷쇼핑몰 삼성몰은 모니터의 지적을 바탕으로 사이트를 개편, 이용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을 듣고 있다. 백화점 행복한세상은 모니터 4명을 ‘고객이사’로 위촉, 이들의 의견을 상품구성이나 백화점 시설 개선 등에 전폭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생활용품업체 옥시도 모니터 의견을 중시하는 것은 물론 각종 이벤트를 열어 인심을 얻고 있다. 회사의 배려에 ‘감동’한 모니터들이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변신하는 효과도 상당하다는 평이다.하지만 모니터제도가 완전히 정착된 단계가 아니어서 종종 허점이 노출된다. 가장 빈번하게 지적되는 점은 낮은 보수체계. 모니터 경험자 대부분은 “일의 강도에 비해 보수가 너무 낮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기업은 모니터를 ‘허드렛일 담당’으로 악용하기도 한다. 한 인터넷 기업은 ‘싼 인건비로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말까지 듣고 있다. 채용 기회가 서울·수도권 거주자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지적 대상이다.한국소비자보호원 소비자정보센터 전효준 팀장은 “상품 질이나 서비스를 제3자의 시각으로 평가받는다는 의미에서 모니터제도는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한다”고 밝히고 “모니터를 채용하는 기업과 기관이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인터뷰‘모니터 박사’ 장재명씨“모니터를 키우는 힘은 돈 아닌 사명감”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주부 장재명씨(38)는 모니터계의 마당발. 모니터 경험자라면 한번쯤 그 ‘명성’을 들어보았을 정도로 유명인사다. 장씨는 99년8월에 모니터 정보 사이트 ‘주부라이프(www.jubulife.pe.kr)’를 개설하면서 일부 소수만이 공유하고 있던 모니터 정보를 세상에 오픈시켰다.“모니터 활동과 아이디어 제안하기를 좋아하다가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었어요. 주부들에게 보다 많은 참여 기회가 주어지고 그것을 잘 활용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마음이었죠. 이제는 전국의 모니터 모집정보가 한데 모일 정도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주부라이프의 하루 방문객은 4천명 선. 모니터를 희망하는 주부 뿐 아니라 각 기업과 기관의 마케팅 담당자들도 즐겨 찾는다. 인기가 높다보니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제휴 요청이 심심찮게 오지만 모두 거절하고 있다. “애초부터 상업적 의도없이 시작한 일”이기 때문.지난 95년부터 한국소비자보호원 모니터로 활동을 시작한 장씨는 백화점, 관공서, 방송국, 식품업체 등을 두루 거쳤다. 최근엔 행복한세상 백화점의 고객이사로 일하다 ‘모니터 후배’에게 자리를 넘겼다.“모니터 조직이 탄탄한 기업은 대개 내실경영을 하지요. 모니터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기업은 다수 소비자에게서도 외면당해요. 모니터 역시 소비자 입장을 충실히 전하다 보면 스스로의 생활에 큰 도움이 됩니다. 물건 고르는 안목이 생기고 소비자 의식도 높아집니다.” 장씨는 모니터 희망자에게 “비교적 선발되기 수월한 공공기관 모니터부터 시작, 성취감과 소비자 의식을 키우라”고 말한다. 그리고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라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게 좋다”고 잘라 말했다. 모니터를 키우는 힘은 ‘돈’이 아니라 ‘사명감’이기 때문이라고.백화점 / 행복한 세상 주부고객이사 장현숙씨직접 회사 경영하듯 ‘의견 제시’“일하는 주부로서 항상 긴장감을 가질 수 있고 남편보다 ‘직급’이 높으니 큰소리치고 살죠.”서울 목동 행복한세상 백화점에서 ‘주부고객이사’로 일하는 장현숙씨(39)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장씨가 하는 일은 일반 주부모니터와는 다른 약간 더 ‘차원높은’ 일을 한다. 그래서 직함도 ‘주부고객이사’다.경영에 의견 반영될 때 가장 보람“임원회의(월1회) 및 마케팅 회의(주1회)에 참석해 소비자 입장에 서서 백화점의 경영 및 발전을 위한 제안을 하는 것이 저희들의 역할입니다. ‘행복무대’로 불리는 정문 앞 노천카페나 유기농산물 매장의 설립 등이 성공적 제안중 하나지요. 일반 주부모니터가 주로 정해진 틀 안에서 회사가 주는 일만을 하는 데 비해 저희들은 스스로 문제를 찾아서 제안하고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까지 제시하는 좀더 적극적인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장씨가 행복한세상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2월 이 백화점의 경영컨설턴트 모집에 응모하면서부터.5년 동안의 국회의원 비서실 근무경력을 가진 장씨는 결혼 후 5년 동안 일반 주부 모니터 경험을 통해 모니터 일에 웬만큼 이력이 붙어 있었지만 행복한 세상이 원하는 경영컨설턴트 역할은 완전히 딴판이었다고 전한다.“달마다 해당 달의 특징에 따라 마케팅 전략을 짜는 것이었어요. 정말 힘든 작업이었지만 마치 우리가 직접 백화점을 꾸려나가는 것처럼 보람이 있었습니다.”99년 12월 중소기업제품 전문 백화점을 표방하고 문을 연 행복한 세상 백화점은 사실상 주부들의 아이디어로 커 나온 백화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화점 건물 설계 때부터 주부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해왔고 매장 배치나 이벤트, 마케팅 전략에도 주부들의 지혜를 빌리고 있다.지난해 5월부터는 초창기부터 일해온 주부모니터와 경영컨설턴트 중 실적이 우수한 주부 4명을 골라 주부고객이사로 ‘승진’, 경영 및 마케팅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장씨도 이때 승진된 고객이사중 한 명. 월급(월 50만원)도 일반 주부모니터(월 30만원)보다 많다.장씨는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우리들 의견이 경영에 반영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주부고객이사가 된 이후 실제 경영진처럼 회사에 대한 애착과 책임감이 훨씬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김선숙 기자 savvy@kbizweek.com식품 / 풀무원 주부모니터 이용선씨‘생각하는 주부’ 매력 만점“아무래도 ‘생각하는 주부’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사실 결혼하고나서 집에서 살림만 하다보면 아무 생각 없이 살기 쉽잖아요. 비슷한 또래의 주부들과 각종 정보를 교환하며 일종의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올해 초부터 풀무원 모니터로 활약중인 이용선씨(34)가 말하는 주부모니터의 장점이다. (주)태평양 사보제작팀에서 8년간 근무한 뒤 둘째 아이를 가지면서 퇴사한 이씨는 99년부터 태평양 화장품 모니터로 활동하기 시작, 지금까지 4개 업체 모니터경력을 갖고 있다.풀무원 제품을 즐겨 사용해 온 것이 풀무원 모니터가 된 계기. 풀무원에서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제품 출시에 맞춰 맛을 보는 ‘관음테스트’. 경쟁사의 제품과 풀무원 제품을 놓고 어느 회사 제품인지를 밝히지 않은 채 맛과 향, 색깔, 모양 등을 비교, 평가하는 것. 김치, 우렁된장, 푸딩 등이 이씨를 비롯한 주부모니터들이 최근 테스트한 주요 제품들이다.이씨는 “제품 맛을 보고 개선점을 지적했는데 이 지적이 곧바로 제품에 반영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이런 모니터 업무 경험은 시장에서 물건 하나를 고를 때나 요리를 할 때도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하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4개 업체 모니터 경력으로 ‘맹활약’이씨가 하는 일은 이밖에도 각 매장의 풀무원 제품 진열상태 및 경쟁사 제품비교, 판촉사원의 판매태도, 방송 및 인쇄매체 광고모니터, 사보모니터, 직원들의 전화친절도 평가 등 다양하다.매달 두 번씩 회사에서 열리는 모임에 참석하면 되기 때문에 시간이 자유로운 것도 장점. 보수는 매달 10만원의 현금과 10만원 상당의 제품을 받는다.풀무원은 국내 업체중 비교적 빠른 90년대 초부터 주부모니터를 활용, 제품개발 및 제품 질 개선에 활용해 왔으며, 지금까지 15기에 걸쳐 2천여명의 모니터들이 활동해 왔다. 16기 모니터 모집은 6월15일까지 접수한다.김선숙 기자 savvy@kbizweek.com사이버 / 삼성몰 모니터리더 강미정씨쇼핑몰 체크 ‘소비자 파수꾼’“명백한 사실만 모니터해야 합니다. 주관적인 잣대를 댄 모니터링은 자칫 열심히 일하는 실무자의 사기를 떨어뜨리게 할 수도 있거든요. 회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제언을 하는 게 모니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인터넷 쇼핑몰 삼성몰에서 ‘모니터 리더’로 활동 중인 강미정(33) 주부. 강씨는 인터넷 접속 속도에서 상품 구성이나 애프터서비스, 배송, 반품 등 쇼핑몰 이용 전반을 체크하는 5명의 모니터를 거느린 ‘모니터 반장’이다.삼성몰은 10명의 모니터와 이들의 팀장 격인 모니터 리더 2명을 두고 있다. 강씨는 모니터 입문 5개월만에 리더로 ‘승진’한 특별 케이스.결혼 전 백화점 PB상품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강씨는 지난해 9월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 다섯 살, 세 살 짜리 남매를 잠재운 어느날 밤 인터넷 서핑을 하다 우연히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해 선발됐다. 백화점 근무 경험이 선발에 도움이 됐지만 모니터 일은 생전 처음이었다.강씨는 한 달에 두 번씩 팀원들의 모니터 보고서를 모아 사실 확인 후 본사 마케팅팀에 제출한다. 또 한 달에 한번은 머천다이저, 웹디자이너 등 실무자와 임원진 앞에서 모니터 결과를 브리핑한다. 지적된 오류 가운데 가벼운 것은 즉석에서 고쳐질 정도로 모니터 의견이 존중되는 편. 하지만 불만도 없지 않다.명백한 사실만 모니터해야 “책임감 커”“‘이런 건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하며 실현 가능한 방향을 제시하는데도 수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또 의견이 관철되지 않으면 왜 그런지 설명해 줘야 하는데 그냥 지나치는 면에선 아쉽지요.”강씨는 앞으로 전문 모니터로 나서 볼 생각도 가지고 있다. ‘순수한 소비자 의견’을 듣기 위해 경험없는 모니터를 더 선호하는 기업도 있지만 강씨의 생각은 다르다. 짧은 임기동안 기업 전반에 대해 구체적으로 모니터링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경험 많은 모니터는 시야가 넓을 뿐만 아니라 오랜 모니터 경험으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의견을 내는데 더 능하다는 것.보수는 쇼핑몰 상품을 살 수 있는 사이버 머니(25만원)로 받는다. “노력한 것에 비하면 다소 낮은 수준”이라는 귀띔이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공공기관/ 서울시 시정모니터 김혜완씨시의원 못잖은 시정 참여 ‘뿌듯’남산 서울타워 앞 관광안내소에서 통역도우미로 일하는 김혜완씨(47)가 서울특별시청이 운영하는 시정모니터로 활동한 지는 1년5개월 정도 됐다.김씨는 지난해 2∼12월까지 11개월 정도 활동하면서 시청으로부터 높은 참여도를 인정받아 올해 연임하게 된 것. 김씨는 현재 1천명이나 되는 시정모니터들 사이에서 ‘큰언니’로 통한다.“지난해보다 모니터 인원이 2배로 늘어난 데다 특히 20대 초중반 여성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많아졌어요.”김씨는 처음엔 신촌에 있는 한 백화점에 모니터 요원으로 응시했다. 하지만 연령제한 때문에 기회를 얻지 못했다. 직업과 관련 있는 분야를 찾다가 마침 서울시에서 모니터요원을 모집, 인연을 맺게 됐다.남산 관광안내소에선 격일로 근무하기 때문에 시정모니터 일이 김씨에게 그다지 부담스러운 건 아니다. 2월초 한번뿐인 오리엔테이션 및 시정설명회에 참석하는 것말고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기업에서 운영하는 모니터처럼 달마다 모일 필요가 없기 때문. 매달 시에서 지정하는 과제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시정 전 분야에 걸친 자유의견을 제출하면 된다.시정 전분야 걸쳐 자유의견 제출“기업체 모니터와 달라 일정 액수의 급여가 있는 건 아닙니다. 매월 1건 이상 의견을 제출하면 답례품으로 1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 등을 받는 게 전부죠. 하지만 우수의견으로 채택되면 포상금으로 5만원을 받을 수 있어요.”김씨가 하는 일은 사소하게는 잘못된 영문 표기를 수정하는 것부터 지하철 환승역내 노선띠 부착 등 다양하다. 김씨가 그동안 내놓은 시정 개선 의견중 3건이 우수의견으로 채택됐다. 통역도우미란 직업에 걸맞게 모두 영문 안내문의 잘못된 표기를 지적, 적중한 것이다.“가계에 큰 보탬이 되는 건 아니지만 시민으로 시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제출한 의견이 실제로 반영되는 걸 볼 때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김씨는 시의원 못지 않은 시정참여를 주부들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계속 모니터 활동을 할 계획이다.이임광 기자 LLKHKB@kbizweek.com방송국/ KBS 시청자 모니터 전현자씨‘좋은 방송’ 일조 … 자부심 커전현자씨(35)는 5년째 KBS 시청자 모니터로 활동중인 베테랑급.“세상없어도 매일 오전 10∼12시까지는 텔레비전을 봐야 하고 다음날 새벽 6시 데드라인까지 e메일로 보고서를 보내야 해요. 3백65일 내내 하루도 건너뛰지 못하죠. 사명감이 없으면 못할 일이에요.”전씨는 시어머니를 모시며 다섯가족 살림을 도맡아 하는 데다 ‘격무’로 이름 난 방송 모니터링을 수년간 해 온 ‘용한 주부’다. 97년부터 2년 동안은 일간신문 주부통신원으로도 활약, 이래저래 언론매체와 인연이 깊다.“모니터하는 시간엔 극도로 집중합니다. 시청자 대변인 입장이지만 사실은 밖에서 활동하는 제작진인 셈이죠. ‘옥의 티’ 체크부터 아이디어 제출, 비평까지 더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 일조한다는 데 자부심을 느껴요.”전씨 등 46명의 모니터가 보내는 비평은 매일 아침 KBS 인트라넷에 올라 제작진을 긴장케 한다.매일 아침 6시까지 평가서 제출하지만 의견을 내는 입장인 전씨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 다른 모니터가 어떤 의견을 내는지, 제작진의 실수를 그냥 지나쳐 버리진 않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비교 대상이 없어 ‘늘 혼자 하는 일’이란 점도 방송 모니터의 고충이다.“모니터를 하면서 두 아이의 TV시청을 지도할 수 있게 됐어요. 프로그램을 선별하는 안목이 생겼다고 할까요. 머리 속으로만 생각하던 아이디어나 소감을 전달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이 일이 사회와의 연결고리가 돼 마음의 안정도 얻지요.”전씨는 성실한 모니터링을 인정받아 연임을 거듭하고 있는 게 ‘행운’이라고 겸손해 했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생활용품 / 옥시 주부모니터 오진령씨생활속 모니터링 … 주부 안성맞춤옥시크린, 물먹는 하마 등으로 잘 알려진 생활용품 전문업체 옥시의 주부모니터 오진령씨(37)는 현재 활약중인 13명의 동기(17기) 모니터들 중에서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오씨는 89∼94년까지 호텔 면세점 구매팀에서 근무한 경력말고도 결혼 후 여러 곳의 백화점에서 모니터로 활동했다. 이 분야에선 베테랑급에 속한다.“지난해말 인터넷 공고를 보고 응시했어요. 생활용품은 주부와 아주 밀접한 것이니까 따로 품을 들이지 않고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모니터링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거죠.”‘좋다 나쁘다’ 보다 시제품 단점 지적옥시측에서 매달 20만원씩 주는 활동비도 살림에 꽤 보탬이 되는 짭짤한 수입이라고 오씨는 말한다. 여기에다 신상품 등 피드백용으로 매달 받는 5만원 상당의 생활용품들도 쏠쏠한 부수입이라고 덧붙였다.오씨가 응시할 당시 모니터 채용 경쟁률은 엄청났다. 13명을 뽑는데 무려 3백77명이 몰려들었던 것. 오씨가 하는 일은 기존 제품 및 신제품에 대한 사용 행태를 조사하고 디자인과 광고에 대한 모니터링이 대부분이다. 또 한달에 두번씩 본사에서 열리는 미팅에 참가해 그동안 모니터해온 결과를 놓고 토론을 거친다.“정기 모임이 있을 때마다 초등학교 3학년과 여섯 살인 아이들을 부모님께 맡기고 다녀야 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습니다.”옥시의 주부모니터는 서울과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거주지 연령에 따라 고르게 선발되는데 오씨는 현재 살고 있는 경기도 분당을 대표하는 셈.“회사측에선 신도시 전업주부의 옥시 제품에 대한 반응을 얻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전 어떤 제품이 단순히 ‘좋다’ ‘나쁘다’ 식의 평가가 아닌 여러 개의 시제품들이 지닌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생활용품 모니터라면 주부만큼 전문적일 수 없다는 게 오씨의 주장이다.“주부에게 생활용품 모니터링은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됩니다.” 옥시 사원들보다도 옥시 제품에 대해 더 잘 안다고 자부하는 오씨는 더 많은 주부가 모니터로 활동하길 바란다고 말했다.이임광 기자 LLKHK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