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화 성공 가능, 미래 수익모델로 낙점 … 삼성·한솔·동양 등 치열한 승부 예고
대기업의 게임산업 투자가 가시화되고 있다. 대기업의 게임분야 투자는 게임 산업이 활성화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게임 개발업체 지원 등 시장이 확대돼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게임산업 진출은 개발업체에 지분참여 형식이거나 자회사인 창투사를 통해 투자한다.계열 창투사를 통해 투자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제일제당과 한솔그룹이다. 제일제당은 자회사인 드림디스커버리가 킹덤언더파이어를 개발한 판타그램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드림디스커버리는 자본금 2백20억원으로 제일제당이 82%의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다. 드림디스커버리가 판타그램에 투자한 금액은 10억원.이 회사는 또 판타그램인터랙티브라는 게임배급 회사를 설립했다. 판타그램인터랙티브에는 제일제당이 20억원, 드림디스커버리가 10억원을 투자했다. 드림디스커버리는 판타그램인터랙티브를 국내외 게임의 유통과 마케팅 기획을 담당하는 전문 퍼블리셔로 키울 계획이다. 드림디스커버리는 현재 게임 분야에만 4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해 게임 및 멀티미디어 콘텐츠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전문배급사 육성, 세계시장 공략드림디스커버리는 국내 게임산업을 글로벌 체인 형태인 개발자(Developer), 전문배급사(Publisher), 지역유통사(Distribute)로 정착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판타그램인터랙티브를 전문배급사로 키워 국내는 물론 아시아지역 배급을 담당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 회사 김정국 이사는 “게임 판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전문배급사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판타그램인터랙티브를 세계적인 전문배급사로 키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이 게임을 개발한 블리자드보다 전세계에 배급 유통시킨 전문배급사 비벤디의 역할이 컸음을 강조했다.한솔그룹도 한솔텔레콤과 한솔창업투자를 통해 게임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한솔텔레콤은 일본의 다카라지마사와 캡콤이 공동으로 3년간 1백20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해 개발한 레인가드(Raynegard)라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 게임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한솔텔레콤은 이 게임의 빌링, 서버운영 부분 개발에 공동 참여했다.한솔텔레콤은 ISP 사업경험을 바탕으로 온라인 게임사업 가능성을 타진해 왔다. 지난 96년 일찌감치 확보한 게임 도메인(www.game.co.kr)을 게임전문 포털사이트로 육성하며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교두보로 키울 생각이다. 레인가드는 무료회원수가 현재 약 10만명이며 지난 5월초부터 유료화를 실시하고 있다. 개인 사용자는 2만4천2백원, PC방의 경우 한 IP당 6만6천원으로 책정돼 있다. 한솔텔레콤은 올해 레인가드 마케팅에 약 70억원을 투자하고 1백3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전략이다.한솔그룹은 주력부문인 제지업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올해를 디지털 경영의 원년으로 삼고 쇼핑몰과 인터넷,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에 의욕을 보여왔다. 한솔텔레콤의 게임산업 진출은 이런 그룹의 경영 방침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한솔창업투자도 지난해 12월 결성된 1백50억원 규모의 게임전문 투자조합에 40억원 가량을 출자했다. 한솔창투는 컴온베이비 게임을 개발한 엑스포테이토사에 9억원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PDA용 게임을 개발하는 지오인터랙티브에 7억원을 투자했다. 또 3D 게임을 개발하는 아라마루에 10억원을, 플래시 게임을 개발하는 한국이노코에 10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한솔창업투자는 1차 투자조합에 이어 11월께 2차 투자조합을 결성할 계획이다. 이 회사 허용 이사는 “현재 2백여개의 게임 전문 업체를 심사 중에 있다”며 “PDA가 활성화될 것에 대비해 PDA용 게임 개발 업체를 특히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삼성전자는 미디어콘텐츠센터를 통해 PC용 게임과 온라인 게임에 투자하면서 다양하게 게임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미디어콘텐츠센터는 지난해 온라인 게임 드래곤라자 개발에 약 10억원을 투자했으며 올해 3차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인 무혼과 무협 온라인게임 천상비에 약 20억원을 투자했다.또 그동안 시리즈로 출시된 짱구시리즈 4, 5버전을 올해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의 DVD형 게임기인 엑스티바에도 개발 투자 및 마케팅 계획에 약 50억원 규모로 투자할 계획이다. 미디어콘텐츠센터의 한석준 차장은 “삼성전자는 게임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개발의 기본 원칙이 자사에서 개발한 하드웨어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또 게임개발 업체에 지분 참여 형식으로 지원하거나 프로젝트별로도 투자한다. 삼성전자에서 개발한 짱구시리즈는 그동안 70만개의 누적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이 게임은 대만과 일본 수출도 추진중이다. 또 감마니아 위즈드림 등 5개사의 개발 단계에 있는 게임에 프로젝트별로 투자하고 있다.프로게임구단 KHAN도 삼성전자가 게임에 투자하는 주요 사업 중에 하나다.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전문포털(www.m4you.com)을 통해 멀티미디어 게임 등 콘텐츠 사업도 강화한다. 또 월드사이버게임을 주관하는 ICM사에 약 40%의 지분을 투자해 월드사이버게임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12월 개최 예정인 월드사이버게임 대회를 세계적 게임 업체로 성장하는 발판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미디어콘텐츠센터를 통해 게임 소프트웨어 유통사업도 펼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레인맨 등 해외 유명 게임을 수입해 국내 판매를 하고 있다.동양그룹은 동양제과 계열사인 온미디어가 게임 전문 채널인 온게임넷을 운영하면서 게임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온게임넷은 온미디어의 최대 주주인 동양제과가 63%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온미디어는 만화전문 채널 투니버스를 통해 게임 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운영 노하우를 통해 국내 최고의 게임 전문 방송으로 자리 매김한다는 전략이다.온게임넷은 올해 6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올해까지는 투자기간이며 내년도쯤 정상화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온게임넷의 시청률은 전체 케이블TV 시청률 조사에서 연평균 7~8위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동양그룹은 게임업체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직접적인 진출보다는 이미 운영중인 만화채널 영화와 게임을 연계한 토털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확대를 꾀하고 있다.인터뷰허용 한솔창투 이사“PDA용 게임 등 성장여력 풍부”“게임개발 업체는 독특한 기획력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 업체가 투자 유치에도 유리합니다. 이미 시중에서 판매되는 유명 게임을 모방한 비슷한 내용의 게임보다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업체에 집중 투자할 생각입니다.”최근 게임업체마다 투자 유치가 어려워졌다는 개발사들의 고민에 대해 한솔창투의 허이사는 게임의 독창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내 게임개발 업체들의 실력은 외국과 견줘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기획”이라고 말했다. 참신한 기획과 아이디어를 갖춘 업체를 투자 1순위로 꼽는 것은 게임개발 업체를 선정하는 투자자의 첫 번째 조건이라고 덧붙였다.허용 이사는 국내서는 처음으로 1백50억원의 게임전문펀드를 운영하는 게임 전문 벤처캐피털리스트다. 그는 게임 산업의 가능성을 보고 일찌감치 게임개발 업체들을 발굴해 왔다.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비좁고 인구가 밀집한 나라는 아웃도어보다는 인도어에서 즐기는 게임이 인기를 끌 것이라는 게 허이사의 지론이다. 전체 펀드 금액 중 현재 50억원 가량을 4개 업체에 투자했다.허이사는 게임개발 업체들의 비즈니스 플랜이 부족함을 지적했다. “게임 업체들도 비즈니스 플랜을 갖춰야 합니다. 게임 개발자 대부분이 엔지니어 출신이다보니 게임을 개발하고 난 후의 비즈니스 플랜이 약하기 마련입니다. 마케팅 홍보 등 개발에 따른 판매전략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시급히 보강해야 할 것입니다.”PDA용 게임도 허이사가 관심을 갖는 분야 중 하나다. “PDA 시장이 급성장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PDA에서 작동되는 게임 수요도 자연히 확대될 전망입니다. PDA용 게임개발 업체를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습니다.” 최근 각광받는 휴대전화를 이용한 모바일 게임에 대해서는 지금보다는 2~3년후쯤 투자 매력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