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제당,글로벌 김치 개발 활발...풀무원,유기농 김치 등 시판나서

풀무원 김치박물관은 김치 세계화의 첨병 역할을 하는 곳이다.제일제당 풀무원 등 뒤늦게 김치산업에 발을 들여놓은 후발주자들의 전략은 한마디로 ‘고급화’다. 이들 업체들은 비록 김치산업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그동안 식품업계에서 닦아온 실적이 적지 않은 터라 기존 김치업계에 상당한 자극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99년 9월 김치 세계화를 모토로 ‘K-프로젝트’팀을 구성, 신개념 김치개발에 들어간 제일제당은 지난해 6월 ‘햇김치’란 브랜드로 국내 시장을 노크했고 올 3월에는 ‘크런치-오리엔탈’이란 이름의 글로벌 김치를 출시, 미국시장에 첫선을 보였다.제일제당이 국내시장에 선보인 ‘햇김치’는 일단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한 명품김치라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다. 제일제당 김치사업부 김헌규씨는 “질 좋은 배추와 조기 등 최상품의 부재료를 사용해 김치의 질을 높였다”면서 “잘 익은 한겨울 김장김치처럼 칼칼하고 톡 쏘는 맛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전한다. 똑같은 품질, 비슷한 맛으로선 기존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품질 차별화에 가장 신경을 썼다는 것이 제일제당측의 설명이다.이에 따라 제일제당 햇김치는 보통 2kg에 1만6천원으로, 3kg에 1만3천5백원 수준인 기존 대형업체의 김치에 비해 상당히 비싼 가격이 매겨져 있다. 판매경로도 슈퍼마켓이나 할인점 대신 1대1 다이렉트 마케팅을 통한 전화주문 및 인터넷 주문(www.hatkimchi.com)으로만 판매한다. 지금까지 5천명 정도가 주문을 했고 이중 30% 정도는 한 달에 한번 이상 구매하는 로열고객층이 됐다.제일제당 측은 “최근 홈쇼핑(CJ삼구쇼핑)을 통해서도 김치주문을 받고 있고 조만간 백화점이나 할인점에까지 상품유통 경로를 확대할 계획이긴 하지만 지금으로선 많이 파는 것보다 인지도를 높여 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고급 김치시장을 만들어 이를 리드하는 것이 제일제당의 목표”라고 밝혔다.제일제당, 김치 저장기간 늘리기 성공제일제당의 ‘글로벌 김치’ 전략은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이다. 99년 K-프로젝트 팀 창설이후 2년여에 걸쳐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리스 등 미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시장조사를 했다.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비롯해 3백~5백명의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설문조사, 실제 제품을 먹어보고 맛과 서구 식단과의 조화를 알아보는 정량조사 등 갖가지 조사방법을 동원해 서구인들이 좋아할 만한 김치개발에 나섰다.제일제당측은 “이왕 세계화를 목표로 한 이상 가장 규모가 크고 인종도 다양한 미국시장을 타깃으로 했다”며 “미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비용만 10억원이 넘게 들었다”고 전한다. ‘순간발효정지기술’이란 신기술로 김치 저장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데도 성공했다.이렇게 해서 나온 제품이 지난 3월 테스트 마케팅 차원에서 미국에 출시된 ‘크런치-오리엔탈(Crunchi-Oriental)’. 유산균 발효식품이란 김치의 기본원칙은 지키되 서구인들이 싫어하는 젓갈 냄새나 매운맛 짠맛 등은 대체원료로 중화시켜 맨입에 먹을 수 있도록 한 일종의 김치샐러드다. 제일제당은 이어 김치살사, 김치 랠리쉬, 크라우트 김치 등 서구인들에게 이미 익숙해져 있는 각종 소스 및 채소절임 음식에 김치 맛을 가미한 ‘퓨전 김치’로 미국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제일제당 조윤상 대리는 “김치 샐러드나 퓨전 김치는 ‘김치’란 이름과 그 맛에 익숙하지 않은 서구인들에게 김치를 알리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런 ‘김치알리기’ 작전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한국 전통의 김치 맛을 세계시장에 확산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풀무원은 전통식품의 계승·발전 차원에서 86년부터 김치박물관을 운영하는 등 김치의 세계화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정작 김치사업 자체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다가 올해부터 김치사업을 주력사업으로 정했다. 이를 위해 풀무원은 지난 91년부터 10년 동안 OEM 방식의 김치 해외수출 1위를 기록해온 정안농산(대표 김용운)과 올해 5월 전략적 제휴를 맺고 6월부터 본격적인 김치생산 및 판매에 들어갔다.풀무원이 선보일 김치는 크게 3가지. 프리미엄급 유기농 김치와 ‘맑은 독, 깊은 맛’이란 브랜드의 일반 김치, 해외시장을 겨냥한 ‘스페셜’ 유산균 김치 등이다.이 중 6월 중순부터 출시될 유기농 김치는 유기농산물에 근간을 두고 있는 풀무원의 이미지를 살린 야심작. 풀무원측은 포기김치 백김치 깍두기 등 3종류에 걸쳐 소금 젓갈류를 제외한 원부재료 전체를 유기농으로 재배한 제품으로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으로부터 ‘유기농산물 품질인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유기재배 배추는 일반 배추에 비해 식이섬유와 비타민 C 성분이 2배 이상 많은 만큼 김치로 만들었을 때 유산균도 일반김치보다 2배 이상 많고 장기보존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풀무원측은 프리미엄 김치는 유기농 제품의 특징상 생산량이 한정돼 있어 일부 고급백화점이나 인터넷 주문판매(www.newfood.co.kr)를 통해서만 판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가격도 1kg에 2만원으로 국내 최고가로 책정돼 있다.이미 6월부터 시판에 들어간 일반김치 ‘맑은 독, 깊은 맛’은 1백% 국산 농수산물을 사용하고 MSG 색소 방부제 등 일체의 화학 첨가물을 섞지 않은 것이 특징. 포기김치 맛김치 열무김치 총각김치 오이 및 깍두기 등을 주력으로 22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풀무원은 스탠더드급인 ‘맑은 독, 깊은 맛’ 김치 역시 현재 대부분의 포장김치보다 10~15% 높은 가격전략으로 고급 이미지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풀무원 김치사업부 김홍렬 부장은 “고품격 제품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김치시장에 본격 진입해 2002년부터는 최소한 1백2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3년 안에 4백억~5백억원의 매출실적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풀무원, 김치박물관 운영풀무원이 해외시장 개척용으로 준비중인 유산균 김치는 유산균 발효식품으로서의 김치의 본질은 유지하되 서구인들의 입맛에 맞게 변화시킨 샐러드 개념의 김치. 현재 제품개발을 완료하고 테스트 마케팅을 거쳐 6월 안에 미국으로 수출할 계획이다.한편 풀무원이 86년 중구 필동에 처음 문을 연 이후 무역센터를 거쳐 현재 아셈빌딩 지하에서 운영중인 김치박물관(www.kimchimuseum.co.kr)은 김치에 관한 일목요연한 자료가 부족한 국내 상황에서 김치 세계화에 첨병역할을 하는 곳. 지난해 5만5천여명의 내외국인들이 김치박물관을 견학했고 학기중엔 월 3천~4천명, 방학 때는 월 7천~1만명이 둘러볼 정도로 김치명소가 됐다. 미국 일본 등 외국 언론들이 김치 취재를 할 때 빠짐없이 들르는 곳이 바로 김치박물관이기도 하다.지난 5월3일부터 5일까지 열린 외국인 대상 김치 퓨전요리 행사에는 약 3백50명의 외국인이 참여, 김치라비올리 김치월남쌈 김치딤섬 김치연어말이 등의 요리를 즐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