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매출 70조원 달성 계획...구조조정, 디지털 사업형 전환이 성공 원동력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공장아시아지역 최고의 금융전문지로 평가받고 있는 파이낸스 아시아지는 4월호에서 삼성전자를 ‘2001 아시아 최고기업’으로 선정했다. 국내 시가총액 1위, 매출 3위, 순익 1위라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경영성적표를 볼 때 당연한 결과였다.삼성전자의 시가총액(23조8천9백59억원) 및 매출(34조2천8백여억원)은 상장 및 코스닥등록기업 전체의 10% 안팎을 차지했고 순익(6조1백45억원)은 무려 30%를 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해 결산에서 순수 법인세만도 1조9억원을 냈다. 지금까지 단일기업이 한해 법인세로 1조원까지 낸 적은 없었다. 정부 세수에 엄청난 기여를 한 셈이다. 일본 언론들도 삼성전자의 순익이 히타치 도시바 소니 마쓰시타 NEC 후지쓰 미쓰비시전기 등 일본 7개사 순익합계를 웃도는 액수라며 호들갑을 떨었다.시가총액·매출 10%, 순이익 30% 점유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도 매출 8조6천억원, 세전이익 1조5천5백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지난해 4분기(9조1천억원)보다 5.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조6천1백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1조4천6백억원) 보다 10.2% 증가했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2005년 삼성전자의 경영목표 즉, 매출 70조원, 이익률 12%, 부채비율 50%는 무난하게 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시장가치는 지난해의 5배가 넘는 1백20조원 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이같은 삼성전자의 괴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97년 11월 IMF충격은 삼성전자마저 큰 위기로 몰아넣었다. 반도체시장이 다소 나빠지긴 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가전부문이었다. 삼성전자는 98년 6월부터 7월에 걸쳐 한달에 1천7백억원 정도의 적자가 발생했다. 삼성전자는 현금흐름(Cash Flow)중심 재무구조로의 전환을 서둘렀다. 먼저 삼성전자는 이익을 못내는 1백45개의 한계사업을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반도체의 발상지였던 부천 반도체공장을 4억5천만달러에 매각했다. 부천공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71년 사재로 만든 의미있는 회사다. 그런데다 부천공장은 당시 연간 1천억원 규모의 이익이 났었고 앞으로도 수년간은 1천억원씩 이익이 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이 회장은 ‘회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며 매각을 승인, 구조조정의 본격적인 서막을 알렸다. 이후 삼성전자의 구조조정은 과감하고 발빠르게 진행됐다.삼성전자는 적자가 발생하던 98년 5만8천명의 종업원을 3만9천명으로 전체직원의 30%를 줄였다. 이 과정을 통해 인건비의 60%를 줄이고 조직을 젊게 만들었다. 임원을 제외한 삼성전자의 직원들 중 50세 이상은 50명도 채 안되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그러면서도 삼성전자는 반도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장 어려웠던 98년 1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 또한 일본 NEC와 도시바 미쓰비시전기 3개사를 합한 설비투자비용에 필적하는 규모다.삼성전자는 이같은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이어 조직을 디지털 사업형으로 전면 재편했다. 그동안 정보가전 총괄, 미디어서비스 사업팀 등에 산재돼 있던 디지털 제품의 사업을 전략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디지털미디어 총괄’을 확대 신설했으며 제품 개발과 상품화,마케팅을 직접 담당토록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디지털미디어 총괄 산하 6개 각 사업부의 명칭을 디지털 영상사업부, 디지털비디오 사업부, 디지털프린팅 사업부 등의 디지털형으로 바꾸는 사업부 명칭변경도 단행했다. 6개 사업부의 각 사업은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컴퓨팅(Computing)’,’네트워킹(Networking)’의 3대 주력 사업군으로 가치·체인화해 사업 역량을 강화했다. 또 삼성전자는 디지털미디어 총괄내에 세계적 수준인 모니터(세계 1위), TV(6위), VCR(3위), DVDP(5위), 캠코더(4위)의 사업을 확대해 세계적 수준으로 육성하고 디지털TV와 프린터는 세계 1등 품목으로 신규 선정하고 사내외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특히 디지털미디어 총괄을 삼성전자의 기술분야 최고 경영자(CTO)이자 반도체 신화의 일등공신인 진대제 사장이 직접 경영을 맡도록 해 반도체·첨단기술을 토대로 한 디지털 사업에 가속도가 붙도록 했다.올 삼성전자의 1분기 경영실적을 토대로 한 사업부문별 비중은 반도체가 3조원에 35%(메모리 2조원·23%, TFT-LCD 5천억원·6%, 비메모리 4조7천억원·6%), 정보통신 1조9천원에 22%(휴대폰 1천4백억원·16%), 디지털미디어 2조5천억원에 29%, 생활가전 7천9백억원에 9%로 디지털사업부문이 강화됐음을 보여준다. 부문별 영업이익과 부문별 매출액 영업이익율은 반도체 1조3백억원에 35%, 정보통신 2천3백억원에 12%, 디지털미디어 2천1백억원에 8%, 생활가전 1천2백억원에 15%를 달성해 지난해 4분기 대비 2.6% 개선하면서 전 부문이 높은 고부가가치 사업구조를 구축하면서 효율적인 경영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중 삼성전자의 차세대 영상 문화의 핵심 부품인 TFT-LCD 사업은 지난해 세계시장의 20.1%를 점유해 3년 연속으로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삼성전자의 비전은 ‘디지털 컨버전스 혁명을 주도하는 기업’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메모리 LCD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 강한 사업은 양과 질 모든 면에서 세계 톱 수준으로 더욱 강하게 키워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IMT 2000 디지털TV 프린터 등 신규 전략사업은 일류로 조기 육성해 삼성전자의 새로운 과수사업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또 반도체 기술, 광 메카트로닉스, 정밀 가공기술, 양산 제조기술 등 삼성전자의 고유강점을 적극 활용해 다른 사업분야에서도 제품 경쟁력을 키우고 일류 제품을 만들어 균형 잡힌 최적의 사업구조를 갖춰간다는 전략이다.이와함께 삼성전자의 제품 개발에서 판매에 이르는 모든 공정을 고객과 시장중심으로 바꾸고 세계 1위의 핵심 기반기술 개발 및 기술자산 축적과 구매 생산 판매 등 기능별로 글로벌 네트워크 체제를 구축해 시장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예정이다.삼성전자는 특히 세계 최대시장으로 급성장하는 중국에 대한 투자를 늘려간다는 구상이다. 이는 향후 중국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삼성전자는 지난 4월 북경 올림픽 유치 위원회와 중국 가화문화그룹이 주최한 ‘북경 2008 올림픽 유치기원 한중 수퍼음악회’의 공식 타이틀 스폰서로 참가해 중국 내 디지털 최고 기업으로서의 브랜드 인지도를 한층 높였다. 삼성전자는 올해 중국에서 36억달러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점유율 1위를 기록중인 컬러모니터와 MP3플레이어 판매를 보다 강화하는 한편 CDMA휴대전화 프로젝션TV LCD모니터 DVD플레이어 등 첨단 디지털제품의 판매에 역량을 집중해 나갈 예정이다.CEO탐구윤종용 대표이사 부회장‘메모광’에서 ‘구조조정 마술사’로 대변신윤종용(57)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메모광’이다. 윤부회장의 색바랜 메모노트는 이건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이 부회장 시절이던 70~80년대의 발언을 복원하는 데 80% 이상 활용되기도 했다. ‘내가 지시한 것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알아보라’는 이회장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지시사항이 무엇이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윤부회장의 메모노트가 동원됐던 것이다. 윤부회장의 메모습관은 중학교 때 일기를 쓰기 시작했던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윤부회장은 또 사내에서 ‘움직이는 백과사전’으로 불린다. 전자는 물론이거니와 미술 문학 음악 문화 전반에 걸쳐 모르는 게 없을 정도라 한다.윤부회장은 아이디어도 특출나다. 지금도 인기를 끄는 ‘잃어버린 화면 1인치를 찾아라’ CF는 윤부회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1인치는 약 2.54㎝에 불과한 작은 길이다. 그러나 그런 작은 화면을 찾아서 고객에서 돌려주겠다는 발상 전환이 TV의 규격파괴와 혁명적 재창조의 기폭제가 됐던 것이다.이같은 윤부회장의 메모 습관, 해박한 지식, 아이디어 등 소프트한 면이 오늘의 삼성전자를 이뤄내는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면 다소 무리있는 해석일까.“최고경영자는 앞으로 3~4년만에 과실을 따먹을 수 있는 묘목사업과 10년 후에 주력사업이 될 씨앗품목을 찾아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가오는 21세기의 경영 성패는 앞으로 10년 후를 내다보고 진짜 거목으로 클 나무를 잘 골라 씨앗을 뿌리고 5년 후쯤이면 과실을 맺을 묘목은 얼마나 잘 가꾸느냐에 달린 것이다.”윤부회장이 소설가 최인호씨와 담소중 밝힌 자신의 경영철학이다. 윤부회장은 98년 중반 위기에 몰린 삼성전자를 사업들중 ‘진짜 거목으로 클 나무’들만 골라 성장궤도에 올려 놓았다.그리고 윤부회장은 요즘도 미래사업을 찾는데 시간의 50% 이상을 쓰고 있다. 윤부회장의 미래사업 찾기엔 역시 메모, 해박한 지식, 아이디어가 동원된다. 따라서 이것이 삼성전자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해석이 무리는 아니라는 판단이다.윤부회장은 삼성전자가 가전사업에서 세계 1위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디지털사업에서만큼은 반드시 선두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분야에서 독보적인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데서 가시화되고 있다. 윤부회장은 이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인재양성에 주력. 지난해말 기준 9백명이던 삼성전자의 박사수가 올 연말까지 1천2백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부회장은 이들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이를 사업화해 회사에 큰 수익을 안겨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윤부회장의 꿈은 삼성전자가 2005년 일본 소니를 넘어서 세계 최고의 브랜드를 가진 업체로 올라서는 것이다. 하지만 윤부회장은 이 꿈의 조기실현을 위해 요즘 말을 많이 아끼고 있다. 아니 삼성의 미래 아이템 찾기 장고에 들어갔는지 모를 일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