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이동전화 시장에서 최고 지명도를 자랑하는 노키아는 필란드 국적이며 에릭슨은 스웨덴 국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노키아와 에릭슨이라는 브랜드는 잘 알고 있으나 어느 나라 제품인지는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얼마전 미국의 한 마케팅조사 기관이 조사한 결과에서 응답자의 63%가 노키아를 일본 브랜드로 4%는 미국 브랜드로, 그리고 필란드 브랜드로 알고 있는 사람은 겨우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노키아 에릭슨과 경쟁관계에 있는 모토로라가 미국 회사임을 알고 있는 사람도 5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브랜드 국적과 관계없이 휴대폰을 구입할 때 노키아를 긍정적으로 본다는 사람들이 21%에 달했다.대부분 미국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입할 때 브랜드를 따지지만 그 브랜드가 어느 나라 것인지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좋은 예다. 어떤 상품이나 기업의 국적보다는 가격과 질이 구매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이제 국경의 장벽이 하나 둘 사라지고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면서 기업이나 상품의 국적은 더욱 희미해지거나 모호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세계적 브랜드 이미지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신발 브랜드 나이키의 경우 미국 브랜드이지만 실제는 모든 제품이 외국에서 생산된다.나이키가 신발생산과 관련해 미국에서 하는 일은 오레곤에 있는 디자인센터에서 신발제품을 디자인하는 일뿐이다. 새로운 제품개발을 위한 디자인만 미국에서 하고 나머지 모든 생산활동은 가장 생산원가가 싸고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이 가능한 나라에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이런 나이키식 국제 분업은 세계 여러 나라 기업으로 널리 확산되고 있다.원래 기업은 국적에 연연하지 않고 이윤을 따라 움직이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동안 국경의 장벽이 높고 각종 규제가 심해 어쩔 수 없이 한 곳에 머물러 있던 기업들이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너도 나도 가장 사업하기 좋고 가장 이윤을 많이 낼 수 있는곳으로 다투어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제 한나라의 경제발전은 바로 이처럼 최대 이윤을 찾아 헤매는 각국의 기업들을 어떻게 자기 나라로 끌어 들이고 자기 나라에 머물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최대의 이윤을 누릴 수 있는 곳, 가장 편하고 안전하게 사업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는 기업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각종 규제와 공정하지 못한 경쟁 풍토다. 시장경쟁 원리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책임지는 경제환경, 원칙과 룰에 따라 행동할 때 부당한 손해를 보지 않고 일정한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경쟁 풍토를 기업들은 원한다.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세계화 조류에 맞춰 우리경제가 계속 세계속으로 뻗어나가기 위해선 우리 기업, 우리 상품의 브랜드를 세계적 브랜드로 키우는 일 못지않게 세계 여러 나라의 브랜드가 우리나라를 발판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긴요하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외국인 투자는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외국인 투자를 많이 유치하기 위해선 이미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불편없이 사업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이제 우리 경제환경도 많이 개선돼 외국계은행장이 정부에 대해 공개적으로 “노”라고 말하는 시대가 됐다. “노”라고 말하는 은행장과 은행이 부당한 손해를 입지않는 환경이 유지되면 희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