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를 움직이는 힘은 과연 무엇일까. 언제 사고 언제 팔아야 하는 것인가. 주식시장이 있는 사회에선 누구나 그리고 언제나 갖고 있는 고민이다. 물론 이 숙제를 풀려고 매달리는 학자도 한둘이 아니다.최근 월스트리트에서는 이같은 ‘가설’과 관련된 몇가지 재미난 분석들이 나왔다. 이중 언론들이 관심을 두는 것은 두가지로 하나는 날씨요인이고 다른 하나는 계절요인이다. 날씨요인은 날씨가 맑은 날이 흐린날 보다 주가가 오를 확률이 많다는 이론이고 계절요인은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여름철에 주가가 오르는 이른바 ‘섬머랠리(Summer Rally)’는 없다는 것이다. 여름보다는 오히려 겨울철에 주가가 더 오른다는 주장이다. 이 날씨와 계절적 요인분석을 종합하면 ‘겨울철의 맑은 날’이 주식이 오를 확률이 가장 많은 셈이다.우선 날씨효과를 살펴보자. 데이비드 허쉴라이퍼 오하오주립대 교수와 타일러 슘웨이 미시간대학 교수는 ‘주식수익률과 날씨(Good day Sunshine)’라는 연구에서 아침에 햇빛이 나는 날에는 하늘이 찌푸린 날보다 주가가 더 많이 오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강조한다.이 두 교수는 82년부터 97년까지 전세계 26개 증권거래소의 주가움직임을 비교 연구한 결과 증시의 선샤인효과가 특정 나라 특히 일부 신흥시장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예를 들어 유럽국가중 비교적 가까이에 있는 파리(프랑스)와 브뤼셀(벨기에)의 증권거래소를 비교할 경우 같은 뉴스에도 두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같은 종목들이 날씨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한다.이들은 조사대상 증권거래소중 미국의 뉴욕증권거래소가 세계에서 날씨의 영향력이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경우 조사대상인 15년간 날씨가 맑은 날은 연평균 25% 올랐고 흐린날은 맑은 날의 3분의 1 정도인 9% 가량 상승했다는 분석자료를 내놓고 있다.결국 이 교수들이 내리는 결론은 경제뉴스는 사람들의 기분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날씨가 좋으면 사람들은 그날 그날의 뉴스를 더욱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날씨가 우중충하면 그 반대의 결론을 내리는 경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교수들은 날씨투자는 직접투자보다는 선물옵션거래에 적당하며 날씨가 맑게 시작하는 도시에서 롱(선물매입)포지션을 택하고 날씨가 흐린 시장에서 쇼트(선물매도)포지션을 유지하면 수익률이 높다는 ‘결론’까지 내고 있다.이런 날씨효과는 주식시장의 모든 정보가 효율적으로 움직이면서 주가를 결정한다는 효율적 시장가설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아주 황당하게 만든다. 그러나 교수들의 주장은 효율적인 시장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효율적 시장을 구성하는 객관적인 ‘사실’들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투자자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식투자에서 성공하려면 객관적 상황들을 기분에 따라 해석하지 않도록 하는 기계적인 투자전략을 사용하라고 이들은 권고한다. 한 기업을 객관적으로 장기적으로 분석할 경우 흐린 날에도 과감하게 주식을 살 수 있다는 결론인 셈이다.계절요인, 별 신빙성 없는 것으로 분석두번째는 계절요인이다.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특히 여름에 대한 얘기들이 많다. 미국인들이 여름으로 생각하는 현충일(5월 넷째주 일요일)부터 노동절(9월 첫째주 월요일)사이에 한번정도 주식시장이 연중 최고의 강세를 보인다는 ‘섬머랠리’라는 속설이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정 반대의 이론도 존재한다. ‘5월에 주식을 팔고 쉬어라’라는 5월 매각설(Sell in May and go away) 등은 아주 유명한 격언 중 하나고 5~6월 위기설까지 떠돈다.하지만 학자들의 연구결과는 이같은 여름을 주제로 한 이론들은 별로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부 계절적인 변동패턴이 있긴 하지만 5~6월 위기설은 다소 근거가 약하며 섬머랠리도 통상의 생각과는 크게 다르다는 주장이 많다.통계학자들도 여름철 주식시장에 특별히 긍정적 반응을 불러 일으키는 어떤 요인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조셉 라콘니쇼크 일리노이대교수와 세이모어 스미트 코넬대교수 등 두 재무담당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어느 특정일이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을 정도로 수익이나 손실을 지속적으로 보일 가능성은 매우 약하다고 한다.이처럼 대부분 분석가들이 주식시장에 어떤 특정한 계절적 패턴이 있다는 것을 회의적으로 보는 데 비해 최근 시븐 보만이란 네덜란드계 보험사의 포트폴리오매니저와 로테르담소재 에라스무스대학의 벤 제이콤슨 교수가 지난 70년부터 98년까지 28년 동안 전세계 37개국의 주가 실적을 조사한 결과는 나름대로 재미있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조사대상국중 36개 나라에서 따뜻한 계절(5~10월)의 투자성과가 추운 계절(11~4월)보다 훨씬 못하다는 것이다.이런 패턴이 나타나는 원인은 명확하지 않으나 투자자들이 여름휴가를 떠나기 전에 보유주식물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두사람은 설명하고 있다. 휴가기간이 장기간에 걸쳐 분산되는 미국에서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시에 장기 여름 휴가를 떠나는 유럽국가들에서 이런 현상이 더욱 분명하게 나타나는 것도 이 설명을 뒷받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