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병원·실버하우스 건립 추진 … 자립경영 통해 회원조합 지원 강화·유통센터 확대 예정

농협중앙회는 7월1일로 통합 1주년을 맞습니다. 통합 이후 성과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통합 6개월이 되는 지난해 12월말 농협 사상 가장 많은 1천9백56억원의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이 돈으로 회원조합 출자배당 유통사업 발전자금 등 농업인들에게 총 1천50억원을 지원했습니다. 흑자결산에 따라 자기자본도 크게 늘어나 지난해말 기준 BIS비율이 10.2%를 나타냈고 여신의 건전성 정도를 나타내는 여신비율도 3.5%를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보다 내실 있는 경영을 펼쳐 확실하게 자립하는 해로 만들 계획입니다. 흑자폭도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올라간 3천8백50억원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흑자를 많이 내는 협동조합으로 거듭나 농업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일단 통합이 성공적이라는 평가인데요. 그만큼 강력한 구조조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효과는 어느 정도입니까.통합은 시대적 요청이었습니다. 똑같은 농업인을 대상으로 지도 경제사업을 수행하는 중앙회가 3~4개로 나눠져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통합은 조직의 통폐합부터 시작했습니다. 농협 축협 인삼협중앙회를 합치면서 본부 부서 16개 지역본부 10개소 금융점포 64개 사업장 34개를 폐쇄하고 양재동 신사옥을 포함 총 2천4백97억원의 고정자산을 매각했습니다.또 인력구조조정도 실시해 통합 후 2천9백96명의 중복인력을 감축했습니다. 현재 중앙회 직원수는 97년말보다 27.7%로 줄어든 1만6천3백34명이고, 회원조합은 26.1% 감소한 5만1천2백31명입니다. 실익이 없는 조직은 과감히 정리했습니다.구조조정시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 화제를 모았는데요.1천2백명에 해당하는 인력에 대해 직급을 하향조정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구조조정에 나선 어떤 기업도 직급을 내린 경우는 없었습니다. 통합과정에서 농협과 축협 직원간의 직급 형평성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직급을 올려줄 경우 연간 1백2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실현시킬 수 있었습니다. 사실 직급을 내린다는 것 자체가 노동법에 어긋나는 일이었지만 개혁차원에서 서로가 양보를 한 것이죠.개혁의 가속도를 붙이기 위한 방안은 마련돼 있습니까.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회원조합 지원을 더 강화할 것입니다. 우선 순수농업자금을 적어도 5백만원 이상씩 지원할 계획입니다. 대출 금리는 사업용 조달금리 수준인 한자릿수로 제공할 것입니다. 또 현재 일부 회원조합에서 50%에서 1백%까지 무상 지원하는 영농후계자 지원자금도 회원조합 전체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회원조합이 자립경영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립경영이 되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은 물론 농협중앙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앞으로 개혁은 어디에 중점을 둘 계획입니까.유통센터를 군 소재지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농협중앙회 회원 조합 등 3자가 공동 협력할 것입니다. 유통센터가 네트워크로 묶이면 시민과 농업인들에게 보다 신선하고 양질의 제품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현재 수도권엔 양재동 창동 분당과 최근 고양시에 대규모 유통센터를 구축한 상태입니다.농협은 올초부터 해외 자본유치에 적극적입니다. 최근까지 유치된 자금과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주십시오.지난 4월초 프랑스 BNP파리바 은행 5천만달러, 5월초 영국의 스탠더드챠타드 등 18개 은행으로부터 신디케이트론 방식으로 1억달러를 유치했습니다. 이는 농협이 국제적으로 신임을 얻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앞으로 외자유치는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경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차원에서 진행할 것입니다. 금리는 최저 수준으로 경영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조건으로 계약할 것입니다. 국제 신임도가 높아진 결과로 오는 10월 중순께 세계협동조합 서울총회를 개최합니다. 전세계 1백4개국의 협동조합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입니다. 이 대회를 통해 한국농업인과 한국농업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가능하면 북한쪽도 초청할 계획입니다.농협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어떤 모습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농협은 이익을 내야하는 경제 단체이면서 (농촌)운동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운동이 우선이냐 경영이 우선이냐는 논란도 있지만 저는 경영이 잘 돼야 운동도 잘 할 수 있다 봅니다. 즉 한국농업이 바로서기 위해선 회원농협이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는 결국 회원농협이 건실해야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중장기적인 프로젝트는 있습니까.현재 공제사업부에서 검토하고 있는 사업입니다만 서울 등 4대 대도시에 농민병원을 세우는 것입니다. 농협이 농민의 건강까지 책임질 수 있게 만드는 것이죠. 농협과 인연을 맺으면 출생에서 죽음까지 맡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 회원조합에선 이미 장례 지원까지 하고 있습니다. 또 도 단위에 농촌 노인들을 위한 실버하우스도 만들 계획입니다. 그래서 농민의 복지 건강까지 담당하는 조직으로 거듭날 것입니다.오랫동안 농협중앙회에서 일을 해오셨습니다. 경영철학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정도경영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기본에 충실한 정도경영만이 어려운 현실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또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농협의 정도경영은 조합원의 실익증대입니다. 농업인이 조합원이 있기 때문에 농협이 존재한다는 당연한 진리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Profile in Mirror정대근 회장은 지난 75년 삼랑진 농업협동조합에 발을 담근 후 30년 가까이 농협과 함께 한 정통 ‘농협맨’이다. 농민출신으로 일선 조합장에 8번이나 당선될 정도로 농민들의 신뢰가 두툼하다. 또 그만큼 일선 농민들의 사정을 꿰뚫고 있는 사람도 드물다.농협중앙회 안팎에선 통합 회장으로 선출된 것도 정회장의 이런 이력 때문이라고 평가한다.통합 회장답게 정회장의 농업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인생 자체가 농업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위치에 있던 이유도 있었지만 1차 산업으로 농업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라는 말이 있다. 농업이 건강 환경 식량 등의 혜택을 주지만 국민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기능도 있다는 것이다. 풍년이 가져다 주는 효과가 그런 것이다. 풍년이 GNP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만 온 국민에게 주는 정서적 안정감은 대단한 것이다.” 정회장이 농업에 대해 논의할 때 항상 인용하는 말이다. 산업으로서 농업이 잘 돼야 강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직원들과 부담없이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정회장은 그의 풍부한 농업 인생만큼이나 농업에 관해서는 달변가다. 농업에 대해 한번 말을 꺼내면 멈추지 않을 정도다. 30년 가까운 세월을 농협만 알고 살아온 정회장은 요즘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농협의 말단 ‘서기’로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는 그 누구보다도 한국농업에 대한 강한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정리·이승재 기자 sj@kbizweek.com사진·황선민 기자 hsm8844@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