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혁(48) 동양투자신탁운용 상무는 국내에서 수익률이 높은 펀드를 가장 많이 보유한 펀드매니저다. 최근 미국 펀드평가회사 모닝스타는 한국법인인 모닝스타코리아를 통해 국내 펀드의 1년 누적 수익률을 평가한 결과 42개의 주식형펀드에 최고 점수인 별 다섯 개(5-Stars)를 부여했다. 이 중 김상무가 운용하는 펀드가 무려 7개나 포함됐다. 대부분 팀으로 펀드를 운용하는 요즘 그는 철저히 자신의 이름을 걸고 수익률과 싸우고 있다.“주가는 미래의 꿈을 먹고 산다지만 현재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는 환상에 불과합니다. 주목받지 못하는 종목을 발굴하고 수익성과 미래가치를 면밀하게 분석한 결과 투자해 좋은 성적을 얻은 것으로 생각합니다.”그가 좋은 성적을 꾸준히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그는 매일 수많은 자료를 읽는다. 그의 사무실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자료들이 쌓여 있다. 이것들을 읽고 소화하기 위해 김상무는 시간과 싸운다. 매일 새벽 5시30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TV를 통해 미국 경제뉴스를 챙기고 인터넷을 통해 국내외 주식시장 변화를 체크한다. 사무실에 도착한 뒤에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과 브로커들이 놓고 간 보고서를 읽고 전화로 확인한다. 더 많은 자료를 읽기 위해 그는 오래 전 좋아하던 담배도 끊었다.그의 투자원칙은 ‘탑다운(Top Down)→바텀업(Bottom Up)’으로 요약된다. 그는 먼저 환율 무역수지 물가 수출입동향 등 거시지표를 분석한다.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개별 기업 분석에 들어간다. 기업종목 선정은 일차로 회사 운용전략팀에서 분석한 리스트가 기본이다. 이것을 토대로 김상무는 다시 종목 선정에 들어간다. 일주일에 한번씩 기업탐방을 다녀오고 일주일에 세 번 기업IR 등 세미나에 참석, 기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정보를 수집한다. 이처럼 현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그가 좋은 성적을 올리는 두 번째 비결이다.자료보는 시간 아끼려 담배도 끊어그가 발품을 팔며 다닌 결과 종목발굴에 성공한 대표적인 것이 태평양이다. 그는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평균 2만원대에서 태평양을 매집하기 시작했다. 화장품 생산과 관련이 적은 계열사를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의 노력과 기능성 화장품 개발 등으로 부가가치를 높여가고 있는 것을 이 노련한 투자자는 놓치지 않았다. 이런 변화상을 뒤늦게 접한 외국인들과 기관 투자가들이 태평양을 앞다퉈 매입하자 현재 태평양은 주당 7만원대로 오른 상태다.그의 또 다른 경쟁력은 바로 거미줄처럼 짜여진 네트워크다. 국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 브로커 기업인 등 수많은 전문가들이 그와 수시로 통화하면서 의견을 교환한다. 그의 귀에는 미국 펀드매니저가 국내의 어떤 기업을 방문하고 있는지도 들어온다. 김상무는 이런 정보를 듣고 혹시 그가 체크하지 못한 우량기업이 있는지 확인한다.“실력 있는 펀드매니저는 그가 운용하는 모든 펀드의 수익률이 좋아야 합니다. 때론 펀드매니저들이 외부 평가 때문에 수익률이 좋은 펀드만 관리하는데 이는 부도덕한 일입니다. 수익률과 위험관리 그리고 운용경력이 갖춰져야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안겨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