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개월 동안 정기 포럼을 37차례 개최했습니다. 국내 여건상 대기업과 벤처 CEO가 매주 정기적으로 만난다는 게 쉽지 않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토론이 진지해졌습니다. 이 모임이 국내 기업 환경을 변화시키는 데 일조 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브이소사이어티 이형승 사장은 회사설립 당시 일부에서 제기됐던 ‘잘 나가는 젊은 CEO들의 사랑방 모임’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각에 대해 이렇게 잘라 말했다. 과거 각종 CEO 모임이 형식적인 면에 치우쳤다면 브이소사이어티는 신뢰를 바탕으로 회사 가치를 높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임의 활성화를 위해 매주 개최되는 목요 포럼에 강제성을 부여했다. 월 1회 이상 참석, 분기별 4회 이상 참석, 연속 3회 불참 금지라는 규정을 만들었다. 또 회원이 개인적으로 투자한 업체가 있으면 이를 공개해 전체 주식의 20%는 브이소사이어티에 투자 기회를 줬다. 이익을 공유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기본 목적을 위해서다.브이소사이어티는 설립 1주년이 되는 9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동안 구축된 신뢰를 바탕으로 회원사간 제휴와 다른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활발히 추진할 방침이다. 7월에 50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사장은 “이 자금은 벤처캐피털 성격이 아니라 신규 벤처기업의 시드 머니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50억원 규모 펀드 조성 신규벤처 지원브이소사이어티를 통해 대기업과 벤처기업간 제휴가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유럽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휴맥스가 삼보컴퓨터와 제휴, 일본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 좋은 사례다. 또 SK(주) SK텔레콤 이니시스는 전자결제서비스를 위해 KMPS를 설립하고 8백개에 이르는 SK(주) 직영 주유소에 전자결제 단말기를 설치, 서비스하고 있다.브이소사이어티가 추구하는 게 바로 이런 것이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보자는 게 이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미래 한국 경제가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두 집단간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배경이 다른 기업이 공동의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인간적인 신뢰와 능력에 대한 믿음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역할을 맡은 게 브이소사이어티라고 강조했다.이사장은 재경부(행시 29회) 경제정책국에서 99년까지 근무했다. 95년에는 미국 미시간 대학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97년 IMF가 닥치면서 공무원 생활에 대한 신념이 흔들렸다. “IMF 당시 경제 관료로서의 한계를 실감했습니다. 골드만삭스와 같은 기업이 한 국가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에 충격이 컸습니다. 책상보다는 현장경험이 중요하다고 느꼈던 거지요.” 재경부를 나와 삼성증권에서 마케팅 및 e비즈니스 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얼마나 심한 지도 몸소 겪었다. 그는 “공무원 생활을 계속했다면 결코 알 수 없었을 중요한 체험”이라며 “이런 경험이 기업과 국가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