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평 소형 중심, 차별화 상품 개발 … 공급 과잉·환금성 약화 우려 ‘묻지마 투자’ 위험

인천 영종도에 들어설 LG카이스텔, 서울 잠실동 갤러리아 팰리스, 여의도동 롯데 캐슬 엠파이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상반기 부동산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주상복합·오피스텔 분양 붐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주요 주택건설업체들은 오랜만에 찾아온 상승 분위기를 이어간다는 전략으로 8월말부터 7천여가구의 신규물량을 쏟아낼 예정이다. 중소업체들까지 합하면 총 공급물량은 1만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IMF위기 이후 고전을 면치 못했던 주상복합·오피스텔시장이 호조를 띠는 것은 연초부터 이어진 저금리 기조가 주원인. 지난 3월 분당신도시의 파크뷰가 10만여 인파를 끌어 모으며 분양 대박을 터뜨린 이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종로구 내수동 경희궁의 아침,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등이 수십대 일의 경쟁률을 보이며 1백% 분양을 달성했다.특히 20평 안팎의 소형에 대한 인기가 전에 없이 높은 상태다. 은행을 벗어난 여유자금들이 고정 월세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임대주택사업으로 이동하는 데 따른 것이다. 이 점을 감안해 주택건설업계는 10~30평형대 소형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 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임대용 오피스텔, 호텔형 주상복합 등 신개념 차별화 상품 개발에 주력하는 모습이다.그러나 일부에서는 공급 물량이 수요를 초과한다는 우려와 함께 건설업체가 제시하는 고수익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부동산뱅크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도심 인기지역의 기존 주상복합·오피스텔 대부분이 은행 금리 수준을 간신히 넘는 수익률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하반기 공급 예정 물량9월 분양예정 물량 가운데 눈길을 끄는 곳은 (주)한화와 삼성물산 주택부문이 공동 개발하는 갤러리아팰리스, 여의도 백조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롯데캐슬 엠파이어, 영종도 국제업무단지에 들어서는 LG카이스텔 등이다. 특히 한화와 LG건설은 하반기에만 3~4개 지역에서 대규모 주상복합·오피스텔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갤러리아팰리스는 구 갤러리아백화점 잠실점 부지 7천2백51평에 들어서는 주상복합 및 오피스텔. 32~96평형 아파트 7백41가구와 10~38평형 오피스텔 7백20실 등 총 1천4백61가구로 구성된다. 입지여건이 탁월한 대규모 주거단지인데다 한화와 삼성이라는 브랜드파워가 결합, 높은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평당 분양가는 8백만~1천2백만원 선으로 주변 50~60평형대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 평당 2백만원 이상 저렴하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또 지하1층에 수영장 헬스클럽 사우나 골프연습장 등을 설치하고 지상1층에는 놀이방 독서실 회의실 등을 만들어 입주자 편의를 높일 예정이다. 강남 테헤란로 삼성동 비즈니스타운이 가까워 외국인 임대수요 확보에도 유리한 입지다.이밖에도 한화는 마포구 도화동 구 마포고 이전 부지에 1천3백가구, 서초구 서초동에 3백가구의 주상복합·오피스텔 공급을 준비중이다. 도화동 주상복합은 지하철5호선 마포역과 지하로 연결되며 15~33평형으로 구성된다. 서초구 서초동의 오피스텔 오벨리스크는 11~22평형으로 평당 6백만원대에 분양가가 책정됐다.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백조아파트 재건축분인 롯데캐슬 엠파이어는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를 지향한다. 지하 6층 지상 39층 규모로 판매시설과 아파트가 동시에 들어선다. 여의도 동부의 중심에 위치하고 증권 금융관련 빌딩 밀집지에 들어서 입지여건이 뛰어나다. 13층 이상에서 한강을 볼 수 있으며 평당 분양가는 9백만~1천6백만원 선에 책정됐다. 인근 미주아파트도 36층 규모의 주상복합으로 재건축되며 11월께 분양예정이다. 롯데건설은 분양에 앞서 해외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최고급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LG건설이 분양하는 영종도 카이스텔은 국제적인 시설을 갖춘 주거 및 업무용 오피스텔이다. 인천시 운서동 인천국제공항 국제업무단지(IBC) 내에 위치하며 8월말 분양 예정이다. 2천32평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12층 규모로 지어지는 카이스텔은 15~25평형 5백15실로 구성된다. 분양가는 서울 강남지역의 60% 수준인 3백70만~4백50만원 선. 입주자를 위한 헬스클럽과 첨단 비즈니스센터, 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되며 공항 전용 모노레일 등을 이용해 공항 연계가 손쉽다. 영종도 국제업무단지는 일반에 분양되는 유일한 공항시설로 특히 2만6천여 공항 관련 종사자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LG건설은 이밖에도 강남구 삼성동에 원룸주상복합 7백66가구, 서초동에 15~30평형 6백65가구, 분당 서현동에 19~37평형 3백68가구 등 총 2천3백여가구를 하반기중에 공급할 예정이다.한편 두산건설 SK건설 풍림산업 신영 등도 하반기 분양 레이스에 합류한다. 두산건설은 강동구 천호동에 주상복합 위브를 분양할 예정. 13~25평형 2백85가구 규모이며 분양가는 평당 5백만원 선이다. 분당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신영은 분당 정자동과 금곡동에 중대형 오피스텔 6백38실을 공급한다.호재만 있는 것 아니다주상복합·오피스텔 분양시장에 ‘호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열기에 대해 경계령을 내린 상태. 실제로 ‘떳다방’의 주도로 초단타 매매가 성행하면서 일반투자자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청약 직후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이 형성됐다가 1~2주 후 금세 사그라지는 ‘냄비 프리미엄’도 흔히 볼 수 있다. “반드시 더 오른다”는 말에 솔깃해 분양권을 매입한 투자자들이 불과 며칠 사이 되팔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는 일이 허다하다.청약 당일 수많은 인파로 화제가 된 종로구 내수동의 주상복합아파트 경희궁의 아침의 경우 당첨자 발표 직후 치솟았던 프리미엄이 1주일이 안돼 폭락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김성만 중개사는 “부르는 게 값이던 프리미엄이 요즘엔 1천만원 이하에서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그나마 매물은 있으나 찾는 이가 드물어 거래는 거의 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도곡동의 69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 타워팰리스Ⅲ도 일부 평형에만 프리미엄이 붙어 있고 나머지는 분양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분당 파크뷰, 두산위브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분양업체가 제시하는 수익률 수준에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부동산뱅크 조사에 따르면 인기지역으로 꼽히는 마포 목동 신촌 등지의 기존 오피스텔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연 6.5~10% 선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에 신규 분양하는 오피스텔들이 연 20% 안팎의 고수익을 장담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이 회사 김우희 편집장은 “주상복합·오피스텔은 이미 적정 물량을 넘어서 과잉 공급이 우려되는 상태”라고 말하고 “요즘 분양되는 곳이 입주할 시점에는 월세 수입은 고사하고 수요 기피현상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즉 입지여건과 전반적인 수급현황, 철저한 가격 비교 없이 행하는 ‘묻지마 투자’는 돈만 묶어두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