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 호텔을 상상할 수 있는가. 요즘에는 너무나 당연시되고 있는 호텔의 뜨거운 물 서비스가 호텔이 생기기 시작한 초창기에는 ‘옵션’ 개념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즉 호텔에 입실한 뒤 프론트에 전화를 걸어 뜨거운 물을 달라고 청해야만 했고 그나마 따로 돈을 지불해야 했다.“호텔의 뜨거운 물처럼 호텔의 인터넷 서비스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날이 머지않아 오게 될 겁니다. 우리가 그 기수 역할을 할 것이고요.”호텔 정보화 전문 솔루션업체인 (주)루넷 박기현(CTO, 35))이사의 장담이다. 박이사는 다만 “진정한 호텔 정보화는 보다 많은 고객들이 부담없이 그리고 편리하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현재 대부분의 호텔처럼 단순한 인터넷 전용선이나 사용할 때마다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는 고객 접근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은 호텔 정보화를 이루기 힘들다는 지적이다.월드컵·아시안게임 특수 누릴 듯루넷이 웨스틴조선호텔 스위스그랜드호텔 등 20개 특급호텔에 제공하고 있는 호텔정보화 솔루션의 기본 개념은 객실에 있는 온라인 비서. 체크인과 동시에 객실에 있는 컴퓨터가 스스로 부팅, 인터넷 사용환경을 갖추고 ‘고객’을 기다린다. 그리고는 고객의 입맛에 따라 영화나 게임 같은 각종 엔터테인먼트는 물론 비즈니스와 관광정보 호텔 이용방법 등을 다양하게 제공한다. 바로 루넷이 개발한 TBIS(관광과 비즈니스를 위한 정보솔루션)의 특징이다. 고객은 무료로 인터넷을 즐기고 호텔은 매달 일정액을 솔루션 제공업체에 제공하는 방식이라 투자비용이 적다는 이점도 있다.“고객의 체크인 체크아웃에 따라 컴퓨터가 자동으로 켜지고 꺼집니다. 물론 기존 고객이 사용했던 모든 정보도 깨끗이 없어지기 때문에 보안 걱정을 할 필요도 없고요. 호텔입장에선 무엇보다 일종의 대면 서비스 사각지대인 객실에서조차 적극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고 이렇게 모아진 고객정보가 결국 고객관계관리(CRM)의 기초가 된다는 것이 큰 강점이지요. 이런 서비스로 호텔의 가치를 업그레이드 할 수도 있고요.”실제로 지난해 9월 1백31개 객실에 루넷의 TBIS 솔루션이 탑재된 컴퓨터를 설치한 조선호텔은 호텔 객단가 및 객실 점유율이 서울 시내 특급호텔 중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컴퓨터가 설치된 방이 2만~3만원 더 비싼데도 선호도가 훨씬 높다. 고객들의 호평에 따라 최근에는 컴퓨터를 Mr. 티비스라는 애칭을 붙여 ‘이달의 서비스맨’으로 선정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호텔의 정보화 수준은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들에게 국내 정보화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바로미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보다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 수도 있고요.”박이사는 “호텔에 투숙해 시스템을 눈여겨 본 외국 고객 덕분에 일본 인도네시아 진출에 이어 미국 진출까지 추진하고 있다”며 “월드컵과 아시안 게임이 열리는 내년에는 더 많은 ‘특수’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덕분에 지난해 3월부터 사업을 시작한 루넷은 올해 60억원, 내년 1백7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