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성장 의구심이 상승장 발목잡아 … 한국기업 투자 재개·소비진작이 열쇠

과거 한국경제는 자전거 달리기식의 성장을 해왔다. 계속 달리지 않으면 쓰러지는 자전거처럼 왕성한 투자를 지속하면서 양적으로 성장해 왔다. 과잉투자는 노동수요를 자극, 과도한 임금상승을 초래했다. 이는 다시 과소비와 과잉투자를 자극하는 식의 성장이었다. 그러나 과잉투자와 과잉소비는 해외수입을 증가시켜 만성 무역적자에 시달리다 외환위기에까지 이르게 됐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고금리와 기업 부채비율의 강제 축소로 과잉투자와 과잉소비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냈다. 그 결과 무역수지는 대규모 흑자로 돌아서고 한국은 외환위기로부터 탈출했다.지금도 비록 그 규모는 감소했지만 무역수지는 꾸준히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시장금리는 역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초저금리 상태다. 게다가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기업들의 2백% 부채비율 준수의무를 완화 내지 폐지하는 방향으로 정책 변화가 이뤄지고 있으며 민간 소비를 부양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기업과 가계의 투자와 소비는 늘어나지 않는 것일까?한국전력의 발전소 건설을 위한 투자를 제외하고 민간투자가 올해 들어 80% 이상 감소했다는 것은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투자로부터의 미래수익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했다는 것이고 민간소비 위축은 한국의 가계가 미래의 소득에 불안해 한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작금의 경기침체는 물론 미국을 위시한 세계경제의 침체가 그 직접적 원인이다. 해외경기의 변동을 완충하고 미래의 잠재성장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투자와 민간소비의 회복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투자와 소비 등 경제활동에 대한 자신감은 정부의 투자 부양조치나 저금리정책 등 대증적 요법만으로 살아나지는 않을 것이다.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해결책은 경제 성장 모델에서 찾아야 한다.이미 우리에게는 과거의 자전거 달리기식 양적 성장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도, 채택 가능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구호로 떠드는 지식 기반의 경제 성장 모델은 허구다. 지식에 기반을 둔 경제라면 그 수준은 그 나라의 지식과 기술 수준만큼만 될 것이고 그 나라의 지식과 기술 수준은 교육 시스템의 경쟁력에 비례한다. 교육이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악한 교육 시스템을 가진 나라에서 감히 지식 기반의 경제성장 모델을 운운하는 것은 누가 봐도 웃을 일이다. 한국 경제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모두 동의하고 믿고 따를 수 있는 장기 경제 성장의 모델이어야 한다.경제성장 모델서 근본적인 해결책 찾아야증권시장은 장기 성장에 대한 의구심을 가장 잘 대변하고 있다. 초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종합주가지수는 500대를 넘지 못하고 있으며 PER를 포함한 제반 평가지표들은 역사상 최저 수준이다. 한국경제를 보는 투자자들의 시각은 ‘한국기업들의 이익수준은 장기적으로 증가되기는 커녕 현수준을 유지하기도 어렵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고금리시대에도 높은 PER를 인정하던 과거와는 달리 한국 기업들의 PER는 오히려 금리대비 할인돼 거래되고 있다.(표 참조)미국의 구조적 문제 중 하나는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다.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은 잠재 성장률과 경쟁력에 매료돼 밀려드는 외국의 투자자금은 이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를 흡수하고도 남는다. 한국기업들도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자신하면서 투자를 늘리고 한국 소비자들은 미래 소득에 자신감을 갖고 소비를 늘려 무역수지가 다시 적자로 돌아서는 날이야 말로 한국경제가 재도약하는 날이 아닐까. 그 날이야말로 진정 한국 주식시장의 대세가 상승하는 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