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자금, 증시유입 기대 더이상 유효하지 않아 … 투자자 포트폴리오 재편 예상
금리가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졌다.금리가 하락함에 따라 돈이 채권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넘어올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데 정말 그럴까? 만일 금리 하락으로 주식과 채권시장의 경계를 넘은 자금이 있다면 이 돈은 어떤 성격을 갖고 있을까?우리나라에서 금리가 오르고 내림에 따라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크게 이동했다면 당분간 주식시장은 유동성이라는 지원군 덕에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다. 덩치가 큰 부동산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돈은 큰 위력을 갖고 있는데 단위가 작은 주식은 이보다 훨씬 쉽게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동 효과가 별로 없다면 주식시장은 유동성장세라는 헛물만 켠 형국이 될 것이다.투자자의 금융 관행은 상당기간 유지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돈이 옮겨 올 지 여부는 과거 사례를 분석해 보는 것이 가장 유용한 방법일 것이다. 오른쪽 그림은 92년 이후 투신사 장단기 공사채형 수익증권 잔고와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특징적인 모습이 99년에 나타났는데 금리 하락에 따라 투신사의 공사채형 수익증권에서 돈이 빠져 주식형 수익증권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금리가 30%에서 8%까지 하락하고 주가가 3배 이상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에는 별다른 변화를 주지 못했다. 기껏 꼽아봐야 은행 저축성 예금 잔고가 주가 급등 기간에 월평균 유입액이 5조원에서 1조원 정도로 줄어드는 변화 정도였다.이런 과거 행태로 볼 때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여전히 은행은 저축성 기관으로 투신은 투자 기관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번 금리 하락으로 은행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옳겨 올 정도의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투신상품간 자금이동 현상만 나타나문제는 투신 상품간 자금이동도 99년에 비해 훨씬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99년은 금리와 주가의 급변으로 자금이 대단히 유동적이었던 반면 현재는 장단기 채권형 상품 잔고가 안정적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금리가 떨어지고 1년 정도가 지나면 저금리에 적응했던 과거의 예와 같이 이미 투자자들이 7%대 이하 금리에 익숙해져 있어 투신 상품간 자금 이동도 크지 않을 것이다.금리 하락에도 돈이 주식시장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면 금융권에 머물고 있는 자금은 어디로 갈까? 채권 상품에 계속 머물 가능성이 높은데 금리 하락을 반영해 선호하는 채권이 바뀌는 정도의 변화는 있을 것이다.금리가 오르고 내림에 따라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좋아했던 채권을 보면 금리가 하락할 때는 기간이 긴 장기 채권, 금융기관별로는 은행보다 투신사로 자금이 이동했다.금리 하락이 끝나기 직전 즉, 앞으로 금리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지 불투명해지는 시점이 되면 자금이 눈에 띄게 부동화됐다. 이때부터 만기 개념이 없는 은행 요구불예금이나 MMF 등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데 지금이 그런 상황인 것 같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