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을 쌓아올린 HBM 구조를 확대한 모형/한국경제신문
D램을 쌓아올린 HBM 구조를 확대한 모형/한국경제신문
인공지능(AI)의 필수 자원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D램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 지속해서 가격이 올라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HBM과 범용D램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은 경쟁력을 잃고 있다. 공급망 양극화로 기업 간 경쟁력 격차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1월 PC용 D램 범용 제품의 평균 가격은 8.1달러다. 올해 1월에는 1.35달러였다. 6배나 올랐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와 체결한 HBM4 공급 가격은 약 500달러다. SK하이닉스의 HBM3E 12단 가격은 약 300달러였다. 1.6배나 올랐다.

주요 공급사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이미 내년 D램과 HBM 물량을 완판했다. 10월 29일 SK하이닉스는 2025년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는 2023년부터 완판을 지속하고 있고 내년에도 현재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계약을 완료했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10월 30일 3분기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HBM 생산 계획분에 대한 고객 수요를 이미 확보했다”고 전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그래픽처리장치(GPU)만큼 AI의 학습과 추론 비용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AI 업계의 발전에 필수적 요소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한 번에 수직으로 쌓는다. 제조 난도가 높아 수율 관리가 어렵다. 따라서 빠른 생산이 어렵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AI 기업들의 메모리 선점은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약화로 이어진다. 계속해서 상승하는 반도체 구입 비용을 일반 기업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최신 HBM 기반의 모델을 업그레이드하는 기업들과 그러지 못한 기업들의 격차는 더 빨라질 것이다.

스타트업 역시 타격이 있다. 중소 기업이 오픈AI나 구글 등에 의존할 경우 국내 기술 자립도는 떨어진다. 조달력 격차가 기술 격차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10일 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대기업 중심에서 벗어나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도 뛰어들 수 있도록 반도체 저변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장을 위해 집중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큰 고목이 자라면 주변 관목들이 다 사라지는 것처럼 주변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배현의 인턴기자 baehyeonu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