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대신 인터넷을 통해 책의 내용을 다운로드받아 읽는 전자책(e-Book)은 그동안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기대한 만큼의 붐을 이루지는 못했다. 이는 콘텐츠의 한계와 더불어 종이책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휴대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 전자책은 컴퓨터와 인터넷 환경이 갖춰진 집이나 사무실에서만 이용이 가능했다는 점에서다.이런 장애물을 해소하고 전자책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할만한 전용 단말기가 국내 벤처기업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전자북(www.hiebook. com)이 8월31일부터 본격 시판에 들어가는 ‘하이북(Hiebook)’은 국내 최초의 전자책 전용 단말기. 더욱이 국내 시판과 동시에 미국 수출길을 트게 됐다는 점에서 전자책 업계는 물론 국내 벤처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사업 시작한 지 2년만의 결실이니 뿌듯하죠. 마침내 해냈다는 감격과 세계 제일의 전자책 단말기 업체가 돼야겠다는 각오가 앞섭니다. 전자책의 본고장인 미국시장에 단말기 수출은 바로 이를 위한 시작이지요.”99년 10월 전자책의 미래를 믿고 회사를 설립한 최영찬(38) 사장은 “전자책 시장이 기대만큼 커주지 않은 데다 국내외 경기부진으로 35억여원의 개발자금을 끌어대기도 쉽지 않았다”며 “전자책 단말기 출시는 전자책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는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전자책 시장 활기 불어넣는 데 일조한국전자북이 개발한 하이북은 XML 기반의 전자책 뷰어가 탑재돼 편안하게 책을 읽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시판가격은 39만6천원. 전자책 기능이 있는 PDA에 비해 화면이 2배 이상 크고 읽는 도중 모르는 단어(영어포함)는 바로 사전기능을 통해 뜻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 특징. 또한 책을 읽으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MP3 플레이어와 PDA의 개인일정관리, 게임과 녹음기, 오디오 영어 학습기능도 갖추고 있다. 최사장은 “8월초부터 북토피아 바로북 규장문화사 드림북 등 대형 전자책 서비스업체들을 통해 예약판매를 하고 있는 데 반응이 좋다”고 전한다.최사장은 그러나 국내 전자책 단말기 시장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전자책과 더불어 점진적으로 성장하다가 내년 이후나 돼야 어느 정도 눈에 띄는 성과를 이룰 것이란 전망이다. 그래서 올해는 국내보다 오히려 미국시장에 주력할 방침. 지난 4월에 계약된 2만대의 주문량 중 1차 선적분 2천여대가 20일 미국 수출길에 올랐다. 여기서 톰슨 등 쟁쟁한 단말기 업체와 경쟁할 예정.최사장의 미국시장 도전은 단말기만이 아니다. 9월부터 30여개 미국 전자책 업체에 한국전자북이 개발한 전자책읽기 솔루션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국내 전자책 업계에 하나의 전자책 읽기 솔루션 표준을 만들어 온 최사장이 아도비의 PDF와 마이크로소프트의 LIT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라는 의미로도 파악된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세계 제일의 전자책 솔루션 및 단말기 업체가 되기 위해) 호랑이 굴(전자책의 본고장)에 들어 간다고나 할까.서울대 신문학과 출신으로 영국 Hull대 정치경제학 석사, 베네통 마케팅 매니저, 노키아지사장 등을 거쳐 창업에 나선 이후 세계 시장을 넘보는 최사장의 꿈이 야무져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