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로 음료시장에 뛰어들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습니다. 성공 비결이 있었을텐데요.결론부터 말하면 ‘제품력’입니다. ‘상품(Goods)’이란 말이 ‘좋다(Good)’란 뜻에서 온 만큼 제품이 좋으면 영업은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소비자의 욕구를 총족시키는 제품이라면 성공은 이미 결정된 것입니다. 제가 만든 브랜드를 모두 자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밥 그릇은 차고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대기업이나 외국 브랜드들이 독과점 형태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서 그들과 같은 제품으로는 승산이 없었을 겁니다. 우선 소재부터 차별화했습니다. 저의 첫 작품인 ‘가을 대추’도 그랬습니다. 능률협회의 히트상품 선정의 첫번째 기준이 ‘제품에 철학이 있느냐’ 였던 것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대추가 가진 고향의 이미지와 ‘어린 왕자’에 나온 사막에서 마시는 물이 ‘가슴을 적신다’는 구절을 제품 컨셉으로 잡았던 게 적중했던 거죠. 대기업들이 신제품 출시를 꺼리는 가을에 ‘제철 음료’로 틈새를 공략했던 것도 일조했다고 봅니다. ‘아침햇살’이나 ‘초록매실’ 등도 소재부터 이름까지 모두 의미를 부여하면서 차별화했습니다.그동안 곡물음료 시장의 잠재성을 강조해왔습니다. 그 근거는 무엇입니까.이른바 ‘용기론’입니다. 어떤 나라든 캔이나 병에 음료를 담을 때 저마다 즐겨 먹는 것을 소재로 써 왔습니다. 주스 커피 차 모두 마찬가지죠. 동양에서 쌀로 술을 빚어 병에 담으면 정종이 되고 서양에서 밀로 만들어 포장하면 위스키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죠. 여기서 알코올을 빼면 모두 음료가 됩니다. 일본에선 차 음료가 전체 음료시장에서 30%나 됩니다. 20년전만 해도 집에서만 달여 마셨던 차가 용기에 담기면서 대량 판매되는 상품으로 둔갑한 거죠. 마찬가지로 우리 주식인 쌀, 전통 과실인 매실도 짜서 캔이나 병에 담으면 훌륭한 상품이 됩니다. 보리차도 용기에 담아 상품화하면 큰 시장을 잡을 수 있습니다. 없었던 신소재를 개발하는 게 아니라 이전까지 즐겨먹는 곡물을 용기에 담기만 하면 되는 거죠. 실제로 전체의 단 1%도 안됐던 우리 곡물음료 시장은 웅진식품을 필두로 2년만에 20%로 급성장했습니다. 현재 세계 음료시장은 크게 커피류 주스류 차류 탄산류 등 4가지 분야로 나뉩니다. 여기에 곡물음료도 머지않아 하나의 굵직한 카테고리로 자리잡을 것으로 봅니다.최근 독자브랜드로 누계 수출액이 1백만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우리 곡물을 재료로 한 음료를 수출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습니까.수출 금액으로 보면 큰 규모가 아닐 수도 있지만 우리 음료 브랜드로는 사상 최대입니다. 50년 국내 음료산업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90% 이상이 모두 값비싼 로열티를 주고 들여온 외국브랜드이고 나머지 10%도 흉내를 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외국에서 들여온 음료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얻기란 ‘하늘의 별 따기’죠. 오렌지주스나 콜라는 어느 나라에 가도 마실 수 있지만 쌀이나 매실 같은 동양 곡물과 과실은 특히 서양인들에겐 ‘신비로운 체험’일 수 있습니다. 동양화를 제품에 응용한 아침햇살의 디자인이나 여백의 미를 살린 원과 만다라 이미지의 초록매실 디자인도 서양인들에게 호감을 갖게 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무려 13개국에서 우리 제품이 인기를 누리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봅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란 대명제는 음료부문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하겠지요. 이제 우리 음료 브랜드로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최근 사이다 시장에도 뛰어들어 대기업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 공략 방안은 서 있습니까.사이다가 우리 것이란 착각이 있습니다. 2백년전 유럽에서 개발돼 1백년전 일본으로 건너가 국내에서 본격 생산된 건 해방 이후입니다. 그동안 여러 업체가 사이다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대기업의 독점적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이름만 바꾸고 2백년전과 똑같이 탄산가스에 레몬라임을 넣는 방식을 썼기 때문이죠. 물론 레몬은 ‘톡 쏘는’ 탄산가스와 잘 어울립니다. 전 레몬보다 궁합이 좋은 소재를 동양 과실에서 찾았습니다. 바로 ‘매실’입니다. 예로부터 소화를 돕는 데 특효가 있다는 이 매실을 넣어 사이다를 만든 게 ‘초록사이다’죠. 2백년만에 전혀 다른 사이다가 나온 겁니다. 실제로 제가 이제까지 내놓았던 어떤 제품보다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출시된 지 한달도 안돼 일부 편의점에서는 기존 사이다보다 더 많이 팔린다는 보고도 있더군요. 레몬 대신 코카원액을 넣은 코카콜라가 사이다보다 많이 팔리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10년 뒤 코카콜라 버금가는 회사로 키우겠다고 의욕을 보였는데요. 실현불가능한 목표가 아닌가요.현재 코가콜라의 연간 매출이 20조원입니다. 10년후 20조원의 프로젝트는 결국 코카콜라를 따라잡겠다는 얘기죠. 이런 얘기를 하면 주위에선 꿈이 너무 큰 것 아니냐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33년전 국내에 진출한 코카콜라의 현재 한국내 매출이 연간 3천억원 정도인데 우리는 불과 3년만에 같은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이런 속도라면 10년내 20조원도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죠. 코카콜라만한 제품이 있다면 말입니다. 그게 바로 우리 곡물로 만든 음료입니다. 세계 시장은 또 다를 것이란 우려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엔 세계 음료시장의 축소판이라고 할만큼 모든 음료브랜드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니 밖으로 나간다 해도 상황은 다를 게 없다고 봅디다. 영원한 1등은 없지 않겠습니까.앞으로 대기업과 다국적 브랜드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데 어떻게 헤쳐나갈 생각입니까?우선 국내의 경우 우리는 이제까지 새로운 아이템을 끊임없이 개발해냈습니다. 후발업체가 살아남기 위해선 불가피했죠. 우리가 새 상품을 내놓으면 중소기업들은 물론 대기업들도 그 때마다 아류작을 내놓았죠. 아침햇살만 해도 50종, 초록매실 땐 30종씩 경쟁브랜드가 따라 나왔으니까요. 특히 대기업들은 물량공세와 가격덤핑으로 시장을 교란하고 후발업체들을 무력화시키기 일쑤였죠. 하지만 우리도 이젠 어느 정도 규모를 갖췄습니다. 지난해 2천6백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직원 1인당 연간 매출이 10억원일 정도로 맨파워도 키웠습니다. 투자수익률(ROI)도 40%를 넘어섰습니다. 이젠 역공을 펼 때라고 봅니다. 초록사이다로 탄산음료시장에 뛰어든 게 대표적이죠. 해외시장 공략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 홍콩 등엔 완제품으로 중국 베트남 등지엔 현지 생산기지를 구축해 나갈 전략입니다. 이 단계에서 기술력 수출, 로열티 계약 등으로 국내 브랜드의 현지화가 진행될 것입니다.Profile in Mirror음료업계에서 조사장은 ‘생각하는 불도저’로 통한다. 확신이 있을 때만 밀어붙인다는 얘기다. 철저하게 현실을 고려해 이상을 잡겠다는 게 그의 경영철학이다. 99년 새로 출시한 ‘아침햇살’이 악성재고로 발목을 잡히자 이를 모두 사들인 일화가 있다. 재고로 손실을 보더라도 신제품에서 더 큰 이익이 기대되면 이를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근성은 어린시절부터 싹 텄다. 법관이 되고 싶었지만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3남1녀의 장남인 그는 꿈을 꺾고 상고를 선택한다. 하지만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은행에 입사하면서 대학에도 진학했다. 현실적 대안을 갖고 미래를 준비했던 것이다.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 얻어낸 성취감이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것임을 그는 그 때 배웠다고 한다.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이나 역량을 탓하기보다는 그 속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