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미국 인기 그룹 엔싱크의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올초 아메리칸음악상 수상식에 데님으로 만든 '정장'을 입고 나와 관심을 끌었다.올 가을 미국 의류업체들은 청바지로 상징되는 ‘데님(Denim)’에 승부를 걸었다.대형 백화점은 물론 동네 소규모 옷가게들도 9월 새학기를 겨냥해 다양한 데님 상품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있다. 정장코트에서 셔츠 치마 신발 시계 배낭가방 등 종류도 다양하다.70년대 후반 세차게 불었던 데님 열풍은 과연 재현될 것인가. 두텁고 질긴 데님으로 만든 갖가지 상품들을 진열해 놓고 있는 상점들은 복고풍 유행이 침체에 빠진 의류경기를 살려낼 수 있을 지 조심스레 지켜보고 있다.의류시장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침체의 직접적 타격을 입었다. 아버크롬비&피치, 버클, 갭(Gap), 리미티드 등 아울렛매장 매출은 올들어 5~10%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에 2.5% 신장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 가을 데님이 히트하지 못하면 엄청난 어려움에 처할 것임이 분명한 만큼 의류업체들도 작심하고 나서고 있는 셈이다.현재까지는 ‘성공’쪽을 점치는 견해가 많다. 뱅크오브아메리카증권의 의류전문 애널리스트인 다나 코헨은 “올 가을 의류시장에서 데님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며 “지금까지 어느 정도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한다.데님 유행의 타깃 포인트는 여성. 끝을 얽기설기해놓은 바지, 장식 단추, 자수품,기워만든 옷, 모조다이아몬드 부착 등 여성을 겨냥한 상품들이 대부분이다. 핵심은 스타일. “대량으로 팔기 위해선 유행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스타일의 디자인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신티아 코헨 전략마인드공유 컨설팅회사 사장)이다.새로운 스타일 중 하나는 옛날처럼 꽉 끼는 것이 아닌 자신의 몸에 맞는 형태의 옷. 유행 흐름을 중시하는 여성의류 소매상인 익스프레스(Express)는 청바지를 자신의 몸에 맞게 입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각 매점마다 이른바 ‘데님 전문가’들을 한명씩 배치했다. 이들이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어떻게 해야 몸에 맞는 옷을 고를 수 있고 또 세탁후에 모양이 변하지 않도록 하는 세탁방법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준다.고급 정장에도 데님 적용익스프레스는 ‘가죽을 사용한’ 청바지를 몸에 맞게 입는 데 많은 투자를 한다. 가죽이 들어간 제품의 경우 모양새를 유지하는 데 여러가지 고려사항이 많은 탓이다. 회사측은 “모양새를 유지하거나 바꿔주는 세탁방법이 13가지나 있다”며 “상황에 맞게 세탁방법을 바꿀 것”을 권유한다.데님은 이미 올초부터 ‘유행’을 예고했다.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미국 최대 인기그룹인 엔싱크의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올초 아메리칸음악상 수상식에 머리에서 발끝까지 데님으로 만든 ‘정장’을 입고 나온 것. 이는 적어도 의류업계에선 굉장한 사건이었다. 유명 디자이너들이 만든 이 옷들은 약간 촌스럽게 보이기도 했지만 유행을 창조하는 ‘패션리더십’으로 여겨졌고 디자이너나 의류업체 관계자들은 여기에 모든 관심을 기울였다.물론 미국에서 데님이 다시 유행하려면 뭔가 새로운 것이 있어야 한다. 리서치회사인 코튼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이미 평균 한벌의 데님 재킷과 7벌의 청바지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남성용 청바지가 49억달러, 여성용 청바지는 45억달러 어치 팔렸을 정도다. 이런 일반적인 경향을 뛰어 넘으려면 뭔가 새로운 것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갭 등 의류업체들은 따라서 ‘새로움’의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갭은 아예 의류개발의 중심을 데님에 놓고 있다. 상품의 25~30%를 데님으로 장식할 정도다. 정장은 물론 선정적인 옷에서부터 액세서리까지 다양한 콜렉션을 내놓고 있다. 섹시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TV광고도 내보낸다. 밀라드 드렉슬러 CEO는 “우리는 패션과 참신함을 전달하고 있다”며 “이제 데님 권위자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려고 한다”고 밝힌다.데님의 유행에 사활을 걸고 있는 곳은 갭과 같은 젊은층을 대상으로 하는 업체만은 아니다.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소매상들과 디자인 회사들도 데님의 유행을 잔뜩 벼르고 있다. 최근 패션잡지들은 마르크 제이콥스의 3백50달러짜리 코트와 4백달러짜리 재킷 등 고가 데님제품들을 소개한다. 모피를 곁들인 데님 재킷은 한벌에 무려 6백달러까지 한다. 크리스찬디오르의 데님 샌달은 2백75달러를 호가할 정도.최고급 백화점임을 자랑하는 니만 마르쿠스관계자는 “이제 데님은 주말을 즐기는 의류가 아니라 아주 고급스런 정장 중 하나가 되고 있다”며 “우리는 데님을 레저콜렉션, 드레스콜렉션, 신발 및 핸드백 콜렉션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데님이 포함되지 않은 콜렉션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는 얘기다.온라인상에서도 데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데님익스프레스(www.denimexpress.com)나 월드오브데님(www.worldofdenim.com) 같은 곳에서는 전통 청바지인 리부터 리바이스 폴로 게스 캘빈클라인 등 모든 데님 제품을 찾아볼 수 있다.고급제품도 예외가 아니다. 이럭서리닷컴(www.eLuxury.com) 같은 곳에선 청소년용 청바지를 일반 청바지의 10배 가격인 1백95달러에 팔기도 한다. 여기에 어울리는 재킷은 2백35달러. 크리스찬 디오르 로고가 붙은 데님 스포츠가방이 7백40달러에 팔린다.데님은 19세기 공장 기능공이나 카우보이 혹은 화가들이 즐겨입던 옷이다. 처음으로 대중화된 것은 1930년대 서부 영화 붐을 타면서부터였고 50년을 전후해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들이 이를 젊고 활동적이고 개인적인 생활의 상징으로 간주했다.데님시장 성장 가능성 ‘무한’매우 미국적인 의류로 인식되는 데님은 지난해 미국에서 8억6천7백만 스퀘어야드를 생산했다. 1억3천4백만 스퀘어야드 수입물량을 합하면 10억 스퀘어야드가 팔린 셈이다. “미국을 상징하는 데님은 성경에서 9백69살을 산 것으로 나오는 므두셀라처럼 장수할 것”이라는 소매전략컨설팅회사 크루트살몬의 아놀드 아론슨 사장은 “앞으로 데님으로 만들지 못할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데님시장이 적어도 미국시장에서는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그러나 올 가을 당장 성공할 지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가구당 3백~6백달러에 이르는 세금 환급에서도 불구하고 좀처럼 소비가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탓이다. 주요 공략 대상인 청소년들의 유행이 너무나 빨리 변하는 점도 부담이 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