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의 성장률은 최악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3분기는 여름철의 생산감축, 제조업 감원에 테러사건을 전후로 한 서비스 업종의 고용축소로 참담한 수치를 보일 것 같다. 정작 문제는 4분기 이후의 경제그림이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감세효과가 점차 나타나고 물가와 금리안정으로 소비가 회복된다면 문제는 간단하다. 비록 본격적인 경기반전은 아닐지라도 경제가 정상적인 재고 청소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증시에 대단한 영향을 줄 수 있다.사실 최근 주식시장에 퍼져 있는 경제에 대한 비관론은 일본식 장기불황의 가능성이다. 만일 우리경제를 움직이는 수출엔진이 멈추고 금리인하의 폐해와 구조조정의 실패만이 남는다면 주가는 당연히 전저점을 깨고 내려 갈 것이다.하지만 우리경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근거에서 그런 시나리오에 빠질 확률이 낮다고 판단된다. 첫째, 한국경제에 영향력이 가장 큰 미국경제가 아직 건전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성장엔진은 아직 강하며 금융기능이 살아 있고 최근의 기술진보가 생산성을 지탱한다. 또 전후 베이비 붐 세대들의 왕성한 생산과 소비력도 경기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전자 항공 의약 등 첨단 기술산업과 금융 소프트웨어에서 세계적인 비교우위에 있다.둘째, 한국경제는 아직 산업전반의 효율성이 낮아 아직도 생산성 개선의 여지가 많으며 기초소재의 원가경쟁력이 우수하고 정보통신 부문에서 비교우위가 있다. 자산버블의 후유증이 적기 때문에 불황에 대한 내성이 있고 은행시스템은 적정한 이익창출로 어느 정도 안전영역에 들어가 있다.미국 테러와의 전쟁 양상이 관건한가지 남은 문제라면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어떤 형태로 전개하느냐’다. 전쟁의 첫 번째 시나리오는 미국의 응징이 예상보다는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되고 적절한 명분과 함께 전쟁이 종결되는 경우다. 각국의 금리인하는 소비와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데 더욱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유가하락은 경기회복을 앞당겨 주고 미국은 대외적으로는 외교적 리더십을 견고히 하고 대내적으로는 소비를 부양하는 데 성공할 것이다.두 번째 시나리오는 테러와의 전쟁범위가 확산되면서 세계경제의 회복이 어려워지는 경우다. 서방과 이슬람 국가간 확전, 중동내부 분쟁 확산, 국제유가 폭등, 저성장 고물가 정착, 재고조정 지연이라는 고통의 시나리오다. 전세계가 동시에 깊은 불황에 빠지고 더 이상 낮출 금리도 더 이상 내놓을 재정정책도 없는 상황에서 일부 개도국들은 마이너스 성장과 외환위기에 몰리는 경우다. 구조조정의 미완에 서 있는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도 심각한 금융위기를 다시 맞을 수 있다.이제 다시 현실로 눈을 돌리자. 주식시장이 좀더 안정되려면 경제의 밑그림이 개선돼야 한다. 즉 최악의 경기상황 탈출과 점진적인 회복이란 그림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누구나 인지하는 시점에서는 이미 주가가 한 단계 상승해 있을 것이다. 주식시장이 효율적일수록 정석투자가 바람직하다. 또 어려운 경제흐름이나 난해한 정보에 의존해 주식을 쫓기보다는 일단 시각이 정리되면 비쌌을 때 못산 종목들을 거둬 나가는 여유있는 전략이 훨씬 효과적이다. 현재의 주가 수준에서 주식시장을 피한다면 그것은 주식을 너무 단기적으로 접근하는 경우, 또는 우리나라와 세계경제의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에 승부를 거는 모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