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군사적 보복조치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그동안 간헐적으로 거론돼 왔던 테러집단에 유입되는 자금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문제가 국제금융시장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어떻게 보면 국제금융시장에서는 테러집단을 지구상에서 몰아내기 위해서는 자금줄을 차단하는 방안이 더 효율적이라고 평가해 온 상태다.자금줄 봉쇄 행정명령 발동이번 군사보복 조치에 앞서 부시 미국 대통령은 테러조직에 들어가는 자금줄을 봉쇄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지난 10월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던 서방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에서도 테러집단에 대한 자금줄 봉쇄방안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자는 데 합의했다.그동안 미국은 테러리즘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방안으로 테러집단에 유입되는 자금줄 차단에 상당한 노력을 해왔다. 클린턴 전 미대통령은 이미 재임 당시 전세계적으로 돈세탁방지법을 만들자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95년 1월에는 중동평화협상에 반대하는 테러집단에 대한 자금지원을 차단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한 바 있다.99년 7월에도 이번과 마찬가지로 탈레반 정부에 대한 자금유입줄을 차단하기 위해 자산회수를 동결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데 이어 유엔에서도 이 방안을 달성하기 위해 합의안이 도출된 적이 있다. 어떻게 보면 이번 부시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테러집단의 자금운용 방법앞으로 테러집단에 대한 자금줄 봉쇄에 들어갈 경우 어떻게 이를 차단하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국제금융시장에서 테러집단이 자금을 어떻게 운용·회수하는가를 알아보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테러집단은 상당수의 국제금융 전문가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테러집단이 자금을 운용하는 방법은 보통의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금융자산에 투자한다. 다만 투자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자금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회수가 가능하도록 환금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여타 투자자와 다른 점이다.이론적으로 금융자산을 운용할 때 환금성을 중시하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나 테러집단은 이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이번 월드 트레이드 센터처럼 대형참사 사건을 사전에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사건에 따라 가장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주식과 금융자산에 투자하면 수익성 문제는 거뜬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지난번 테러사건 당시 주식에 있어서는 보안이나 건설관련 업종에 투자하고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나 스위스 프랑화를 미리 사뒀을 경우 엄청난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테러 발생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이런 모습을 띠고 있다.구체적인 규모나 진원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으로 테러 집단이 약 1억달러 이상의 투자수익을 올린 것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다.문제는 이렇게 투자한 자산을 어떻게 회수하느냐 하는 점이다. 테러집단들은 실현된 투자이익을 곧바로 회수할 경우 테러집단의 소재가 쉽게 파악되기 때문에 조세피난지역(Tax-haven Area)이나 비밀이 철저히 보장되는 금융기관을 통해 몇차례에 걸친 돈세탁 과정을 거친 후 자금을 회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특히 최근 들어서는 비밀이 철저히 보장된 스위스 금융기관 등이 각종 투명하지 못한 자금거래를 꺼림에 따라 조세회피지역을 통해 돈세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돈세탁 방지노력 거세질 전망원래 조세회피지역을 통한 돈세탁 방지를 위한 노력은 오래전부터 추진돼 왔다. 특히 올 7월부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차원에서 조세회피지역에 대한 과세방안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조세회피지역에 대한 과세방안 추진이 부진한 것은 미국의 반대가 주요인이었다.조세회피지역은 돈세탁을 목적으로 이른바 냄새나는 자금들이 거래되는 곳이다. 현재 세계 3대 조세회피지역으로는 카리브해 연안 지역이 가장 크고 말레이시아 북동부, 아일랜드를 꼽고 있다. 그동안 이 지역에 대한 규제논의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인접지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따라서 이 지역을 통한 돈거래는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소재 파악과 통제가 불가능한 일종의 블랙홀(Black Hole)이기 때문에 각종 금융불안을 제공하는 원천지다. 특히 개도국 금융위기의 주범인 헤지펀드들의 천국이다. 미국계 헤지펀드만 하더라도 대부분 본부를 카리브 연안지역에 소재한 조세회피지역에 두고 있는 상태다.특히 이 지역은 개도국들의 각종 리베이트 자금이나 마약거래 대금, 그리고 테러집단의 돈세탁용 자금들이 주고객들이었기 때문에 항상 이런 자금과 관련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 지역에 대한 규제문제가 거론됐다. 이번에도 부시 대통령이 테러집단에 대한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한 것을 계기로 이 지역에 대한 규제문제가 재차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효과적인 테러집단 자금줄 차단 방안앞으로 테러집단에 유입되는 자금줄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전세계적으로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인내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최근 부시 대통령의 테러집단에 대한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한 이후 대부분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할 의사를 표명한 것도 이런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는 현상이다.문제는 국제적으로 세계 각국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인까지의 협조를 어떻게 이끌어 내느냐이다. 세계 각국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특히 민간부문에서 그 현상이 뚜렷하기 때문에 단순히 이번처럼 부시 대통령의 호소만으로는 협조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자금이 테러집단의 자금인지 여부도 구별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만약에 차단할 경우 사유재산 침해문제와 국제금융질서에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따라서 테러집단에 대한 자금줄은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그 자체가 실현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이번 테러집단의 자금줄을 봉쇄하는 움직임을 계기로 국제금융시장에서 테러집단의 활동폭이 줄어들고 자금을 조달할 때 비용이 늘어나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우리와 같은 개도국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비용이 함께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결국 테러집단에 대한 자금줄을 차단하는 움직임을 계기로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또다른 구조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대외환경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테러집단에 대한 자금줄 차단노력에 협조하는 문제와 함께 앞으로 나타나는 새로운 움직임에 준비하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