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주가 메리트 실종, 외국인 매수 감소 예상 … 470~550P 박스권 전망

주가가 후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말까지 주가는 10월말 고점인 550P와 9월말 최저점인 470P를 상하한선으로 하는 박스권 내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므로 11월은 주가 바닥을 다시 시험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IT부문 가동률, 74년 오일쇼크 이후 최대 침체국면첫 번째 약세 요인은 IT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도체 컴퓨터 통신장비 등 주요 IT부문의 가동률은 지난 74년 제1차 오일쇼크 이후 최대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컴퓨터 업종의 가동률은 68.1%인 데 이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았던 82년 8월 65.5%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통신과 반도체 산업의 가동률 역시 64.2%와 58.6%로 두 지표 모두 1967~2000년 평균치인 80%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물론 가동률이 앞으로 높아질 수는 있다. 그러나 이 경우라도 워낙 침체 정도가 심해 주가 회복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단기 주가 조정의 두 번째 근거는 기업실적이다. 10월 미국시장이 특히 강세를 보였다. 이는 3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상회하거나 예상치를 충족시킨 기업이 많아서다. 3분기에 S&P 500기업은 전년동기대비 22% 정도 이익이 감소했다. 이를 예상치와 비교해 보면 발표된 실적이 예상치와 일치했던 기업이 35%, 예상치를 상회한 기업이 51%로 전체의 86%였다. 이는 94년 이후 평균치 78%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실적을 충족시킨 기업이 늘어난 것은 테러사건 이후 실적을 지나치게 낮췄기 때문인 데 올해 초만 해도 S&P 500의 순익증가율 예상치는 9.2%였다. 2분기 초 이 수치는 1.6%로 하향 조정됐고 10월19일 마이너스 22.4%를 기록했다. IT업종의 변화는 더 심하다. 연초 예상치는 11%였는 데 최근 수치는 72%로 10개월만에 실적 전망치가 83%P나 낮아졌다.이런 사정을 보면 앞으로 기업실적은 주가에 별반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실적 예상치를 낮췄다는 것은 그만큼 예상 EPS가 낮아졌다는 의미가 되는 데 이익이 별로 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주가가 오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외국인 매수도 줄어들 것이다. 국내 외화표시 국채의 스프레드(Spread)는 다른 이머징 마켓에 비해 양호하다. 이는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일 것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최근 국내 국채의 스프레드가 줄어들었다 해도 절대수준은 5~6월과 같고 우리나라가 속해 있는 이머징 마켓의 스프레드 역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일 외국인이 경제의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자금 유입은 ‘이머징 마켓→한국’으로가 아니라 ‘이머징 마켓→선진국 시장’이 될 것이다.외국인 매수를 촉발했던 반도체 주식도 걸림돌에 부딪치기는 마찬가지다. 10월에는 미국의 5개 증권사가 반도체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주가도 9월 중순까지 크게 하락했기 때문에 반도체 주식이 강한 상승 모멘텀을 가졌다. 그러나 이제 주가도 어느 정도 반등했고 외국인 지분율도 58%까지 높아져 입장이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