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청도 울산 양산 등지로 둘러싸인 밀양. 시내의 영남루를 답사한 다음 가볼 곳이 표충사와 사자평 억새밭이다. 언양으로 향하다가 금곡리에서 단장리로 우회전, 1044번 지방도를 타고 달리는 길은 상쾌하다. 눈 내리는 12월까지 따지 않고 그대로 둔다는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린 사과밭이며 대추나무밭, 그리고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은행나무들을 지나면 표충사 입구다.표충사 바로 뒤쪽으로 재약산이, 좌측으로는 해발 1천1백89m인 천황산이 위치한다. 현지인들은 천황산은 일본식 표기라 ‘사자산’이라고 부른다.표충사는 양산 통도사의 말사로 임진왜란 때 높은 법력으로 국난 극복에 지대한 공을 세운 사명대사를 모시고 그 정신을 계승 선양하는 호국불교의 근본 도량이다. 신라 진덕여왕 8년인 서기 654년 원효대사가 삼국통일을 기원하고자 명산을 찾던 중 이곳 산정에 올라 남쪽 계곡에 서린 상서로운 구름을 보고 터를 잡았으며 절 이름을 죽림사라 했다고 전한다.표충사 사찰 내에는 대광전 팔상전 관음전 명부전 응진전 산신각 등의 전각과 수충루와 우화루 등의 문루 표충사당과 사명대사 유물 3백여 점이 전시된 유물관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한편 ‘영남알프스’의 억새를 굽어볼 수 있는 사자평으로 가려면 표충사를 기점으로 삼는다. 일단 밀양 주변에서 1박을 한 다음 표충사-고사리마을-사자평-재약산 정상-표충사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당일 산행이 가능하다. 재약산 수미봉은 해발 1천1백8m, 사자산 사자봉은 1천1백89m다. 억새평원은 수미봉 아래와 사자봉 아래에 나뉘어 펼쳐져 있다. 고사리분교가 위치한 마을터에서 수미봉까지는 도보 40분 거리고 사자봉까지는 1시간 거리다.사자평은 재약산의 8부능선인 해발 7백∼8백m 사이에 있는 고원지대로 사명대사가 승병을 훈련시켰던 곳이라 하며 총 면적이 1백80만평에 달한다. 산 밑에서 보면 암벽산으로 정상에 어떻게 저런 평원이 펼쳐질 수 있을까 하는 의아심이 솟구칠 만큼 광활하다. 하얀 갈기를 층층이 세우고 바람이 부는 대로 우~하고 쓰러졌다가 다시 바람부는 대로 우~하고 쓰러지는 억새밭이 장관을 연출한다. 이를 두고 ‘광평추파’, 너른 평원에 이는 가을의 파도라 표현한다. 이 재약산 사자평 억새밭에 억새꽃이 피는 절정기는 11월이다.●여행메모 : 표충사 종무소(055-352-4277). 대구서부버스터미널에서 밀양행 버스가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밀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표충사행 직행버스가 하루 23회 운행된다. 표충사 입구에는 약산여관(055-351-1184)과 약산가든(352-7786) 등 숙식시설이 있다. 밀양시내 맛집으로는 한우구이 전문인 늘봄(354-1900)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