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적이게도 죽은 자의 공간을 슬프게 만드는 것은 비움과 채워짐이라는 서로 상이한 상황이다. 그 사람을 에워싸고 있던 공간에 더 이상 그는 존재하지 않은 채 그 공간은 비워져 있지만 그 사람과 함께 했던 나의 공간은 여전히 그의 자취로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은 자를 그리워하는 것이 더욱 힘겨운 것은 그 비움과 채워짐이 절대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억은 완벽하게 비워지지 않으며 이미 떠난 그는 결코 함께 했던 삶을 완벽하게 채워주지 못한다.전후 네오 리얼리즘의 황금기를 겪으며 영화의 왕국으로 군림했으나 70년대 말 이후 급격하게 쇠락하기 시작한 이탈리아 영화계를 부활시킨 장본인 난니 모레티의 <아들의 방 designtimesp=21650>은 사고로 세상을 먼저 떠난 아들의 빈 공간을 경험하는 한 아버지의 이야기다.죠바니(난니 모레티)와 그의 아내, 그리고 두 남매의 가정은 말 그대로 평범한 가족. 그러나 아들인 안드레아(주세페 산펠리체)가 스쿠버 다이빙을 하던 도중 사고로 사망하면서 이 평범한 가장의 견고한 일상은 하나 둘 씩 무너지기 시작한다. 직장까지 포기할 결심을 할 정도로 송두리째 무너져 버린 일상은 다른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 그들은 함께,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하던 안드레아의 죽음에 대처해간다. 그러나 얼굴도 모르는 아들의 여자친구가 보낸 편지나 이제는 함께 할 수 없는 조깅 코스는 아들의 부재만을 알려줄 뿐이다.<아들의 방 designtimesp=21655>은 살아 남은 자의 슬픔을 진부한 눈물로 들려주지 않는다. 대신 영화는 아들의 죽음 이전과 이후를 적절하게 오가면서 살아 남은 자들의 변화된 일상을 세밀하게 포착해 내며 이는 눈물을 흘리기까지 그들을 무겁게 내리누르는 감정의 다양한 국면들을 간접적인 방식으로 드러내어 준다. 어찌 보면 진부해 보이는 영화의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묵직한 슬픔의 울림을 전하는 것은 바로 이런 섬세함 때문이다.특히 아들의 장례를 전후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두드러지는 빼어난 사운드 디자인이나 아들의 죽음을 전화로 전해 듣는 죠바니의 섬세한 표정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 가져다 주는 고통이라는 일반적 주제를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할 줄 아는 감독의 노련함과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슬픔이 아름답게만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무너져 버린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이들은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며 미워한다. 이렇게 걷잡을 수 없는 거리를 갖게 된 가족들이 서로 떨어져 바닷가를 걷는 라스트 신은 살아 남은 자의 슬픔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포착해 내려는 이 영화의 미덕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지점이다.감독 스스로 이 영화만큼 자신을 사로잡은 영화는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아들의 방 designtimesp=21660>은 난니 모레티에게 특별한 작품으로, 이미 전작인 <나의 일기 designtimesp=21661>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 바 있는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올해 칸 영화제의 그랑프리를 걸머쥐기도 했다. q공연2001마당놀이 변강쇠전11월9일~12월9일 / 화, 수, 목 오후 7시 30분,토 오후 3시, 7시30분 / 일요일·공휴일 오후 2시,6시 / 정동이벤트홀 (구 문화체육관) / 변강쇠석3만5천원, 일반석 2만원‘평안도 월경촌에 사는 옹녀는 사주팔자에 남자 잡아먹는다는 청상살이 겹겹이 쌓인 여인. 자신의 서방뿐 아니라 동네 남자들을 죄다 ‘잡은’ 탓에 마을을 등지게 된다. 길을 떠난 옹녀는 비슷한 처지의 건달 변강쇠를 길에서 만나게 되고 응큼한 변강쇠, 옹녀를 보자마자 속궁합부터 보자고 하니 천하의 옹녀가 이를 마다할 리 있나. 이리하여 엽기적인 커플의 이야기가 시작되는데…’.11월9일부터 12월9일까지 정동 이벤트홀(구 정동문화체육관)에서 공연되는 변강쇠전은 역대 관객들이 뽑은 ‘가장 보고 싶은 마당놀이 1위’ 작품으로 극단 미추가 마당놀이 20주년을 맞아 새롭게 구성한 것. 올해부터는 MBC와 결별한 극단미추(대표 손진책)가 단독으로 공연해 더욱 주목된다.언체인드 멜로디가 흐르는 가운데 과부가 된 옹녀와 영혼으로 다시 등장하는 변강쇠 장면은 정말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대목이 될 듯.변강쇠 역에는 배우 윤문식이, 옹녀 역에는 연출을 맡은 손진책씨의 부인이기도 한 배우 김성녀가 맡았다. (02)3442-4684콘서트2001 Gift Box Concert11월18일 / 오후 4시, 7시 /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마니아석 4만원, 일반석 3만5천원한국을 대표하는 퓨전재즈 밴드 봄여름가을겨울과 이적 정원영 등 뮤지션들로 이뤄진 긱스가 함께 음악선물에 나섰다. 11월18일 교육문화회관에서 펼쳐질 ‘2001 Gift Box Concert’는 이들이 공식적으로는 최초로 한 무대를 꾸민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6년만에 새 음반 출시를 앞두고 있는 김종진 전태관의 달라진 음악세계와 공연 때마다 새로운 애드립·음악으로 팬서비스 하고 있는 ‘긱스(GIGS)’의 시원시원한 리듬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찬스. 특히 앙코르를 대신해 JAM으로 구성한 공연은 또다른 음악적 재미를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www.box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