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한계 탈출 위해 디자인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인터넷 포털 새 사업 추진

윤디자인 연구소는 거래소와 코스닥을 통틀어 처음 등장한 디자인전문 기업이다.하루에도 수십건씩 문자 메시지를 날려대는 10대들은 물론, 그저 시간을 확인하거나 오는 전화를 받는 장년층도 어쨌든 하루에 수차례 휴대전화의 화면을 보게 된다. 이렇게 무심히 사용하는 휴대전화의 작은 액정 화면 속에도 디자인이 숨어 있다. LG전자에서 생산한 모바일 기기에 찍히는 문자들의 글꼴을 만든 곳이 윤디자인연구소다.윤디자인연구소는 거래소와 코스닥을 통틀어 처음 등장한 디자인전문 기업이다. 디자인 분야는 일찍부터 차세대 고부가가치 비즈니스로 꼽혀 왔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를 현실화한 기업은 드물었다. 윤디자인은 디자인을 명실공히 비즈니스차원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글꼴시장 40% 점유 … 수요층도 다양화주로 글꼴(폰트)을 생산 판매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글꼴 시장의 성격은 급속한 성장성. 그러나 성장에 한계를 내포한 시장 규모, 경기 변동에 대한 민감성 등으로 요약된다. 윤디자인이 문을 열고 글꼴 시장에 처음 참여한 89년에는 국내 인쇄물에 사용되는 글꼴이 고작 30여종이었다.그러나 컴퓨터가 보급돼 보통 사람들도 문서를 만들고 편집을 하고 다채롭게 꾸미는 것도 가능해진 지금은 무려 1천5백여종의 글꼴이 존재한다.또 문자가 사용되는 범위도 순식간에 확대됐다. 신문이나 책, 전단 등의 광고물 등 종이 위에나 자리잡을 수 있었던 문자가 이제는 웹을 비롯해 휴대전화, 위성방송 등 각종 멀티미디어에도 등장한다. 글꼴 수요층이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특히 광고와 그래픽 분야에서 새로운 서체에 대한 수요는 연간 약 2백억원 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산돌글자은행 소프트매직 한국컴퓨터그래픽 등이 경쟁업체로 꼽히는 데 지난해 매출이 산돌 17억원, 소프트매직 2억원 등인데 반해 윤디자인은 34억원으로 시장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한 강자다. 윤디자인이 손꼽는 ‘작품’으로는 유명 목판화가 이철수씨의 서체를 담은 ‘이철수목판글꼴모음’ 서예작가들의 글씨를 디지털화한 ‘필’ 등이 있다.이 회사의 매출 60% 이상이 글꼴 사업 분야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이 회사 윤영기 사장은 규모가 제한된 글꼴 시장뿐 아니라 새 사업에 다양하게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 관련 솔루션을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제작 분야와 디자인 포털 사이트를 통한 인터넷 사업 분야가 그것이다. 즉 윤사장은 디자인 비즈니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다.올들어 프리젠테이션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박차를 가해 연초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워포인트 안에서 구동되는 ‘파워 프리젠테이션’을 내놓은데 이어 지난 9월에는 고품질의 그래픽이 가능한 ‘쿨피티(COOL PT) 2.5’를 출시했다.쿨피티2.5는 디자이너들이 전문 그래픽 프로그램 작업을 통해 개발한 1백90여 세트의 배경슬라이드를 제공한다. 이들 슬라이드는 표지용과 본문용 2개가 한 세트로 구성돼 있고 서체의 종류 크기 색상 등도 미리 설정해 편의성을 높였다.또 서체 전문회사의 특성을 살려 고감각 서체 37종을 제공하고 1천5백여개의 디자인 클립아트(각종 그림 샘플)를 제공해 자칫 딱딱하고 지루하기 쉬운 프리젠테이션에 생동감을 줬다.웹글꼴 개발도 박차 신규사업 매출 아직 ‘미미’이 때문에 초보자라도 짧은 시간내에 전문가 수준의 프리젠테이션 문서를 작성할 수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인터넷 사업 부문에서는 정글이라는 커뮤니티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디자인 분야에서는 가장 인지도가 높고 50여만명의 디자이너와 학생 회원을 확보했다. 다른 인터넷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쇼핑몰, 구인구직 서비스, 교육, 광고 등을 통해 수익원을 모색하고 있다.그러나 프로그램 개발과 인터넷 등의 신규 사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아직 미미한데다 앞으로 성공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지난 9월 코스닥에 등록했다. 5천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최근에는 3천5백원에서 4천원대를 오가고 있다.구주주 99.59% 이상은 임·직원들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의 보유주식은 회사 내부의 자율 규약으로 향후 3년간 보호예수 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유통 가능한 주식은 총발행주식수의 12% 가량인 75만주로 물량부담이 적은 편이다.애널리스트 시각경기회복되면 새 사업 성장 기대글꼴시장은 기본적으로 경기에 아주 민감한 산업이다. 이는 기업들의 광고비 지출이 경기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글꼴산업은 광고산업의 하부산업에 속하기 때문이다. 윤디자인은 국내 최초의 글꼴전문업체답게 국내시장 지배력이 40%수준에 이르지만 글꼴시장 자체가 안고 있는 시장규모의 한계로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이에 따라 동사는 전문 디자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출판 및 웹디자이너들의 커뮤니티를 형성해 지속적인 소비자층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웹전용 글꼴의 유료화 및 파워포인트 제작툴 프로그램을 개발해 사업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다.올해 경기가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3분기까지 올해 목표액의 70% 수준을 달성했고 영업이익률 역시 25% 수준을 시현해 여타 IT업계가 부진했던 것에 비해 양호한 실적을 달성한 것은 고무적이다. 향후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 동사 역시 긍정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 앞으로 이 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신규사업들이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경우에는 외형성장보다는 수익성이 보다 돋보이는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으로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김경모·미래에셋증권 팀장CEO 탐구윤영기 사장“신규사업도 결국 디자인 사업” 강조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착실히 성공한 사업가’로 꼽히는 윤영기(42) 사장은 본인이 미술대학을 나온 디자이너 출신이다. 그러나 3년 전부터 “나는 더 이상 디자이너가 아니라 경영자”라고 공언하고 다닌다고 했다. 이는 자신을 향한 다짐인 듯 보이기도 한다.89년 처음 글꼴 시장에 진출했을 때 없는 시장을 만들어가면서 개척했다고 말한다. 비슷한 사례로 그는 간판 시장을 든다. 시장참여자들은 영세하고 디자인보다는 제작 개념만 있으며 수요자들은 싼 것만 원하는 상황이라는 것. 개발하기에 따라서 무궁무진한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미국에는 간판 전문 대형 프랜차이즈 디자인 기업이 존재한다. 그는 머잖아 이 분야에도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우리 회사의 핵심 역량인 글꼴 부문과도 연계돼 있으니까요.”소프트웨어 개발과 인터넷 포털 등 최근 윤연구소가 추진하는 각종 신규사업은 언뜻 보기에 너무 다양해 보인다. 그러나 이 신규 사업에도 항상 ‘디자인과 연관돼 있는’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그는 “요즘 방송의 영향으로 전문 디자이너가 아닌 대중 사이에서 건축 디자인의 고부가가치성이 주목받고 있다. 이런 경향이 매우 반갑다”면서 “이런 흐름은 곧 건축뿐 아니라 더 넓은 영역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약력: 82년 서울대 미대 졸업. 88년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 석사. 89년 윤디자인연구소 설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