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부 개척시대에 금을 캐러 너도나도 캘리포니아로 몰려들던 이른바 ‘골드러시’시절이 있었다.정신적 고향인 유럽과 가까이 할 수 있는 동부지역에만 살던 백인들이 서부에 금이 많다는 소문과 실제로 금을 캤다는 성공담이 전해지자, 편안한 보금자리를 마다하고 서부로 무작정 향했다. 그들은 인디언의 공격을 무릅쓰고 마차에 몸을 실었던 것이다.인간의 인식은 선택적이다. 또 인간의 기억은 불확실하다. 바로 이런 점 속에 ‘유행의 메커니즘’이 숨어 있는지 모른다.심리학에서 ‘유행’이 중요한 이유는 연속적인 계열의 일원이 되도록 해주는 힘에서부터 비롯된다. 그것은 개인에게 행동해야 하는 의미를 부여하며 지나온 과거, 그리고 자신의 판단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모방을 통해 자기 합리화라는 방어막을 얻게 한다.유행에 대한 인식을 얻지 못한 사람은 자칫 고립감, 소외감, 단절감 등과 같은 감정적 상처를 얻기 쉽다. 유행에 대한 강박 관념이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단계가 아니라 친구, 직장 동료나 친척과 같은 낯익은 얼굴의 성공담으로 전해지는 수준까지 이르면 ‘거짓이 진실로 바뀌는 순간’이 오게 된다.주가 강세 행진이 이어지면서 주식에 대한 강박관념이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단계뿐 아니라, 친구, 직장 동료나 친척과 같은 낯익은 얼굴의 성공담으로 전해지는 수준까지 이르면서, 역시 ‘거짓이 진실로 바뀌는 순간’이 오게 된다.고객예탁금이 연초 들어서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사실이 간접적으로 주식투자의 유행을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미국의 골드러시가 지나고 실제로 돈을 번 사람들이 누구인가 시간이 지난 후 따져보니, 금 캐러 마차에 몸을 싣고 몰려온 사람들이 아니라 그들에게 지도, 연장, 옷을 판 사람들이었다. 리바이스의 역사도 여기서 시작됐다. 횡재의 꿈을 안고 몰려든 사람들은 대부분 부자가 되지 못했다.고객예탁금, 후행적 성격강해개인투자자의 관심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고객예탁금의 증가세로 볼 때, 최근 주식시장의 골드러시 바람은 2000년 3월과 유사한 점이 있다. 거래소시장의 강세에 이어 코스닥시장의 강세가 2000년 2월 현실화되자, 2000년 3월 10일 고객예탁금이 12조 4,601억원까지 증가하면서 최고치를 경신한다.사람들은 남들이 많이 사는 제품을 사고 싶어하고 남들이 많이 살 때 사고 싶어하는 것처럼, 당시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흥분된 모습을 보이고 있을 때 고객예탁금으로 나타나는 개인투자자의 관심도 최고조를 이르게 된다.당시 급격한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고객예탁금을 들어 주가가 또 다시 한 단계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미디어마다 도배되다시피 했다.그런데 고객예탁금이 12조 4,601억원을 기록했던 2000년 3월 10일 이후 주가는 어떠한 모습을 보였을까?아이러니컬하게도 2000년 3월 10일 부근에 코스닥지수는 사실상 고점을 형성하고, 그 이후 가파른 조정을 받게 된다.물론 여러 측면에서 그때의 상황을 일반화하기는 쉽지 않지만, 주식시장의 골드러시 강도를 나타내는 고객예탁금의 후행적 성격을 무시할 수는 없겠다.물건을 파는 마케팅에서 마케팅의 성공 여부가 다분히 감정적이고 직관적인 부분이 많을 것 같지만, 기본적으로 논리의 부재가 마케팅 실패의 핵심 요소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최근 주식시장에서 논리적으로 부족할 수 있는 논리들이 별다른 거부 없이 주장되는 경우가 많다.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부실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의 지속적인 채무 인수로 인해 마치 기업 금융시장이 정상화된 것과 같은 많은 사례들이 있지만, 엔화 약세의 영향과 관련된 해석에 관한 사례만 들면 다음과 같다.주장 1: 엔화 약세의 영향을 별다르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또는 엔화가 약세를 보이더라도 원화가 같이 약세를 보이면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주장 2: 통화 약세의 경우 수출에는 일정한 지지 효과가 기대되나, 통화 약세에 따른 인플레 효과가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만연된 디플레 악순환을 해소하기 위해 오히려 의도적인 인플레 정책이 필요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상황이 일본과 완전히 다르다. 한국은 지난해 4.2% 수준의 인플레를 기록, 한국은행의 목표치 2∼4%를 넘어서버렸다. 따라서 한국의 원화가 엔화와 동반 평가절하될 경우 일본과 달리 인플레 상승으로 금리인상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즉 한국의 원화가 초기에는 엔화와 동반 평가절하 시도가 있겠으나, 일반과 180도 다른 요인들에 따라 동반 평가절하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인간은 그 어느 생명체보다 교육에 강하게 의존한다.주식시장 참여자에 대한 교육은 사실상 각종 미디어가 행하는 구조 하에서, 여러 이유로 인해 미디어의 여론 몰이는 일반투자자에게 골드러시에 몰려들게끔 진행되고 있다.제품의 광고는 그냥 분위기를 몰아가기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그 제품을 사야 하는 이유가 반드시 담겨 있어야 된다.여론이 받아들일 만한 근거를 찾기보다는, 논리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근거를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코스닥 시장 따라잡기소프트웨어 업체를 예의주시해야2001년 한 해 동안 미국 벤처 캐피탈업계는 모두 587억 3,000만달러를 신생 벤처 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는데, 이는 2000년에 비해 그 규모가 46% 축소된 수준이다. 벤처 캐피탈 업계에서는 지난 2001년이 새로운 기업을 찾아 신규투자를 벌였던 한 해라기보다는 기존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업계에서는 2001년 벤처 캐피탈 업계가 새로 투자한 자금 중 최대 80% 정도가 기존의 포트폴리오 유지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IPO 시장이나 새로운 기업체의 인수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투자대상을 매각했던 이전의 형태와는 다른 모습이다.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은 아직 사업 기반이 구축되지 않은 기업들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그동안 거품으로 부풀려 있던 벤처 기업들의 시장가치가 이제는 많이 하락해 있고 주식시장이 예전보다 많이 안정화되었기 때문에, 투자환경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시기이다. 다만 지금은 과거와는 달리 투자가들이 매우 신중해졌다.신중해진 투자자의 코스닥시장 투자 경향을 감안할 때, 코스닥시장의 관심 종목군을 타 업종에 비해 올해 상대적인 성장성을 가시화할 수 있는 부문으로 압축하는 시장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이런 측면에서 소프트웨어 업종을 유심히 지켜보는 투자전략이 유효해 보인다.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패키지 소프트웨어 매출이 전년 대비 10.7% 증가(2001년 성장률의 두 배)한 2,02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소프트웨어 업종의 경우 지난해와 같은 악몽은 재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소비자용 소프트웨어가 시장을 주도할 전망인데, 윈도XP에서 게임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다른 분야에 비해 성장세가 두드러지지 않던 이 부분은, 기업의 예산감축 등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상대적인 성장세가 돋보일 전망이다.2001년 중대형 기업의 소프트웨어 매출은 10년 만에 처음 1% 감소세를 기록한 789억 달러에 그쳤으며, 특히 전자 상거래용 소프트웨어 분야는 무려 30% 이상 매출 폭락세를 경험했다.다만 가트너 데이터퀘스터에 따르면 2002년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경우에는 총 818억 달러로 올해 2% 성장세를 보이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벤처 캐피탈 업계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제약은 투자자금의 부족현상이 아니라 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는 사실이란 점을 감안할 때, 올해 매출의 상대적인 성장세가 돋보일 업종을 중심으로 관심을 압축시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