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승창잠실야구장 운영본부 영업팀장“황선홍 선수의 슛이 폴란드 골문에 들어가는 순간 관중석에서 터져 나온 함성에 그동안의 고생을 모두 보상받는 느낌이었습니다.”남승창 잠실야구장 운영본부 영업팀장(43)은 야구장 전광판으로 ‘2002한·일월드컵’ 경기를 방송한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기획했다. 호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첫 경기인 지난 6월4일 폴란드전에는 무려 3만2,000명의 응원단이 몰렸다.잠실야구장의 정원 3만500명에서 1,500명이나 초과한 규모다. 자리가 없어 돌아간 사람만도 1만여 명에 달했다. 야구장에서 축구행사를 갖는다고 했을 때 성공할지 반신반의했던 주위 사람들도 남팀장의 기획력을 인정했다.“야구장은 사각지대가 없습니다. 모든 위치에서 전광판이 잘 보이죠. 이런 장점을 최대한 살린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남팀장이 이번 행사를 기획한 때는 지난해 12월.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의 결정이 난 직후였다. 당시 KBO 이사회는 ‘2002한·일월드컵’ 기간 중 한국경기가 열리는 날은 프로야구경기를 연기하기로 했다.남팀장이 바빠진 건 이때부터다. 온 국민의 축제인 월드컵을 잠실야구장 홍보에 어떻게 이용할까 고심하던 중 ‘축구중계 무료입장’이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바로 기획안을 구성해 운영본부의 김승영 본부장과 어윤태 사장에게 올렸다.마침 이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던 터라 승인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잠실야구장을 대관해주기로 하고 스포츠마케팅 업체인 옥타곤코리아를 행사 주관사로 선정했다. 문제는 경기당 5,000만원에 달하는 중계권료 및 연예인 섭외 등에 들어갈 6억여 원의 비용이었다.“주관사인 옥타곤코리아에서 여러 업체를 섭외하던 중 스포츠용품 제조업체인 퓨마코리아로부터 후원을 받기로 했습니다. 또한 온라인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즈도 후원에 동참했습니다.”후원업체들의 이름을 따 행사이름도 ‘2002 퓨마-다음 사커 페스티벌’로 정했다. 지난 5월24일에 진행된 잠실야구장의 한국전 첫 경기중계 관람권 배포는 순식간에 마감됐다.퓨마코리아의 수도권 매장을 통해 배포한 1만장의 표는 하루 만에 동이 났고, 다음커뮤니케이션즈의 홈페이지를 통한 배부도 반나절 만에 마감됐다.“아내와 중학생인 아들은 잠실야구장이 멀다며 집 근처인 분당 중앙공원에서 응원을 하겠다는군요. 그런데 폴란드와의 경기 때 공원에 사람들이 하도 많아 제대로 경기관전을 못했다며 다음 한국전부터 꼭 잠실야구장에서 응원을 하겠답니다.”잠실야구장 운영본부의 주 수입원은 펜스광고, 매장운영, 야구단의 구장사용료 등이다. 아직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이런 홍보를 계속해 나가면 언젠가는 운영본부의 흑자전환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야구장을 통해서 월드컵 홍보를 하듯이 우리나라 프로야구도 여러 가지 마케팅 기법을 도입해 관중증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중장기적으로 프로야구가 제2의 중흥기를 맞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