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말 상하이에서 열린 통신장비 박람회인 Elecomm엑스포 알카텔 부스세계적인 통신장비기업 알카텔의 국내 법인인 한국알카텔이 설립된 것은 지난 99년. 그러나 알카텔은 이보다 훨씬 전인 77년부터 국내 시장에 진출해 한국형 통신 인프라 구축을 주도해 왔다. 전자교환시스템을 시작으로 디지털교환시스템 등 각종 첨단 통신장비를 국내에 대량으로 들여놓았다. 현재까지 국내에 깔려 있는 알카텔 교환회선만 620만개가 넘는다. 한국과 중국을 잇는 해저 광케이블까지 건설하는 등 굵직한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토착화에 성공했다. 83년에는 500명의 국내 기술인력을 유럽으로 데려가 기술이전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그러나 본격적으로 국내에 이름이 알려진 건 지난 99년 하나로통신에 ADSL 상용 서비스 장비를 공급하면서부터다. 그후 국내 통신서비스 업체에 지능망 장비를 공급하면서 인지도를 넓혀왔다. 서울지하철 5~8호선의 주전송 시스템과 스위치 매트릭스, 광화상전송 시스템을 독점공급한 것도 한국알카텔이었다. 현재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 및 3세대 이동통신(3G), 광전송 장비를 중심으로 토털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프랑스계 다국적기업인 알카텔은 현재 9만9,0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세계 130여 개국에 진출해 있다.알카텔은 일찍부터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태평양지역에 공을 들여왔다. 이는 현재 아태지역에서 올리는 매출이 전체 매출의 13.4%를 차지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통신장비업계가 불황을 맞은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60%의 성장률을 보였다. 2000년 중국 상하이에 설립한 아태지역 본부를 중심으로 현재 1만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중국 현지 합작사 ASB 경영권 확보아태지역에서 알카텔이 주목하는 곳은 역시 최대 시장인 ‘중국대륙’. 그동안 중국에만 5억달러의 자금과 5,0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한 상태다. 지난 2000년 본부를 중국 상하이에 설치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지난 5월 중국 통신장비 회사 상하이벨과 함께 유한주식회사인 ‘알카텔상하이벨’(ASB)를 설립하고 현재 중국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하이벨은 84년 알카텔이 중국정부와 합작으로 설립해 키운 중국 제2의 통신장비 업체. ASB는 20억달러 규모의 연구개발(R&D)센터로, 앞으로 3년간 10억달러 이상의 기술을 세계 각지로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ASB는 중국 통신업계 최초의 해외투자법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더구나 외국업체인 알카텔이 ‘50%+1’주의 지분을 갖고 경영권을 쥐게 된 것은 중국기업들의 보수성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빅딜’이었다. 중국진출을 서두르는 다른 해외기업들이 꼽는 대표적 성공사례가 되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한국알카텔 관계자는 “알카텔이 중국시장에서 쌓아온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이는 중국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국내 기업들에 벤치마킹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ASB에 대한 투자도 상당하다. 첨단 생산공장과 중국 최대의 영업지원망을 갖추고 무려 6,500여 명의 직원을 고용했다. 전세계 알카텔 R&D 투자액의 15%를 쏟아붓고 있다. R&D 투자 분야 역시 한 발 앞선다. 지난 6월 말 상하이 알카텔차이나 사무소에 설치한 ‘3G리얼리티센터’가 이를 잘 말해준다. 뛰어난 3G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지원, 3G시장의 확대를 촉진한다는 취지로 설립했다. 현재 ‘2.5세대’ 통신환경 초기단계에 갓 진입한 중국시장에서 미리부터 3세대 통신환경을 구현하는 과감한 시도를 한 것이다.이에 따라 3G환경에서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려는 업체들이 앞다퉈 이 센터로 모여들고 있다. 알카텔의 3G통신 솔루션들로 구성된 실제 모바일 네트워크 환경에서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각종 테스트 작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 입장에서는 중국시장에서 자사 제품의 반응을 점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곳에 구현된 3G환경에서는 시속 80km로 달리는 차안에서도 384kbps의 안정적인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다. UMTS 터미널을 통해 64kbps 서킷모드로 화상회의를 진행할 수도 있다. 센터 관계자는 “고속 데이터 다운로드, 온라인 접속, 웹 브라우저 기능, 고화질 이미지 및 스트리밍 비디오 전송 등도 3G 라이브 통화를 통해 이미 검증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3G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인 ‘와이더덴닷컴’(Widerthan.Com)도 이 센터에 입주해 중국시장을 겨냥한 버추얼머신, 인스턴트 메시징 등을 테스트 중이다. 이 센터는 중국은 물론 아태지역 모바일 기술개발의 거점이자 아태지역 3G시장에 뛰어드는 업체들의 전초기지가 된다. 현재 알카텔은 호주, 말레이시아, 스웨덴, 타이베이에서도 3G리얼리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무경계 기업’ 전략으로 경쟁력 강화아태지역 본사에는 이른바 ‘무경계 기업’을 표방한 네트워크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LAN과 WAN이 통합된 네트워크를 통해 협력사와 고객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e경영’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아태지역 15개 지사들을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연결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도록 했다. 불필요한 출장을 없애고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은 물론 짧은 시간에 다각도의 검토가 한자리에서 이루어지는 이점이 있다. 이 시스템 관리자는 “그동안 업무시간의 70%를 출장에 할애해야 했으나 시스템 도입 이후 30% 이하로 줄어 남는 시간을 고객 에게 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알카텔은 무엇보다 ‘제휴’에 강한 기업이다. 프랑스 톰슨멀티미디어사와 조인트 벤처인 ‘넥스트림’을 설립한 것이나, 후지쓰와 ‘이볼리움’이라는 3G 네트워크 장비 제조업체를 만든 것이 좋은 예다. 한국알카텔의 김충세 사장은 “인수합병과 조인트 벤처를 통한 협력이 알카텔의 전략”이라고 전했다.Interview 론 스핏힐 알카텔 아태지역 사장“한국기업 중국진출 측면지원 계획”알카텔이 전세계적으로 네트워크 장비업체가 불황이었던 지난해 아시아시장에서 60%의 성장을 이룬 데에는 론 스핏힐 아태지역 사장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그는 부임 후 아태지역 본사를 자신의 고향인 호주에서 상하이로 옮기는 ‘천도’를 감행했다. 중국시장의 잠재성을 간파했던 것이다. 알카텔에서만 40년간 근무한 그는 95년부터 아태지역을 총괄하면서 알카텔이 아시아시장에서 선두주자로 자리잡게 했다.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알카텔상하이벨을 출범시킬 때도 그의 역할이 컸다. 상하이에 3G리얼리티센터를 설립한 것도 앞을 내다본 그의 판단 때문이었다.그는 중국에서는 1년 이상 2.5G환경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중국 정부가 아직 3G 라이선스를 허가하지 않아 신중하게 2.5G의 성장추세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는 2003년 말에서 2004년 초쯤 3G가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그는 3G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3G 구현을 위해서는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네트워크 등 많은 요소들이 필요합니다. 이들이 조합돼야 토털 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죠. 각국 현지 회사들과 손잡고 해당 지역에서 좋은 솔루션을 공유하면서 검증된 애플리케이션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그는 3G리얼리티센터를 통해 한국기업들과 협력하는 것을 그 예로 설명했다. 중국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기업과 협력을 통해 중국진출을 돕겠다는 것이다. 중국시장에서 경쟁사인 삼성, LG와 각각 CDMA 부문 등에서 협력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또 알카텔상하이벨을 통해 아태시장을 계속 선점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