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 파파를 아십니까?”“맥주의 영어 단어인 비어와 아빠의 일본말 애칭인 파파를 합쳐 만든 합성어가 아닙니다. 즉석 슈크림빵을 만드는 업체의 간판입니다. 궁금하거든 백화점이나 슈퍼마켓 지하 식품매장에서 확인해 보세요.”일본 제빵업계와 외식업체들이 ‘비아 파파’라는 이름의 빵집 간판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생긴 지 3년 된 신생업체이면서도 유명 점포들을 압도하는 초고속 스피드로 매출이 늘고 있는가 하면 고객들이 매장마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등 먹거리 장사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디를 가나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비아 파파는 2000년 말까지만 해도 두드러진 존재가 아니었다. 지난 99년 4월 오사카에서 첫 점포를 연 후 영업망이 간사이지역등 일부에 한정돼 있었던데다 고객들의 입소문도 본궤도에 오르지 않아서다.그러나 점포 확장에 가속도가 붙고 빵맛에 반한 단골고객이 기하급수로 늘어나자 비아 파파는 ‘맛있는 빵, 먹고 싶은 빵’의 대명사로 순식간에 인상이 바뀌어 버렸다.노란색 바탕에 파란 일본어 가타카나 글씨의 간판을 내걸고 있는 비아 파파의 210개 매장(2002년 3월 말 현재)에는 직영점이건, 가맹점이건 공통 원칙이 한 가지 있다. 즉석에서 갓 구워낸 신선한 빵을 팔면서 빵과 재료를 만드는 과정을 고객들 앞에 공개한다는 것이다.제과점이라지만 비아 파파는 다른 제과점들처럼 수십 종의 빵을 팔지 않는다. 오로지 슈크림이 들어간 빵 한 가지만을 판다. 가격도 1개 120엔으로 통일돼 있다.바꿔 말하면 1개 120엔짜리 슈크림빵 하나만으로 비아 파파는 유명점포들을 능가하는 눈부신 스피드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으며 불황에 허덕이는 다른 업체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는 것이다.비아 파파의 저력과 성장비결에 의문을 품은 사람들은 일단 남이 따를 수 없는 고도의 노하우와 든든한 배경을 가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을 알고 보면 그게 아니다.다른 우량기업들처럼 자신의 특기와 실력에 맞는 분야를 족집게처럼 골라낸 ‘선택’과 여기에 모든 힘을 쏟아부은 ‘집중’이 성장의 젖줄이 됐다. 여기에다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리지 않고 좋은 재료로 최선을 다해 맛있는 빵을 만들려고 한 ‘고객제일주의’가 훌륭한 거름이 됐다.올해 49세인 비아 파파의 히로다 오지 사장은 사업 시작 전 아이템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를 놓고 장기간의 관찰과 분석작업을 되풀이했다.“10년 전부터 연령·성별에 관계없이 폭넓게 인기를 누렸던 상품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 중 지금도 확실하게 시장에서 먹히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그는 한순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상품이라도 금세 고객들의 입에서 멀어진 것이 적지 않았음을 알아냈다. 그리고는 위험이 적은 것으로 초코 케이크과 치즈 케이크, 슈 크림빵의 3종을 추려냈지만 최종적으로는 슈크림빵을 선택했다.치즈케이크은 이미 대형 체인점이 버티고 있어 판로개척에 애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초코케이크은 일부 재료로 들어가는 과일의 가격변화가 심해 채산성을 맞추기 힘들다고 판단해서다.그는 슈크림빵 중에서도 대형업체들이 먼거리 공장에서 만든 것을 받아 파는 것은 성공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즉석 제조 방식을 택했다. 판매장소는 주부고객 비율이 높은 백화점, 슈퍼마켓 매장을 집중적으로 뚫고 들어간다는 전략을 세웠다.마지막으로 그가 가장 중시한 체크포인트는 가격과 품질이었다. 다른 점포들보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같은 값에 볼륨감 있는, 더 큰 빵을 만들어낸다는 것이었다.히로다 사장의 점포운영 방침과 전략은 현장에 100% 그대로 살아 있다.빵에 사용되는 반죽은 일반 빵을 만드는 것보다 비싸고 좋은 파이용 반죽을 사용하고 있다. 식감을 높이기 위해서다.빵에 들어가는 커스터드 크림은 신선도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2시간마다 조금씩 점포에서 만들어 쓰고 있다. 바닐라도 천연의 바닐라 원두를 사용하고 있다. 너무 강한 단맛이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빵굽는과정 고객들에게 전부 공개좀더 좋은 맛을 내기 위해 재료에 돈을 아끼지 않는 것처럼 비아 파파는 빵을 만드는 작업과정에서도 고객에게 신뢰와 안심을 심어주는 데 빈틈없는 노력을 쏟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전략의 핵심은 손끝 맛이 살아 있다는 느낌과 함께 빵을 빨리 먹고 싶도록 고객들의 기대감을 높이는 데 맞춰져 있다.예를 들면 비아 파파의 매장에서는 빵을 전자동 기계식으로 만드는 작업을 되도록 피했다. 빵에 들어갈 커스터드 크림을 섞는 과정에서 타 업체들은 버튼만 누르면 일정한 양이 저절로 채워지는 전자동충전기를 사용하지만 비아 파파는 수동의 펌프식 충전기를 고집하고 있다. 그리고 작업을 고객들이 보는 앞에서 하고 있다.오븐 안의 반죽색깔이 변하고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고객들이 볼 수 있도록 오븐의 문을 고객쪽으로 설치해 놓고 있다. 빵이 다 구워질 때쯤이면 여자 종업원은 일부러 주위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외치고 있다.“비아 파파의 슈크림빵이 구워졌습니다. 오븐문을 열겠습니다.”문이 열리면 갓 구워진 빵의 향긋한 냄새가 고객들의 미각을 자극하고, 입안에 침이 고이도록 만들 것이 뻔한 사실이다.한술 더 떠 종업원들은 차례를 기다리는 고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우리가 쓰는 크림은 두 시간마다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수시로 반복해 외치고 있다.모두가 고객들의 호기심을 높이고 갓 만들어진 빵의 맛을 깊숙이 전달하려는 히로다 사장의 치밀한 계산에 따른 것임은 물론이다. 비아 파파는 지난 3월 결산에서 전년대비 4.3배나 늘어난 85억엔의 매출과 7억3,000만엔의 당기순익을 올렸다.운영효율에서도 8평짜리 표준점포의 평당 월매출이 100만엔으로 일본 외식업계 톱클래스에 오르는 성과를 달성했다. 비아 파파의 평당 월 매출은 대형 패밀리레스토랑의 약 10배에 달하는 것이며 최대 외식업체인 맥도널드의 30만엔과 비교해도 3배 이상이다.초고성장 궤도에 진입했지만 히로다 사장이 고객들에게만 신경을 쏟는 것은 아니다. 종업원들의 사기에도 그는 세심한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 직원들만이 파격적 고액연봉을 받는 성과급제를 거부하는 대신 전체 종업원의 5~8할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임금제를 고수하고 있다.때문에 20대 초반의 젊은 점장이면 대개 월 27만엔의 보수를 받게 돼 일류 대기업 사원에 뒤지지 않는 소득을 올리고 있다. 매장에서도 비아 파파의 종업원들은 계산, 크림 충전 등 7개로 나뉜 작업을 45분마다 번갈아가며 맡고 있다.단순작업이기 때문에 한 가지만 하면 싫증을 내게 되고, 본인들에게도 발전이 없어 점포 분위기가 어두워진다는 것이 히로다 사장의 설명이다.일본 외식업계는 비아 파파의 돌풍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맥도널드, 유니쿠로 등 디플레 경제의 승자로 군림했던 초염가형 기업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약속이나 한 듯 역풍에 처한 상황에서 비아 파파의 고속질주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주목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