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가하락이 전세계 자본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나스닥지수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가가 오를 때는 독립성도 거론됐으나 작금의 상황은 우리의 한계를 드러내주고 있다.유럽의 경우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낮고 역내 무역도가 높은데다 최근 들어 유로화까지 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여 미국의 영향력과 전세계적인 동조화를 보여주었다.우리의 경기회복 속도나 기업의 수익 창출력을 감안할 때 미국의 주가하락으로 국내 시장도 덩달아 하락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미국시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므로 미국의 주가하락 원인을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미국 주식시장의 침체는 근본적으로 거품이 소멸되면서 나타나는 과정(Post-Bubble Adjustments)이며 신뢰의 위기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판단된다.즉 기업의 분식회계와 은행들의 방조 의혹에 따른 불신감이 해당 기업은 물론 전 업종에 걸쳐 투매를 불러일으킨다. 7월23일(현지시간) 현재 다우와 나스닥지수는 최고치 대비 각각 34.3%와 75.7%가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의 전망은 불투명하다.현재의 주가하락은 90년대 중반 고성장기에 형성됐던 거품이 터지면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과거의 사례를 참고해 시장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밖에 없다.경제 전반에 걸쳐 낙관적 전망이 팽배해지면서 성장 유망산업 및 기업에 대한 투기적 거래가 발생해 주가가 급등한 경우는 20년대 중반이 대표적이다. 당시의 성장산업인 자동차, 라디오, 영화산업 등에 대한 투자열기로 다우지수가 장기간 상승세를 유지했으나 1929년 9월을 고점으로 1932년 7월까지 89.2%나 폭락했다.인터넷, 이동통신 등을 배경으로 나스닥지수가 95년의 1,000에서 2000년 3월까지 404% 급등 이후 29개월 만에 75.7%가 급락한 것과 똑같은 양상이다.또한 다우지수도 73~74년에 고점 대비 45%나 하락했는데 니프티피프티(Nifty Fifty: 우량종목 50개만 약진하던 장세를 지칭) 현상 속에 우량주들의 거품이 경기침체와 겹치면서 터진 것이며 현재의 하락도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한편 일본의 닛케이지수도 80년대의 고성장을 배경으로 89년 말 3만8,916엔까지 상승한 후 지난해 9월까지 75.9%나 급락해 거품이 형성된 미·일 주식시장의 하락 모습이 거의 일치함을 보여주었다. 일본의 거품은 주식, 부동산, 생산설비, 은행의 대출자산 등 전 분야에 걸쳐 형성됐기 때문에 미국과는 차이가 있다고 판단된다.즉 미국의 경우에는 하이테크 부문의 과잉투자와 기술주의 거품이 문제이고 은행의 자산건전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일본과의 비교에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다만 그림에서 보듯이 주식시장의 하락 이후 반등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또한 미국 다우지수의 장기 추세는 10~16년에 걸쳐서 10~11배 가량 상승하고 다시 장기간에 걸쳐서 횡보하는 것이 특징인데 이번에도 그런 패턴이 반복되지 않을까 걱정된다.우리 시장의 한계는 해외 여건의 변화에 너무 좌우되는 것이다. 미국 주식시장과 달러화 가치가 안정되기까지 보수적인 접근이 불가피하다. 수출 둔화우려로 내수성장주가 상대적으로 돋보이나 지속성에는 회의적이다. 미국시장의 급락이 진정되면 반도체가격의 반등 여부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