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순이익 100% 증가·부채율 100% 밑돌 듯, 내년 말 신규 사업 진출 … 5년내 매출 1조원 달성

정수용빙그레 사장빙그레가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IMF 이후 99년부터 4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특히 올해 매출액(회계연도 2001년 10월1일~2002년 9월30일)은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 늘어 5,6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당기순이익은 100% 이상 대폭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이 같은 대변신을 이끌어낸 주인공은 정수용 빙그레 사장(52). 언론사 기자 출신인 정사장은 92년 관리본부장으로 빙그레와 인연을 맺은 뒤 2000년 최고사령탑에 올라 철저한 수익 위주의 경영을 펼쳤다.그 결과 IMF 당시 400%에 가까웠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130%로 낮아졌고 올해에는 100% 밑으로 뚝 떨어질 전망이다. 지난 92년 빙그레가 한화그룹으로부터 독립할 당시 부채비율이 1,000%가 넘었던 것에 비하면 ‘지옥에서 천당으로’ 엄청난 자리바꿈을 한 셈이다.말단직원과 격의 없는 대화를 즐기는 정사장은 “향후 5년 내에 매출 1조원시대를 열겠다”고 다시금 제2의 목표를 세웠다. 과연 정사장은 이 목표를 어떻게 실현시켜 나갈까.올해 사상 최대 이익이 실현될 정도로 경영실적이 좋았습니다. 그 비결은 무엇입니까.수익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임직원들에게 ‘(가족과 이웃에게 생계를 위협하는) 죄인이 되지 말자’는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이처럼 수익 위주의 경영을 펼친 것이 좋은 실적을 거둔 것 같습니다.비주력사업을 과감히 정리해 몸집을 가볍게 한 것도 효과를 봤습니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이나 제품은 과감하게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수익창출을 위한 투자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히딩크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말처럼 아직도 빙그레는 배가 고픈 상태입니다. 앞으로 좀더 많은 수익을 올려야 합니다.제빵사업 부문 매각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요.최대 자산이었던 서울 압구정 사옥과 썬메리 사업부를 모두 자산평가액보다 낮은 가격으로 팔 때가 어려웠습니다. 이것은 타이밍의 문제였습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손실이 분명한데 3년 후 어떤 결과를 가져오겠느냐는 점을 생각했습니다.매각을 미루는 것이 이득이냐, 아니면 지금 매각하는 것이 이득이냐를 놓고 머리를 싸맸던 것이죠. 결론은 매각하는 것이 지금 당장은 부담이 될지는 몰라도 긴 안목으로 보면 분명히 이득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결국 장부상 30억~40억원의 손실을 봤지만 매각대금으로 고이율의 부채를 모두 상환해 연간 20억~30억원의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반대급부를 얻었습니다. 경영부담이 훨씬 줄어든 것이지요.현재 빙그레의 효자상품들은 무엇입니까.국내 시장점유율 12%를 기록하고 있는 유음료에서는 바나나우유와 떠먹는 요구르트의 대명사인 요플레, 닥터캡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27%를 차지하고 있는 아이스크림 부문에서는 4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더위사냥과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원조인 투게더, 메로나, 메타콘 등도 효자상품이라고 할 수 있죠.특히 바나나우유는 올해 75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돼 내년에는 1,000억원대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라면과 스낵사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요.(둘 다) 경쟁사에 밀리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때문에 수익성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제품의 다양성보다 주력제품을 집중 육성해 나갈 생각입니다. 지금은 그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어 올해는 손익 측면에서 예전보다 훨씬 좋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현재 추진 중인 신규사업으로 어떤 것이 있습니까.그동안 안정적인 기업성장에 큰 역할을 했던 현재의 사업구조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이스크림이나 유음료사업은 식품산업 중에서 대표적인 장치산업입니다. 따라서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안정적 매출과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었습니다.문제는 시장이 성숙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새로운 돌파구, 즉 신규사업을 검토해 왔습니다.신규사업은 빙그레의 최대 현안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급하게 추진할 생각은 없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해 온 사업과 전혀 다른 영역으로 진출할 생각도 없습니다. 현재 신규사업팀을 별도로 두고 건강보조식품과 음료 등 몇 가지 연관산업을 중심으로 타당성 조사와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내년 말쯤이면 가시화될 것입니다.해외진출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나요.유가공품을 중심으로 중국과 대만, 그리고 동남아 등지로 진출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전으로 올해부터 대만에 메로나 등 몇 가지 제품을 수출했습니다.다행스럽게도 메로나가 현지 신제품테스트에서 1등을 차지하는 등 예상보다 고무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기존 제품으로도 중국시장 공략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지금은 중국시장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올해 수출목표는 2,000만달러에 불과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회사 전체 매출액의 20% 선까지 끌어올릴 계획입니다.최고경영자의 자세를 백범 김구 선생에게서 찾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백범사상’의 어떤 점이 기업경영에 도움이 됩니까.한마디로 균형감각입니다. 경영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장기적인 경영목표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균형감각을 가져야 합니다. 백범 선생은 해방정국의 혼란 속에서 민족의 통일정부 수립이라는 비전을 갖고 좌우세력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을 유지했습니다.여러 정치세력들로부터 견제와 비판을 받았지만 역사는 그의 판단과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균형감각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봅니다.향후 비전을 말해주십시오.지난 수년간의 구조조정에 힘입어 이제 빙그레는 제2의 도약을 향한 가속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직원들도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고 도전의지도 높습니다. 이런 사내 여건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비전선포식을 가졌습니다.앞으로 5년 내에 매출 1조원, 순이익 1,000억원대의 유가공업계의 뉴리더로 급부상하겠다는 것입니다. 또한 10년 후에는 매출 2조5,000억원, 순이익 3,000억원대의 글로벌기업으로 거듭난다는 큰 목표를 세웠습니다.현재의 사업구조로는 버거워 보이는 면도 있지만 전 임직원이 똘똘 뭉쳐 공통의 목표를 수립한 만큼 반드시 달성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