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부자 되세요~.’올해 가장 인기 있는 덕담이 된 이 광고 문안은 그레이프 커뮤니케이션의 작품이다.“크리에이티브 능력에 있어선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고 장담하는 이 회사는 매년 고속 성장을 거듭, 광고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그레이프 커뮤니케이션은 다이아몬드베이츠코리아(DBK)의 새 이름. 창사 7주년을 맞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의미로 사명을 과감하게 바꾸었다. 40%의 지분을 갖고 있던 다국적 광고회사 CCG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홀로서기 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사명변경과 함께 그레이프는 연말까지 취급고를 1,000억원으로 늘려 광고업계 10위권에 진입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미 상반기에만 취급고 42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에 비해 189%의 성장률을 달성했다. 특히 방송광고 취급고는 전년에 비해 무려 443%가 늘어 업계의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저돌적인 태세로 시장공략을 지휘하고 있는 사람은 채수삼 대표이사 회장(59). 채회장은 건설맨에서 광고맨으로 변신한 지난 94년부터 7년 동안 금강기획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업계 6위였던 회사를 2위로 끌어올리는 저력을 발휘한 바 있다. “제2의 인생, 제2의 창업이라는 생각으로 경영에 매진하고 있다”는 채회장은 야심찬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DBK가 쌓은 인지도와 지명도를 포기하고 새로운 회사이름을 만든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다국적 광고회사 CCG의 투자지분 40%를 완전히 인수하면서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필요했습니다. 기존 회사이름이 가지는 여러 가지 메리트를 과감히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의식으로 다시 출발한다는 의지를 표현한 겁니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다는 의미가 가장 크지요.또 포도송이처럼 풍성한 결실을 광고주와 함께 나누겠다는 뜻, 포도를 재배하는 농부처럼 땀과 정성을 다하겠다는 뜻이 숨어 있습니다. 포도 알이 한 알씩 모여 송이를 이루듯 직원들이 협력해 최상의 크리에이티브 파워를 자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급속한 신장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성장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짧은 기간에 가빠른 성장을 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지난해 취급고 525억원을 기록해 업계 순위 17위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지난해보다 2배 정도 높은 1,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입니다. 자연스럽게 업계 순위도 높아질 것입니다. 올해 목표는 10위권 이내에 진입하는 겁니다.고속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은 뭐니뭐니해도 ‘최고의 인적자원’입니다. 경쟁사에 비해 적은 수인 105명의 인원이지만 그 자질만은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또한 그에 걸맞게 최고대우를 하고 있습니다.이들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크리에이티브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올 초 돌풍을 일으켰던 ‘부자 되세요’ ‘BC로 사세요’ 라는 카피는 단적인 예입니다. 항상 실력으로 승부하고 광고주와 함께 성공하고자 하는 정정당당 페어플레이 정신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입니다.20여년간 몸담은 건설업 분야와 대표적인 감각산업인 광고대행업은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요.68년 현대양행 수입부에 입사하면서부터 건설, 중공업 등에 몸담았습니다. 흔히 알다시피 건설업은 상당히 터프한 분야입니다. 특히 치열한 수주경쟁은 전쟁을 방불케 하지요. 알고 보니 광고대행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경쟁 프리젠테이션에서 1등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어요. 대단한 열정을 필요로 한다는 점도 공통점입니다.하지만 건설업이 투박한 일면이 있는 반면, 광고대행업은 전반적으로 섬세합니다. 자유스러운 사고나 행동도 건설업과는 다소 다른 풍토이지요. 개인적으로는 건설업보다 지금의 일이 적성에 맞는 것 같습니다.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지난해 12월 금강기획을 떠나 그레이프에 전념하게 됐을 때는 막막했습니다.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필요로 하는 광고대행업 시장에서 CCG와의 관계를 청산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지요.그때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이 고 정주영 회장입니다. 맨손으로 세계적인 그룹을 일군 그 분에 비해 훨씬 좋은 조건이 아닌가 싶더군요. 특히 직원들 앞에서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나, 확신이 서는 일은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추진력도 본받을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에 불가능이란 없다’는 정회장의 평소 철학도 새삼 가슴에 와닿았지요.이를 기반으로 몇 가지 경영전략을 세웠습니다. 우선 진정한 의미의 첫출발이라는 뜻에서 올해를 ‘테이크 오프(Take-Off)의 해’로 정했습니다. 이와 함께 크리에이티브 경쟁력 극대화, 광고주 만족도 향상, 조직효율의 극대화를 우선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항상 웃으면서, 남을 칭찬하면서 일하고 팀워크를 강화하자는 사내 전략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그레이프 커뮤니케이션을 어떤 회사로 만들고 싶습니까.올해 목표로 업계 10위권 진입을 세웠지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순위가 아니라고 봅니다. 실제로 대기업이 계열사로 광고회사를 두는 이른바 ‘인 하우스 에이전시’가 건재하고 있어 수위를 다투긴 어려운 현실입니다.그보다는 크리에이티브 능력이 뛰어난 회사, 광고전문가라면 누구나 근무하기를 원하는 회사, 광고주들이 믿고 맡기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인프라가 튼튼한 광고회사를 만드는 게 먼저라는 거지요. 그렇게 되면 당연히 취급고가 늘어나고 성장세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라 믿습니다.또 하반기에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세계적 광고회사를 파트너로 맞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아직까지는 토종 색깔만 가지고 광고주를 설득하기 어려운데다 광고회사의 핵심인 ‘실력’을 한층 더 키우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제휴가 필요합니다. 현재 100% 소유하고 있는 회사지분 역시 임직원과 협의해 좋은 방향으로 처리할 생각입니다. 그레이프를 혼자서 운영하는 회사로 만들 생각은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