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평당 1,588만원, 은평구 평당 597만원 '3배 차이'...가격 오를수록 양극화 심화

서울 은평구 녹번동 D아파트에 사는 양모씨(54). 턱없이 오른 집값을 잡겠다고 정부가 호들갑스럽게 내놓은 부동산 안정대책이 영 마땅치 않다.“지난해에 비해 겨우 1,000만~2,000만원 정도만 올랐는데, 폭등은 무슨 폭등이냐”라며 탄식하는 양씨는 “강남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뛰는 아파트값에 희희낙락하겠지만 강북 사람들은 오히려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고 집값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했다.서울 강남권과 강북권간의 아파트값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잇단 규제책으로 인해 아파트값이 주춤하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아파트가격 상승세가 양지역간 아파트값의 양극화 골을 더 깊게 만들어 놓았다.실제 강북에서 용산, 마포, 성동구 등 일부 인기 주거단지를 제외하곤 다른 강북권 아파트 단지는 이렇다할 가격 상승을 보이지 않았다. 비교적 가격상승률이 높았던 강북권 소형 아파트도 이미 가격이 많이 올라 상승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게 현장의 진단이다.강남구 평당가, 은평구보다 3배 높아서울 강남에서 평당 매매가격이 1,000만원을 넘는 아파트는 흔하디흔하다. 오히려 평당 1,000만원 이하 아파트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일 정도로 찾기 힘들 지경이다. 저밀도 지구인 강남구 청담, 도곡지구의 도곡 주공 1차의 경우 13평형 매매가격이 평당 5,000만원 선이며 재건축을 추진 중인 송파구 잠실2동 주공 13평형도 평당 2,300만원을 넘는다.일반 아파트가격도 높기는 마찬가지다. 송파동 삼성아파트 33평형 시세는 4억8,000만~5억2,000만원으로 비슷한 시기에 입주한 서대문구 남가좌동 삼성아파트 33평형 시세 2억5,000만~2억9,000만원의 두 배에 육박한다.속칭 강남권 3인방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의 아파트가격만 높은 게 아니다. 강남권에 인접한 관악구나 강동구, 동작구 일대 목동을 끼고 있는 양천구나 심지어 강서구 등의 웬만한 아파트가격은 평당 매매가가 1,000만원 선에 형성돼 있다. 재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동작구 상도동 삼성래미안 3차 32평형 시세는 2억7,000만~3억7,000만원으로 평당 1,000만원을 웃돌고 있다.반면 강북에서는 평당 1,000만원을 넘는 아파트를 찾는 게 힘들다.<부동산뱅크 designtimesp=22942>가 10월 현재 각 구별 평당 매매가를 조사한 결과 강남구는 평당 1,588만원, 서초구는 1,357만원, 송파구는 1,1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이에 비해 강북에서는 동부이촌동이 자리한 용산구가 유일하게 1,020만원을 기록했을 뿐 강북구 557만원, 은평구 597만원, 서대문구 627만원 등 강남권보다 2~3배 낮은 시세를 면치 못했다. 같은 30평형이라도 강남에서는 3억원을 넘지만 강북에선 2억원을 넘기가 벅차다는 이야기다.상계동과 대치동 가격차 3년 전엔 2,000만원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강남ㆍ강북 집값 갈등’의 골이 시간이 갈수록 더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말 대비 매매가 상승률을 따져보면 서울 강남구는 이 기간에 27.05%가 올랐다.인접한 서초구는 22%, 송파구는 24%. 강동구는 15%가 상승했다.그러나 같은 기간 서대문구는 8%, 은평구 12%, 성북구 8% 등 10% 내외의 오름폭을 보이는 데 그쳤다. 물론 노원구, 도봉구 등 일부 지역은 15%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는데, 이는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되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나온 결과로 분석된다. 즉 아파트가격 상승 바람은 불었지만 강북에서는 조금밖에 오르지 않았다는 소리다.기간을 보다 길게 잡고 강남ㆍ강북 아파트값을 비교하면 두 지역간 양극화의 모습을 더욱 극명하게 볼 수 있다. 지난 90년 1월 강남지역 최고가 아파트(압구정동 신현대 61평형 평당 852만원)와 강북지역 최저가 아파트(중계동 중계그린 18평형 평당 222만원)의 평당 매매가 격차는 3.8배에 불과했다.하지만 올 10월 현재 강남 최고가 아파트(도곡 주공 1차 13평형 평당 5,000만원)와 강북 최저가 아파트(은평구 증산 한신빌라 296만원)의 아파트값 격차는 무려 16.9배로 벌어졌다.실상 89년 당시 노원구 상계2동 한신 31평형 시세(6,500만 원)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 시세(8,500만원) 차이는 2,000만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각각 1억8,000만원과 5억원으로 그 가격차가 3억2,000만원이 나고 있다. 만약 89년 당시 은마아파트를 팔고 한신아파트로 이사한 사람이라면 땅을 치고 한탄할 만한 강남ㆍ강북의 아파트 가격차인 셈이다.돋보기 / 강남 집값변천70년대 명문고 이전하면서 집값 올랐다서울 강남ㆍ강북 아파트 가격차의 원인은 다양하다. 교통, 주변 환경 등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원인은 단연 교육 여건이다. 이에 대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내놓은 자료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강남ㆍ서초구 거주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 거주지를 선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 교육환경을 꼽고 있다. 생활편의시설의 발달(20.9%), 교통의 편리성(19.0%) 등은 그다음 선택요건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교육여건이 이 일대 아파트시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강남지역이 교육여건이 본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영동개발을 추진하면서 강북의 명문고가 대거 이주하면서부터다. 76년 경기고를 시작으로, 78년 휘문고, 80년 숙명여고ㆍ서울고, 88년 경기여고 등이 삼성동, 대치동, 서초동 등에 자리잡았다. 강남ㆍ강북간 아파트 가격차가 나기 시작한 시점과 비슷한 시기다.이들 고등학교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가는 지난 2001년과 2002년 명문고 주변 아파트시세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당시 2001년 말 일명 ‘수능파동’ 직후 ‘강남 일대 명문고 중 고득점자가 많았다는 소문’으로 촉발된 강남 이주 수요는 속칭 강남 명문고로 불리는 경기고, 청담고, 중동고, 서울고, 단대부고 주변 아파트로 몰리면서 이 일대 아파트값을 천정부지로 끌어올렸다.당시 경기고와 인접한 대치동 청실 1차 31평형은 재건축 특수와 수능 이주 수요가 맞물리면서 한 달 동안 무려 3,000만원이나 올라 4억5,000만 원을 웃돌았고, 대치동 휘문고와 가까운 선경 31평형은 12월과 1월 사이 보름간 전세금이 1억원이나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대치동 현대부동산 정현준 대표는 “자녀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이사하려는 수요는 끊이지 않고 있다”며 “방학만 되면 전세라도 구해 이사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오히려 이사철보다 바쁠 때가 있다”고 말한다.김선덕 건설전략산업연구소 소장은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강남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누릴 수 있는 교육적 환경이 특별하다고 여긴다”며 “자녀교육 문제로 인해 강북권의 40평형 아파트를 팔고 강남으로 이주해 20평형에 전세로 살겠다는 수요가 사라지지 않는 한 강남권 신화나 강북 아파트 가격차는 쉽게 무너지지도, 좁혀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